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신

10월 13일 ‘2018 한국사회포럼’에서 ‘한국 난민의 현실, 그리고 난민 혐오에 맞서기’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노동자연대가 주관했다.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사무국장,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활동가, 노동자연대 이정원 운영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시리아 출신 유학생으로 시리아의 끔찍한 상황을 전하며 난민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 왔다. 박정형 활동가와 이정원 운영위원은 지난 9월 16일 난민 방어 집회를 조직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토론회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100여 명이 참가해 난민 문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 줬다. 대학생, 청년, 노동자 등 참가자 구성도 다양했다. 인터넷 광고 등을 보고 참가한 청소년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발제를 매우 집중해서 들었고, 난민들의 처지에 공감했다. 한국 정부의 냉혹함을 폭로할 때는 탄식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시리아 혁명이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왜곡된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종파갈등을 부추겼고 그 결과 아이시스 같은 세력이 등장하는 등 끔찍한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시리아 인구의 절반이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크게 증가했는데,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의 제국주의적 개입에 그 책임이 있다. 압둘 와합 사무국장이 전한 시리아 상황은 이를 잘 보여 줬다.

또한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긴 심사 기간을 기다리고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 얼마나 좌절하는지를 전했다. 정부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데, ‘인도적 체류 지위’는 전혀 인도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취업 허가를 받기도 어렵고, 비자연장 기간도 출입국·외국인청 직원 마음에 따라 다르다.”

박정형 활동가는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오게 된 배경과 제주 예멘 난민들의 열악한 상황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그리고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박정형 활동가는 난민 혐오가 확산된 데는 한국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첫 공식 발표가 ‘무사증이 악용되고 있으므로 예멘을 무사증 입국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이후 난민 반대 집회에서 똑같은 ‘악용 프레임’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는 ‘세계난민의 날’ 하루 전에도 ‘허위 난민 신청 브로커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며 난민들에게 ‘불법’ 이미지를 덧씌웠다고 했다.

이정원 운영위원은 극우 기독교와 우파 정치인들이 서로를 고무하며 난민 문제를 정치권으로 가져와 쟁점화하는 흐름이 우익 결집과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가 이런 우익들에 굴복해 난민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고용률 악화 등에 대한 분노를 이주민에게 떠넘기려는 정부 자신의 필요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지기는커녕 최근 더 강화되는 추세인 것은 인종차별이 자본주의 체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난민과 이주민을 방어하는 대중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연대

청중토론도 활발했고, 흥미로웠다. 한 발언자는 서방 지배자들이 제국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슬람 혐오를 고안하고 조장해 온 역사를 폭로했다.

자본주의 체제가 노예무역으로 성장했던 역사를 소개하며 ‘경제적 목적의 난민’은 난민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박한 발언자도 있었다.

한 대학생은 9월 16일 난민 연대 집회를 캠퍼스에서 조직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즈음해 대학생들이 난민 혐오 반대 집회를 열어보려 한다고 밝혔다.

난민 연대 운동이 더욱 성장하려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자 운동이 진지하게 난민 방어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제공 <노동과세계>

이날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와 참가자들 모두 난민을 방어하는 목소리와 운동이 더 성장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난민에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민에 연대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같이 모여서 활동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난민 반대하는 사람들은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체계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난민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몇 달 사이에 한국 사회에서 난민 문제는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고, 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중에는 제주 예멘 난민들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16일 난민 방어 집회에 이어 난민에 대한 연대가 왜 중요한지를 다루는 토론회가 성공적으로 열린 것은 고무적이다. 이날 토론이 앞으로 난민 방어 운동을 건설해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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