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김일성을 찬양했다는 글이 떠돌았다. 가짜뉴스였다. 베트남 방문 당시 호치민의 거소를 찾아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 하고 쓴 글이 김일성 찬양글로 둔갑해 떠돈 것이다.

이후 이낙연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문재인은 8일 국무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 하고 말하며 방통위가 마련해 온 안을 반려시키고 더 강력한 대책을 지시했다. 16일 법무부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고소·고발 없이도 명예훼손 등의 수사에 적극 착수하겠다는 것, 정보통신망법에 삭제 요청권을 규정하고, 언론이 아닌데 언론처럼 꾸며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는 경우 처벌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언론중재법). 민주당은 네이버, 유튜브 같은 인터넷 사업자에 허위조작정보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총리가 호치민 전 베트남 주석 거소의 방명록에 남긴 글. 이 글이 김일성 찬양 가짜뉴스로 둔갑해 온라인에 유포된 후 법무부가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조작하는 우익들의 가짜뉴스는 역겹다. 〈한겨레〉는 기독교 우익인 “에스더 기도 운동”이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고 댓글 부대를 양성했다고 폭로했다.

“에스더 기도 운동”은 아동 성폭행은 이슬람 문화의 일부라는 둥 동성애 커플 주례 거부 목사가 징역형을 받았다는 둥 혐오를 선동하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이들은 우파 정부 때 여론 공작을 적극 벌였던 국가정보원과도 유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익 유튜브 채널들도 박근혜 태블릿 PC 조작설 등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할 이유는 없다. 우파 정권 9년 동안 권력을 동원해 정권 비판을 가로막았던 자유한국당 세력이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 여론조사에서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 찬성이 63.5퍼센트로 반대(20.7퍼센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국가 규제의 문제점

그러나 우익의 거짓말이 싫어도 국가가 가짜뉴스를 적극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에 찬성할 수는 없다.

우선 ‘가짜’가 무엇인지를 국가가 판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기 십상이다. 민주당 법안에서 ‘가짜’는 법원, 중앙선관위 같은 국가기관이 판단한다. 이런 기관들은 정권과 정세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곤 했다. 이명박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이나 박근혜와 최태민·최순실의 유착 주장은 과거 정권에서 허위 사실 취급받고 그런 주장을 한 사람들이 처벌을 받았다. 법안을 발의한 박광온 의원은 법원 등이 “독립적 기관”이라고 하지만, 바로 얼마 전 사법 거래가 폭로된 마당에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 정권이 표현의 자유 문제에서 정말로 진지하다고 볼 수도 없다. 표현은커녕 생각할 자유까지 구속하는 국가보안법을 문재인 정부는 건드릴 생각이 없다. 이 정부 들어서도 경찰은 증거까지 조작하며 대북 사업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6월에 문재인 정부는 경찰의 자율적 수사권을 강화시켜 줬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허위조작정보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도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를 이용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게시물을 30일 동안 차단할 수 있다. 기업, 정치인 등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삭제하기 위해 악용한다. 차단에 비해 복구가 더 힘들게 돼 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는 본인이 아니라도 고발할 수 있어 권력자들에게 유리하다. 그런데 이번 법무부 발표는 심지어 고발을 하지 않아도 우선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직후 발표한 내용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의 가짜뉴스 방지법은 본인이 아니라도 신고하면 포털·SNS 등 인터넷 사업자가 글을 삭제해야 한다. 위반하면 고액의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이 사기업들은 삭제 위주로 대응할 확률이 높다. 지금 임시조치가 그런 식으로 운영된다.

요컨대, 가짜뉴스 단속 강화의 칼날은 우익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 나중에는 좌파에게도 칼날이 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지금 국가가 추진하는 가짜뉴스 규제에 반대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혐오스런 우익들을 약화시키는 가장 좋은 수단은 무엇보다도 현실에서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이 벌어질 때 우익들은 온갖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그러나 수십만 명이 매주 광장에 나와 행동을 통해 그 내용을 반박하자, 가짜뉴스는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가가 아니라 노동계급 스스로의 행동에 의존해야 계급 사회의 진실을 포착할 노동계급의 세계관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많아야 한다.


가짜뉴스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할까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트럼프 당선을 꺼렸던 서구의 주류 언론은 트럼프 당선을 페이스북에 퍼진 가짜뉴스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이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페이스북 가짜뉴스에 대중이 속은 결과였다는 식으로 말한다. 트럼프조차도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주류 언론들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영향력은 대개 제한적이다. SNS는 비교적 동질적 그룹끼리만 소통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그룹 안에서 입맛에 맞는 정보는 쉽게 퍼진다. 심지어 가짜뉴스라는 걸 알면서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특성 덕에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폐쇄적인 집단 안에서 가짜뉴스는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확증편향). 그러나 같은 이유로 특정 집단 밖으로 퍼지는 데 흔히 한계가 있다.

가짜뉴스를 동원한 우익들의 비방에도 문재인 지지율은 별로 영향 받지 않았다. 지지율의 위기는 오히려 왼쪽으로부터 왔다. 우익 가짜뉴스의 주요 독자층이라고 하는 노년층에서도 2016년에 비해 2017년 메시징 서비스와 SNS로 접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다(언론수용자의식조사).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위기감의 반영일 수 있다. 진짜 원인을 가리면서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특히 혐오스런 우익을 타겟으로 한 것은 반우파 정서가 강한 개혁적 지지층을 붙잡아 놓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우익들의 가짜뉴스가 퍼뜨리는 터무니없는 왜곡과 조작, 논리를 공격하면 정권의 정당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민주당이 가짜뉴스 방지법에 일제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거나 ‘위안부’를 모욕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끼워 넣을 것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구조 실패 이후 박근혜, 국회 탄핵 이후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이 가짜뉴스 단속을 말한 것도 참고 사례로 삼을 수 있다. 일본 정부도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사고 대응은 무능했지만, ‘유언비어 단속’은 신속하게 시작했었다. 이런 시도들도 진실을 가리는 데에 실패했다. 사람들이 믿지 않고 저항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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