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들은 예멘 난민들을 표적 삼아 거짓말을 퍼트리고 이슬람 혐오를 부추긴다. 도심에서 난민 반대 집회를 다섯 차례나 열었다. 이들과 보조를 맞추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난민법 개악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조경태 등은 난민법 폐지를 요구한다.

며칠 전 기독교 우익들은 인천 퀴어 퍼레이드를 가로막고 난동을 피웠다. 난민 반대 우익들도 9월 16일 난민 연대 집회가 열리는 장소 바로 옆에서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여차하면 난민 연대 집회와 행진을 훼방하겠다는 태세다. 

최근 우익들이 기가 산 데는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가 크게 한몫했다. 우익들은 성소수자에 이어 소수자인 난민들을 공격하며 결집하고 세력을 회복하려 한다. 9월 16일 규모 있는 집회와 행진으로 난민들을 방어하고 우익들의 기를 꺾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우익들의 압력에 굴복해 난민법을 개악하겠다고 예고했다. 난민법이 개악돼 난민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면, 가뜩이나 고통을 겪고 있는 난민들의 처지는 한층 더 악화할 것이다.

한국 거주 난민들의 위태로운 삶

난민들은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간신히 탈출해도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 도착한 많은 난민들은 지독한 차별과 냉대, 생활고를 견디며 살아 간다. 

난민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인색하기 짝이 없는 난민 심사다. 난민 심사 과정은 애초에 난민들을 걸러 내도록 설계돼 있다.

“담당 공무원이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그 여부만 추궁하려는 것 같았다. 똑같은 질문을 1~2시간마다 반복해서 물어보는 바람에 한 마디라도 앞의 대답과 다를까 봐 조바심을 쳤다.”(《우리 곁의 난민》, 문경란, 2017 중에서 러시아 출신 난민이 한 말)

난민 특성상 개인의 진술이 난민 심사 때 중요한 증거로 채택되는데도, 통역이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 “닥쳐라”, “너네 나라로 가라”는 둥 모욕적 막말을 듣기도 일쑤다. 최근에는 난민 심사 조서가 조작된 일이 폭로되기도 했다.

난민 심사 결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도 난민들을 피말리게 한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자이드 씨는 2년 5개월가량을 기다리는 중이다. 난민 불인정 결정 이후, 이의신청에 행정 소송까지 10년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

배척적인

이런 배척적인 난민 심사 때문에 1994년 이래 난민 심사를 받은 2만 974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849명뿐이다(인정률 4퍼센트). OECD 평균 난민 인정률인 24.8퍼센트에 한참 못 미친다.

심지어 난민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에 온 10명 중 9명이 그런 신세다. 한국 정부는 인천공항 등 출입국항에서 ‘사전 심사’를 통해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른다. 신청부터 빡빡한 것이다.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한 난민들은 송환대기실에 구금된다. 강제 송환도 벌어진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항공사는 우리를 돌아가게 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압력을 가했습니다. 음식을 주지 않고, 나무 침대에서 매트리스와 침구 없이 잠을 자게 하고, 전등은 항상 켜져 있었[습니다.]”(‘공항에서의 난민신청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난민지원네트워크 등, 2016)

강제 송환은 난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출처 나눔문화

천신만고 끝에 신청에 성공하더라도 첫 6개월 동안은 취업이 아예 금지된다. 난민들은 한 달에 20~40만 원의 ‘생계비’ 지원으로 버텨야 한다. 그나마도 모두 받는 건 아니다. 2017년에 지원을 받은 사람은 난민 신청인 중 3.2퍼센트뿐이었다. 지원금도 안 주면서 취업을 금지하니, 정부가 ‘불법 취업’을 부추기는 꼴이다.

6개월이 지나도 난민 신청인들이 발급받은 G1비자(임시 체류 비자)로는 단순 업무만 가능하다. 쓰레기 분류, 물건 포장, 재봉 등등. 아랍 출신 난민들은 하수구 청소나 폐차장, 중고차 청소·수리 업무를 많이 한다고 한다. 돈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고된 일들이다.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여성 난민들은 어려움이 더 크다. 잠시라도 아이를 맡길 가족이나 친구가 없어서다.

히잡이 취업의 장애가 되기도 한다. 예멘 출신 여성 난민은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 직장에서 히잡을 못쓰게 한다 ... 일을 하고 싶으면 히잡을 벗으라고 하는 게 싫다. 손으로 일할 뿐인데 벗어야 할 이유는 없다.”

안타깝게도 난민들의 고통은 대물림된다. 한국에서 태어난 난민 가정의 자녀들은(난민 인정을 받았을 때조차) 출생등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생등록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학교에 다니려면 학교장을 찾아가 사정사정해야 한다.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난민인권센터가 2010년 난민의 심리 상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3분의 1이 공포불안, 대인예민성, 강박증, 불안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환경과 불안정한 생계,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고향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 모욕과 멸시 등 이 모든 것들이 난민들을 고통에 빠뜨린다. 청와대 앞 농성에 동참하고 있는 여성 난민 신청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집트에 있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한국에 있는 게 더 두렵다. 여기선 가족도 없고 혼자니까 내일이 두렵고, 모든 게 두렵다.”

최소한의 조건

요컨대, 난민 인정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정부는 2014년에 시리아 난민이 증가하자 그중 일부에게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부여했다. 예멘 난민 일부도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인도적 체류자는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을 권리(당연하다)와 취업활동을 할 권리만을 보장받을 뿐이다.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도 없다.

“인도적”이라는 미사여구와 달리, 이런 정부의 처사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수용 책임이 국제적으로 중대한 의제가 되어 있는 통에 차마 강제 송환은 못하지만 그들의 처우나 권리 보장 등에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다.”(《우리 곁의 난민》, 문경란, 2017)

한편,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협약상 난민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부여한다. 현재 전 세계 난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리아 난민이 정작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한계를 보여 준다. 

난민 속죄양 삼기에 맞서야

이처럼 한국 정부는 배척적인 난민 제도를 유지하며 난민을 짐짝 취급해 왔다. 인도적 체류권을 보장할 때조차 그들의 실질적 생활 조건은 나몰라라식이었다. “국민 우선” 운운하며 난민들이 세금 갉아 먹는 존재인 양 떠드는 인종차별적 우익의 선동은 거짓말이다.

우익들은 “가짜 난민”이 판친다며 “가짜 난민 송환”을 요구한다. 본국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지 않는데도 돈 벌러 와서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가 낳는 전쟁과 박해 등의 참상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들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우익의 거짓 선동에 대한 철저한 반박은 〈노동자 연대〉 251호 ‘예멘 난민 배척 논리를 반박한다’를 보시오.)

우익들은 “국민” 운운하지만, 그들과 연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저임금 삭감에 앞장선 자들이다. 즉, 노동자를 공격하는 자들과 난민을 반대하는 자들은 다르지 않다.

우익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난민 등 이주민을 속죄양 삼아 실업, 복지 축소와 같은 경제 위기 책임 전가에 대한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리고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 데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운동 이후 쪼그라들었던 우파 세력을 결집해 세력을 회복하려는 의도도 있다. 노동자들이 난민 방어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더한층 쥐어짜려 하면서 이런 이간질에 굴복하고 있다.

지배자들이 자본주의 위기의 책임을 그 희생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난민 인정을 대폭 확대하고 난민에 대한 복지와 지원을 늘리라고 요구하며 난민들과 함께 싸우자.

* 참고자료: 《우리 곁의 난민 – 한국의 난민 여성 이야기》, 문경란, 2017.

"고통은 고국에서 받을 만큼 받았는데 여기서도 고통받습니다."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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