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실업과 복지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비열한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단속 과정에서 미얀마 출신 건설 노동자 떤저테이 씨가 8미터 아래 지하로 떨어져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 공식 통계만 보더라도 지난 10년 동안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10명이나 된다. 

정부는 “건설업 등에서 국민 일자리 잠식”을 막기 위해서라며 단속 강화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건설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용난은 이주노동자 때문이 아니다. 악화하는 경제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해 온 기업주와 정부에게 그 책임이 있다.

기업주들은 건설노동자들을 임시·일용직으로 채용하는 불합리한 고용 구조를 유지시키며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시켜 왔다. 이를 위해 매일 1~2명씩 죽어나가는 열악하고 위험천만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다.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했다. 그래서 건설 노동자들이 경기 상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 고용주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자 이주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려는 공격도 벌이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이주노동자들의 업무량은 줄이지 않으면서 연장근무와 야간근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와 야간근무를 몰아 주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아예 삭감하려는 시도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김학용(자유한국당)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연은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삭감 시도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모두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주민에게 더 불리한 건강보험 제도 개악도 추진하고 있다. 이주민의 건강보험 지역가입 자격 취득을 위한 체류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아파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기간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부 이주민들은 전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게 됐다. 

정부는 이번 개악이 “도덕적 해이”를 막고 “내·외국인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마치 이주민들이 부당하게 이득을 얻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도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2015년 2488억, 2016년 2093억, 2017년 2490억의 흑자를 안겼다. 진정으로 내국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협하는 것은 규제프리존법과 제주 영리병원 개설 허용 등을 추진한 정부와 여당이다. 

언제 어디서든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라 ⓒ이윤선

이와 같은 공격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이와 같은 공격에 맞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받는다면, 이는 내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될 수 있다. 단속 강화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 등에 맞서 내국인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를 방어하고 단결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정부와 기업주들의 공격이 먹힐수록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정부와 기업이 아닌 이주노동자를 향하도록 해 노동자들 사이에 반목과 분열을 조장한다. 이것은 현실 개선을 위해 노동자들이 더 크게 단결하며 투쟁을 진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런 공격에 맞서 10월 14일 전국이주노동자 대회가 열린다. 전국 집중 집회이고 집회 후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해마다 가장 중요한 요구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며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여기에 더해 단속 추방 중단, 최저임금 개악 반대 등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공격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특히 올해 우익들은 예멘 난민들을 속죄양 삼으며 난민 혐오를 퍼트리고 있다. 그래서 올해 집회에서는 “난민법 개악 반대! 난민 혐오 중단과 생존권 보장!” 요구도 걸고 우익들의 혐오 선동에 맞설 것이다. 

최근 우익들은 난민만이 아니라 “불법체류자 추방”을 내걸고 10월 14일 이주노동자 대회를 겨냥해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난민뿐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혐오 선동 대상을 삼고 있다.

정부의 공격과 우익들의 혐오 선동에 맞서 이주노동자 대회에 더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고용허가제는 개정이 아니라 폐지돼야 한다

올해로 시행 14년째인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들여오는 핵심적인 제도 중 하나이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을 저임금에 공급하고 통제하기 위한 제도다. 이런 목적을 위해 특히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 것이 큰 고통을 낳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사용자에게 종속시켜 열악하고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를 견디다 못한 이주노동자 두 명이 연이어 자살하기도 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체류기간도 자의적으로 제한한다. 최초 3년 체류를 허용하고 고용주의 동의가 있어야만 이를 연장할 수 있다.  

이런 비인간적인 통제를 유지하는 수단이 바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다. 고용허가제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하고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며 이런 통제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해 일손이 부족한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해 왔다. 한국 사회는 이를 통해 큰 편익을 얻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

정부는 사용자들의 필요에 반응해 애초 3년이었던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의 체류기간을 극히 일부에 대해서는 점차 9년 8개월까지 늘려 왔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일부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체류를 허용하는 점수제 비자제도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 과정은 고용허가제가 내세우고 있는 ‘단기순환 원칙’과 현실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주노동자들이 길게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며 적응한 곳에서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통계청의 2015년 조사를 보면 전체 체류외국인의 85.6퍼센트가 체류기간 만료 이후 계속 체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2월 내놓은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18 ~ 2022년)에서 “정주화 방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순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체류기간] 만기도래자 출국 유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없으므로, 결국 정부가 기댈 수 있는 수단은 야만적인 단속추방이 될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고용허가제를 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는 듯하다. 대체로 업종 이동 제한은 그대로 둔 채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 업종 제한을 유지하면 노동자들은 여전히 처우가 열악한 3D 업종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장 이동 제한은 없으나 업종 제한의 구속을 받는 방문취업제(H2)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근본적으로 고용허가제는 ‘사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단기적으로 공급한다’는 전제 위에 설계돼 있다. 사업장과 업종 이동 제한, 체류기간 제한은 이런 필요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전제 위에서 제도를 개정을 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언제 어디서든 이주 노동자들이 노동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지난 14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라고 비판해 왔다. 고용허가제 폐지를 분명히 하면서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단속 중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 항의 목소리가 계속되다

정부의 야만적 단속으로 인해 희생된 미얀마 출신 건설 노동자 딴저테이 씨의 죽음에 대한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사건이 벌어졌던 김포 인근인 인천지역의 이주운동 단체들과 민주노총 인천본부, 미얀마공동체 등을 중심으로 대책위가 만들어졌다. 대책위는 단속 중단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월 30일 추모집회를 열었다. 오는 10월 16일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항의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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