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가 김호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지 한 달이 넘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첫 보안법 위반 구속자다. 8월 9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김호 씨가 북한 인사를 만나 군사기밀과 돈을 건넸다며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지원 혐의로 체포했다. 정부가 남북 화해를 말하는 와중에도 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은 여전한 것이다.

김호 씨는 안면인식 프로그램 제작 업체 대표로, 중국 베이징에 사무실을 두고 북한 개발자들과 협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구속돼 있는 김호 씨는 자필 편지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호 씨는 영장에 제시된 “반국가단체 구성원” 두 명을 2007년부터 통일부에 공식적으로 접촉신고를 하고서 만났다고 밝혔다. 문재인은 남북 경제협력을 강조했는데, 김호 씨는 자신의 사업이 북한과의 협력 속에 이뤄진 것임을 알리며 이미 7월에 기업은행에 사업계획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오히려 김호 씨는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을 정보원으로 삼으려 했다고 폭로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북한 정보를 요구했을 뿐 아니라 북한 개발자 탈북 공작을 제안했다고 한다. 범민련, 진보당을 문제 삼으며 “옛 인맥에 대한 접근을 요구”해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도 했다.

문재인도 국가보안법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출처 김호 국가보안법 증거 조작사건 시민사회 석방대책위

심지어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서에 김호 씨가 보내지도 않은 문자 메시지를 증거 인멸 증거라고 기재했다. 나중에 증거 조작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담당 수사팀을 징계하지도 않고 단순 교체해 수사를 계속했다. 김호 씨의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무고·날조 등의 혐의로 해당 수사관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뿐 아니라 경찰은 김호 씨가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면회 신청을 불허했다.(국가인권위에 사안을 접수하고서야 면회가 이뤄졌다.) 경찰청장이 나서서 “인권 경찰”이라 떠든 것은 위선에 불과했던 것이다.

검찰은 김호 씨가 20년 전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에서 투쟁국장으로 활동한 점을 들어 진보·좌파 진영과의 연관성을 부각했다. 진보·좌파를 속죄양 삼아 정부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떠넘기고 우파를 달래려는 것이다.  

사실 지배자들의 논리대로라면, “반국가단체”의 수괴를 만나 회합·통신을 한 문재인에게도 보안법 위반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중잣대는 국가보안법이 극도로 자의적인 체제 단속법임을 보여 준다.

지배자들의 무기

지배자들은 보안법을 이용해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억누른다. 보안법은 (북한에 대한 입장과는 무관하게) 사상, 결사 일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 노동계급이 자체의 사상을 가지고 조직을 결성해 정치를 표현하는 것을 억누르려는 것이다. 반국가단체, 이적행위 등의 명목으로 공격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겁주고 대중과 좌파를 분리시키는 효과도 낸다. 

그 자신이 보안법의 피해자였던 김대중이나 인권 변호사 출신 노무현도 정권을 잡고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은 지지자들의 이반을 막으려 보안법 개정 카드를 꺼내 놓고는, 얼마 못 가 우파들의 압력에 타협하는 식으로 끝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179명이 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열흘에 한 명 꼴이다. 기소된 수는 훨씬 많아서 412명에 이른다(대검찰청). 노무현은 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더니 칼날을 벼려 노동운동과 좌파들에게 휘둘렀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첫 해, 송두율 교수를 대대적으로 마녀사냥했다. 두 해 뒤, 검찰은 강정구 교수가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아 기소했다. 이듬해에는 민주노동당 활동가들을 간첩으로 몰아(‘일심회’ 사건) 탄압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한총련의 이적단체 규정을 결사의 자유 침해라고 발표했지만 노무현 정권 하에서도 한총련 활동가들은 거듭 탄압의 대상이 됐다. 심지어 2003년 5월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두고도 “[국가보안법이] 반민족 반통일 반인권적 악법이라고 비난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게시 금지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보안법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시 모든 구속 사례에 보안법 7조 ‘찬양·고무’가 적용됐다. 7조는 핵심적 사상 통제 조항으로 문재인조차 그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구체적 행위가 없더라도 선전과 선동만으로도 죄를 물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견해의 유죄 여부는 오로지 국가기관만이 판단할 수 있으므로 자의적이다. 지배자들은 이 점을 활용해 정부와 체제에 비판적인 사상들을 공격해 왔다. 그래서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입장과 단체들뿐 아니라 한미FTA 반대,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과 운동도 탄압 대상이 됐다.

포용국가?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에 보안법 폐지를 기본에선 동의한다면서도 “남북관계가 좀 풀리고 긴장이 해소돼 대화 국면으로 들어갈 때 가능한 얘기라고 본다”며 보안법 당장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핑계를 댔다. 벌써 세 번이나 정상이 만나는데도 문재인은 보안법 폐지는커녕 개정조차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도 2011년 자신의 저서에서 “진리와 양심을 재단하는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로 야만”이라며 비판했지만 청와대 입성 후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최근 정부는 국정원과 기무사를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간판만 바꿨을 뿐, 두 기관의 핵심 문제인 정치 사찰과 수사 권한의 근거는 그대로 남겨뒀다. 보안 경찰이 보안법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우경화가 본격화되고 이에 맞선 저항이 커지면 지배자들은 더 빈번히 보안법을 사용하려 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김호 씨 구속은 남북관계 발전이 자동으로 민주적 권리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민주적 권리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해서만 확대·쟁취할 수 있다.  

최근 문재인은 “포용국가”를 강조했지만, 정작 사상의 자유조차 포용하지 않고 있다. 이석기 전 진보당 의원과 활동가들은 평화적 수단(토론)으로 정치 활동을 했을 뿐인데도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  

김호 씨를 포함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양심수들을 전원 석방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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