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함식의 해상 사열에 일본 자위대가 군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직 공식 결정은 아니라는 보도도 있지만, 일본 측 답변을 보면 자위대 군함의 불참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일본 측은 자위대 함선의 욱일기 게양은 법령에 따른 것일 뿐 아니라 자위대의 자랑이라고까지 답했다. 일본 자위대 군함이 오지 않는다면 잘 된 일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욱일기는, 20세기 초중반 일본이 조선,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벌인 침략 전쟁과 강제 점령에 앞장선 일본 육군과 해군의 공식 기였다. 일제의 전쟁범죄를 상징하는 ‘전범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따라서 일본의 전쟁범죄 피해국 국민의 대중이 욱일기에 분노와 반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일본 국가는 이를 제2차세계대전 후에 다시 일본 자위대의 공식 기로 채택했다. 미국이 용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은 냉전을 배경으로 한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따라 일본을 핵심 동맹국으로 육성하면서 일본의 전쟁범죄를 적당히 덮어 줬다.

일본은 미국이라는 후원자를 등에 업고 다시 힘을 키우면서 피해국 민중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았다. 한국민에 대해서도 여전히 식민 강점, 강제 징용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사죄는커녕 기만책만 남발하는 ‘위안부’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니 한국인 다수가 욱일기를 게양한 자위대 전함의 한국 영토 진입에 큰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정당하다. 단지 욱일기만 떼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기껏해야 욱일기 게양만 문제 삼았다. 반감이 광범하게 일어 정부도 비판 대상이 될 것 같자 태도를 돌변한 것이다.

군국주의적 퍼포먼스

그러나 일본 자위대 군함의 관함식 참가 문제는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이 관함식 행사 자체가 군국주의적 행사이기 때문이다.

ⓒ출처 해군

관함식의 주 행사인 해상 사열은 각국의 막강한 전함들이 공개적으로 해상 행진을 하는 것이다. 바다에서 펼쳐지는 군비 경연 퍼레이드라고 보면 된다. 이번 관함식에도 미국, 일본(불참 유력), 중국, 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의 전함이 참가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 경쟁의 주역들이 제주에서 무력을 과시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 틈에 끼여 군국주의적 성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 해군은 ‘대양 해군’을 표방하며 끊임없이 군비 확충과 해외 진출을 모색해 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이런 군국주의적 퍼포먼스를 "평화의 섬" 제주도 앞바다에서 벌이는 것 자체가 위선이고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제주 관함식을 제주 해군기지를 미화하고 홍보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강정 해군기지 설립은 한·미·일 동맹의 중국 봉쇄를 위한 전략적 기지로 평화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이 기지 세우기를 결정하고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폭력을 동원해 반대를 억누르고 기지를 완공했다. 이 과정을 서두르다가 세월호 참사 발생에 큰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래서 해군기지에 반대해 온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애초 서귀포와 강정 앞바다에 펼쳐질 관함식 개최에 반대해 왔다. 해상 사열에 참가할 각국 전함들이 바로 강정 해군기지에 정박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사회수석 이용선을 강정마을에 보내어 주민들을 이간질했다. 그리고 지금 관함식 반대 시위에 폭력을 행사하며 방해하고 있다. 태풍으로 취소되기 전 1차 해상 사열로 예정된 10월 5일을 앞두고 벌인 시위에 해군과 용역들을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고 협박을 자행했다.

이처럼 제주 해군기지는 민관복합관광미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과 다르게 저주받은 해적 기지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행사는 10년마다 개최되는 강대국들의 군국주의 경연 행사라는 목적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제주 해군기지 완공과 성장한 해군 전력을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