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시리아’ 압둘 와합 사무국장:
“난민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활동하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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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0월 13일 ‘2018 한국사회포럼’의 한 워크숍인 ‘한국 난민의 현실, 그리고 난민 혐오에 맞서기’(노동자연대 주관)에서 ‘헬프 시리아’ 압둘 와합 사무국장이 발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압둘 와합입니다. 제가 한국에 온 지는 거의 9년 정도 됐는데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그냥 공부하러 왔어요. 그런데 시리아 상황이 많이 어려워져서 시리아 상황을 알리고 시리아 분들을 도우려고 관심 있는 분들과 손을 잡았어요. 그리고 작은 활동이라도 같이 하자고 해서 ‘헬프 시리아’라는 단체를 설립했어요. 원래는 임시로 하자고 했는데, 시리아 상황이 장기화해 오늘날까지 활동하게 됐습니다.
시리아, 예멘, 아랍 국가에서 난민들이 한국에 왔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 나라가 난민 때문에 혼란스럽다. 고통스럽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들을 때마다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진 않죠. 왜냐하면 아랍 나라들이 모두 어려운 게 아니고, 모두 편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난민이 다 똑같은 상황 때문에 한국에 오는 것도 아니거든요.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 잠깐 말씀드리자면, 시리아 분들은 ‘한국에 난민 신청하러 갑시다’ 해서 온 게 아니에요. 한국에 가서 한국 국민들이 열심히 모은 세금을
그분들은 한국에 잠시 안전하게 머물다 시리아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전해지면 돌아가서 가족들과 같이 생활하려고 생각했어요. 1년 안에 시리아 상황이 다 끝날 거라 생각했어요. 안타깝게도 오늘날까지 시리아 상황이 연장되고 있습니다.
시리아 상황을 잠깐 말씀드릴게요. 시작은 혁명이었습니다. 시리아는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거의 한 가족이 나라를 운영했어요. 하페즈 알 아사드가 1970년부터 2000년까지 독재를 했고, 아들 바샤르 알 아사드가 세습해서 2000년부터 오늘날까지 대통령을 하면서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말로는 쉽지만 현실은 너무 끔찍합니다. 시리아인들은 47년 동안 아무런 자유, 민주주의 없이 살았습니다. ‘프리덤’이라는 단어를 사전으로만 아는 거예요. 현실에서는 ‘프리덤’이 어떤 뜻인지 잘 모릅니다. 아사드 가족을 반대하거나 시리아 정부에 대한 비판 한마디만 해도, 죽을 수 있고 가족까지 다 죽을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조용히 살아 왔습니다.
2010년에 여러분도 잘 아시는 ‘아랍의 봄’이 시작됐죠.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까지. 처음 아랍의 봄이 시작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시리아에서는 아랍의 봄이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군인, 경찰, 비밀경찰들이 어마어마하게 힘이 세고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예측했는데, 2011년 3월에
1년 동안은 평화롭고 안전하고 매우 멋진 방식으로 혁명이 진행됐어요.
그래서 시리아 상황을 잘 모르는 분들은 ‘이건 종교 전쟁이다’
숫자로 말씀드리면, 시리아 인구가 2011년 기준 2300만 명인데, 그중 1300만 명이 집을 떠나 살고 있습니다. 1300만 명 중 600만 명은 시리아를 떠나 전 세계에 흩어져 난민 생활을 하고 있고, 한국에 와 있는 분들은 현재 1200명 정도예요. 시리아에 남아 있는 분들은 집을 떠났지만 시리아를 떠날 수 없는 실향민인데, 그런 분들이 700만 명 정도 있습니다. 그 700만 명은 시리아에서 정말 끔찍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텐트에서 생활하고, 두려움과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그래서 희망이 없습니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언제 폭탄이 떨어져 죽을지도 모릅니다. 시리아 상황이 장기화돼 국제사회도 관심이 없거나 익숙해지거나 해서 실향민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구호물자 같은 지원이 잘 가고 있지 않아요. 시리아 내 난민 캠프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힘들게 살고 있고 정말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1200명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그분들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난민 신청하러
멀리서 보면 한국이 엄청 멋있고 깔끔하고 예쁜 나라로 보이고, 시스템이 잘 돼 있고 일관성이 있는 나라로 보여요. 그러나 난민 신청만 하면 한국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1200명이 한국법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말은 ‘인도적 체류’이지만, 현실은 ‘비인격적 차별’입니다. 그분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고, 일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일하기 위한 허가를 받기가 어마어마하게 어려워요. 이동도 가끔식 제한될 수 있고, 비자 연장기간은 출입국 직원 마음에 따라, 어떤 때는 3개월, 어떤 때는 6개월, 또 어떤 때는 1년을 해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도적 체류자 분들은 너무 어렵고 불안해 하고 있어요. 특히 요즘엔 사회적 시각 때문에 많이 불안해 합니다. 시리아 사람들이 서울 밖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데, 눈에 띄는 곳에서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 전까진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오셔서 난민 문제가 불거지니까 이제는 시리아 난민까지 다 혐오하고 이상한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들은 그동안 신경쓰지 않다가 예멘 난민 입국 이후에 매일매일 지켜보고 어디 가는지 언제 들어오는지 어디 가서 뭐 먹었는지 혹시 난민이 술 먹었는지 돼지고기 먹었는지
물론 부정적으로만 말하면 안 되는 게 착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은 너무 많아요. 그런데 착한 사람들은 너무 많지만 같이 모여서 연대하고 활동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아요. 난민 반대하는 사람들은 숫자가 그렇게 많진 않지만 체계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난민들은 학대당할까 봐 두렵고 밖에 나가기도 어렵고 매우 조용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