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자금을 댄 산업은행은 한국GM의 협박에 무기력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노동자들 스스로 국유화 투쟁에 나서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출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사무지회

한국GM이 연구개발 부문(기술연구소, 디자인센터, 파워트레인 등)을 별도의 회사로 떼어내는 법인 분리 절차에 돌입했다. 10월 4일 이사회 결의에 이어 19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사측의 계획대로라면 12월 초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진다.

한국GM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78.2퍼센트의 높은 지지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함을 보여 준다.

연구개발은 완성차 기업의 세계시장 경쟁력에 필수적인 부문이다. 치열한 판매 경쟁 때문에 빠른 속도로 신차를 출시하고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야 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문을 떼어내겠다는 것은 GM의 한국 공장 위상을 낮추고 생산을 축소하는 계획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법인이 분리되면 공장 철수도 좀더 용이해질 수 있다. 앞으로 더 큰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칠 수 있는 것이다.

분리된 연구개발 회사는 법적으로 기존의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도 되고 단체협약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측은 이미 단협 적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보호망도 없이 조건 후퇴 압박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한국GM이 정부로부터 8100억 원을 지원받은 지 5개월 만에 신속히 이뤄졌다. GM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신 한국 공장에서 신차종을 생산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뒤통수를 친 것이다. 지금 한국GM은 연구개발 부문 법인 분리뿐 아니라, 정비사업소 외주화, 비정규직 해고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는 아니다. 최근 폭로된 것을 보면, 정부와 GM 사이에 협상이 체결된 5월 이전에 이미 GM은 정부에 법인 분리 의사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본지가 거듭 주장했듯이, 정부가 자금 지원과 특혜 제공으로 GM을 한동안 붙잡을 수 있더라도 그것은 미봉책일 수 있다. GM이 여러 나라들에서 공장 철수를 협박하며 정부의 재정 지원과 노조의 임금 양보를 얻어 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뒤통수를 치고 철수해 온 사례가 많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법인 분리에 반대한다며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비토권 행사 의사를 밝혔지만, 어떤 효과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것뿐인 것은 아니다.

정부는 경제 불황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GM이 일자리를 쥐고 흔들며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악화를 위협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

GM이 한국 공장을 축소하고 철수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GM을 인수하고 운영해(국유기업화)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국유화는 결코 비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 GM은 애초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며 한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지원 받았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또다시 수천억 원을 지원 받았다. 이런 돈은 GM 사용자 측의 배를 불리는 데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쓰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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