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문재인 정부는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부동산 투기 대책들이 발표됐지만 고삐 풀린 듯한 서울 집값 상승세는 계속됐다.

이 때문에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하고 투기 세력에 대한 분노가 커진 것은 정부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었다. 그래서 이번 9·13 부동산 대책에는 과거보다 얼핏 과감해 보이는 조처들도 섞여 있다. 9·13 대책이 발표되기 전에 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새삼스레 ‘토지공개념’을 언급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부동산 대책은 호들갑에 견줘 실체는 초라하다.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가 그렇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대표적인 내용이 종부세의 과표구간을 늘리고 최고세율을 3.2퍼센트까지 올린 것이다. 명목세율만 보면 노무현 정부 시기의 최고세율보다 높다.

자유한국당 등 우파는 일찍부터 ‘세금 폭탄’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우파는 종부세를 강화하면 선량한 서민들까지도 거액의 세금을 물게 될 것이라며 서민을 걱정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과세 부담이 실질적으로 무거워질 사람은 집 있는 국민의 1.5퍼센트에 불과하리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주요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가짜 ‘세금 폭탄’ 논란

요컨대 지금은 노동자와 서민이 ‘세금 폭탄’을 맞을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 세금이 몇 백만 원 오르더라도 집값이 몇 억 원씩 오르면, 투기가 계속해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 리얼미터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 9·13 대책이 “과도하다”는 의견은 19.8퍼센트에 그쳤고 “미흡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39.4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종부세의 명목세율이 3.2퍼센트로 역대 최고치가 됐더라도, 투기꾼들에게 실질적 부담이 될지는 따져 봐야 할 문제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이 지적한 대로, 노무현 정부 당시 종부세는 세금 납부 기준이 되는 소유 부동산을 ‘가구별 합산’으로 계산했지만 현재는 ‘개인별 합산’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명목세율이 더 높더라도 투기꾼들이 실질적으로 낼 세금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의 종부세도 투기를 진정시키지 못했음을 고려하면, 지금의 종부세는 다르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조승진

또한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고가 주택의 경우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인 경우도 많다. 온건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인 정태인조차 이번 세율 인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실효세율[부동산 총액 대비 보유세의 비율]은 0.16퍼센트에 불과하다. 종부세 최고 명목세율이 3퍼센트를 넘는다며 최강 정책인 듯 발표한 이번 대책이 실행된다 해도 실효세율은 0.2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일본의 실효세율은 0.5퍼센트가 넘고 캐나다나 미국은 0.9퍼센트 부근이다.”

시장 원리를 부르짖는 우파는 종부세 ‘강화’가 감세라는 ‘전 세계적 트렌드’에 역행한다고 역정을 낸다. 그러나 정작 신자유주의의 모국 격인 미국에서조차도 부동산 보유세는 한국보다 훨씬 많다! (물론 IMF 세계주택가격지수를 보면, 미국 수준의 실효세율로도 투기를 붙잡기는 부족하다.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는한국보다 높다.) 부동산 보유세는 더 강화돼야 한다.

종부세와 더불어 투기 수요 억제의 양대 축으로 작용하는 대출 규제도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은행권 대출 관련해서는 규제가 강화된 면이 있다. 무주택 가구에 대한 대출 규제는 과거와 차이가 없지만(LTV* 60퍼센트, DTI* 40퍼센트), 1주택 이상을 보유한 가구는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금지됐다. 또한 다주택자들이 전셋집에 살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투기에 쓰는 것 역시 원천 차단하겠다고 한다.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신규 대출의 LTV 역시 40퍼센트로 줄였다.

다주택자들이 돈을 쉽게 융통해서 투기에 쓰는 일이 근절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1000조 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각국의 금융 당국은 세계적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수년간 확장적 금융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과잉화폐가 발생해 투기적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로 1990년대 평균 수준의 이윤율을 회복한 적이 없다. 마땅한 생산적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과잉화폐가 투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대출이 규제되더라도 투기꾼들은 규제의 틈새를 발견해 시중의 자금을 부동산 투기로 조달하고자 애쓸 것이다. 지금 당장은 대출 규제 등의 효과로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 수 있겠지만, 얼마나 오래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최근 들어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 대출이 막히니 P2P(개인 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P2P 대출은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방식으로 투기 자금을 끌어모을 수가 있다. 이는 또 하나의 ‘풍선효과’가 될 것이다.

시중의 과잉화폐를 억제하는 데서는 금리 인상이 가장 정석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500조 원에 육박하는 지금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노동계급·서민의 생활고도 가중될 것이다. 침체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 역시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반 값, 반의 반 값 아파트가 해법”

이처럼 9·13 부동산 대책은 미흡한 정책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노동자·서민을 위한 저렴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은 없다. ‘토지공개념’ 운운에 걸맞으려면, 단지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미흡한) 과세 강화뿐 아니라 그렇게 거둬들인 세금을 주택 복지를 위해 사용할 방안도 구체적이고 충분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 목적의 주택공급 확대”를 말한다. 수도권과 도심의 유휴지를 모색해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주택 건설이 아니라 민간 업체 주도의 개발이라면, 오히려 집값 상승이 부추겨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아주 온건한 개혁인 분양원가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건설업자들이 공공택지를 싸게 사들여서 높은 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주변의 집값마저 뛰는 일이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신규 주택은 로또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이해찬의 말을 믿을 수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공급 확대를 위해 신자유주의 이윤 논리를 강화할 도심 내 규제완화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옳게 주장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 철저히 공영 개발을 해서 공영 주택으로 공급”을 해서 “반값 공급”을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심상정 의원은 “토지 임대부 분양[1] 정책 같은 걸 병용”하면 주택을 “반의 반 값”으로 공급할 수도 있다고 사이다처럼 속시원하게 말했다. 정부의 ‘공급 확대론’과는 과연 대조되는 알맹이 있는 ‘공급 확대론’이다.

최근 화제가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국토보유세 방안’ 역시 좌파적 입장에서 환영할 만하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고 건물에 대한 과세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상위 5퍼센트에 조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95퍼센트는 재분배 혜택을 받게 설계돼 있다는 점, 기본소득 등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의 예산을 15조 원 이상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지지할 만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용산 미군기지터를 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하자는 호소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부족한 녹지 확보를 위해 애초대로 용산 미군기지터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지적했듯이, 그만한 넓이의 부지라면 절반은 공원이나 유적으로 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공공주택이나 공공기숙사를 짓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최근 민중당이 논평을 발표해 지적했듯이, “미군기지터만 공원화되고 주변 토지는 고층 아파트와 상업시설로 민간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주변 토지 소유 부자들의 정원이 될 판이다.’”

물론 용산 미군기지터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고 곧바로 투기를 잡거나 서민의 주거 안정을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급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의 ‘집 없는 설움’을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더 근본적인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주택 문제에 대하여》에서 부자들이 가진 주택을 몰수해 노동자들이 그 주택을 수용한다면 주택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변화를 이루려면 자본주의 자체를 전복하는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엥겔스가 지적했듯이, 주택 문제의 근원은 이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돼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1]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 또는 임대하고 지상의 건물은 일반인들에게 분양하는 방식.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소득에서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예를 들면, 연간 소득이 5000만 원이고 DTI가 40퍼센트일 경우,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대출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대출비율)

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 예를 들어, 주택의 담보평가 금액이 1억 원이고 LTV가 60퍼센트일 경우, 6천만 원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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