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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재정정책의 성격과 대안에 대해

아래는 〈노동자 연대〉 257호에 실린 기사(균형재정에 목맨 2019년 예산안 - ‘소득주도성장’ 의지를 보여 주기에도 부족하다)를 읽고 한 독자가 보낸 질문과 이에 대한 필자의 답변이다. 다른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게재한다.

질문) 김준O : 안녕하세요. 간단한 질문이 있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다음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요.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이 예년보다 늘어나는데도 적자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그동안 반영하지 않았던 세입 증가분을 예산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세입 증가분이 그동안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이 늘어나는데도 적자가 크게 늘지 않는 현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이해하기 수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기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정부의 보수적인 균형재정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계신 것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기자님께서 추구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재정 정책의 모습이 어떤지 대략적으로라도 설명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강동훈 기자 : 〈노동자 연대〉 강동훈 기자입니다.

제 기사를 읽고 코멘트 해 주셨는데, 늦게 답장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질문하신 것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이 예년보다 늘어나는데도 적자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은 그동안 반영하지 않았던 세입 증가분을 예산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는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질문하신 것 같습니다. 저 나름대로 쉽게 설명해 보려고 풀어 쓴 것인데, 여전히 좀 어려웠던 듯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기사에서 쓴 것처럼 한동안 정부(즉 기재부)가 세입 증가분을 (의도적으로?) 계속 적게 예측해 왔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기사에서 제시한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의 세입 예상액은 2016년 이래로 매년 약 20조~30조 원씩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세입 예상에 맞춰 균형재정이 되도록 지출 증가도 억제했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매년 세금이 그만큼 남았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비판이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나오자, 기재부는 내년도 세입 예상을 예전보다는 늘렸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사에서 비판했듯이 여전히 보수적인 세입 예상을 완전히 바꾼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예상 세입을 보수적으로 낮춰 잡고, 또 보수적인 예상 세입에 맞춰 균형재정 예산안을 내놓는 것은, 실제로는 재정적자를 조금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긴축 재정’ 정책이라는 게 제 비판의 요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에 맞춰 재정 지출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다시 돌려주는 수준이라는 것이지요.

둘째, 그렇다면 어떤 재정정책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제 의견을 물으신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자본주의 국가 기구가 사용하는 정책인 재정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고 본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겠습니다. 각국 정부들은 필요에 따라 긴축 재정이나 적자 재정(특히 공황 때)을 사용하지만, 이는 주되게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회복하려는 의도이므로 사회주의자들이 무비판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올려 주자’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라면 단지 더 걷힌 세금을 돌려주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이런 기조이기 때문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완전히 말잔치로 끝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복지 확대 정책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죠.)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이들이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1) 예상 세입을 충분히 늘려 잡고 대규모 적자재정을 감수하는 정책을 펼 수 있습니다.(기사에서는 쓰지 않았습니다만, 박근혜 정부조차 재정적자 GDP 2% 정도의 예산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 정도 적자도 내지 않으려 합니다.)

2) 굳이 균형재정을 하겠다고 한다면, 부자 증세를 대폭하고 이렇게 걷힌 세금을 노동자·서민을 지원하는 데 쓸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아시다시피, 대기업 증세나 부동산 세금 확대 등이 모두 지지부진했고, 이 때문에 중도진보 성향의 교수 300여 명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를 비판하는 성명까지 냈습니다.)

3) 더 적극적이라면, 부자 증세와 적자재정을 결합할 수도 있겠죠.

요컨대, 정부가 복지와 일자리 확대, 제대로 된 정규직화 등을 위해 돈을 최대한 써야 한다는 것이고, 그에 맞춰 부자 증세든, 적자 재정이든 정부가 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곧 자본가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정부 정책을 좌절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들(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기, 투자 중단, 기업 폐쇄, 대량 해고 등)을 시도할 것입니다.

따라서 재정정책 부문에서의 계급투쟁은 더 큰 계급투쟁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역사에서 보듯이, 많은 개혁주의 정부들은 결국 자본가들의 이런 협박(혹은 실질적인 사보타주)에 굴복해 왔습니다.(가장 최근의 사례가 그리스 시리자 정부입니다.)

따라서 이 투쟁을 근본적 사회 변화를 위한 투쟁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작업장에서의 계급투쟁 등과 연결시키는 것이 진정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