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초착취당했다 ⓒ출처 SBS

대표적인 양승태 재판 거래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재상고심이 10월 30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제 강점기 때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무임금으로 초착취당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피해자 4명은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승소했지만 일본 기업(현 신일철주금)이 이에 불복하면서 재상고심이 시작됐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관계에 있어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장이던 양승태가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긴 탓에 재판은 질질 끌렸다. 이렇게 소송이 지연되는 사이 원고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강제징용 문제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과거를 청산하는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구축하려 한 전후 질서(당시에는 대소련, 현재는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집단안보체제) 아래서 번번이 묻혀 버렸다.

미국은 끊임없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국교 정상화를 촉구했다. 박정희 정권은 이에 적극 호응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식민지 피해 청구권을 경제 개발 자금과 맞바꿨다. 그리고 이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을 선언했다.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헐값에 팔아넘긴 것이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과거 식민지 전쟁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는 것이 오늘날 밀어붙이고자 하는 군사대국화 계획에 차질을 준다고 여긴다.

이번 재판에서 일본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따라서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는 단지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의 제국주의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이 문제에서 역대 한국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도 언제나 끝내 제국주의 질서에 편승했다. 민주당 정부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여러 언론들이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선언) 20주년을 부각했지만, 이 선언은 1965년 한일협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도 “역사와 외교·안보의 투 트랙”을 말한다. 하지만 강조점은 명백히 후자에 있다.

올해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문제가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랍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합의 파기 선언은 하지 않은 채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시사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10억 엔 반환은 유보하고 이를 한국 돈으로 그저 대신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가 위안부 외교 회담과 함께 추진해 거센 반발을 일으켰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올해 8월 슬그머니 연장했다.

문재인 정부도 근본에서는 한미동맹과 일본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중시한다. 이 점에선 전임 우파 정부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양승태 사법농단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도 매우 큰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 둘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대법원도 여론의 눈치를 볼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패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라. 정부 또한 일본의 전쟁 범죄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외교적 계산을 이유로 외면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