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립 유치원들의 비리 실상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뜨겁다. 10월 11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17개 시도 교육청이 유치원 2058곳을 감사한 결과, 회계부정 5951건(약 269억 원)이 발견됐다며 유치원 실명을 공개했다. 전체 유치원의 30퍼센트 가량을 조사한 결과인데, 그 중 90퍼센트 이상에서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이 비리의 압도 다수는 사립 유치원들이 저지른 것이었다. 이들은 교직원을 허위로 등록해 자금을 유용하고, 교구나 교재 납품 업체들에게 리베이트를 받고, 식자재를 빼돌려 왔다. 심지어 유치원 운영비를 명품 핸드백, 호텔, 여행 경비로 쓴 경우도 있었다.

“도둑질은 그만”하라며 학부모 수백 명이 거리에 나선 이유다. 이들은 사립 유치원에 대한 감시·처벌 강화와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립 유치원들에 대한 국가 지원은 2조 원이 넘고, 이는 사립 유치원 지출 총액의 49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런데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이를 제 돈처럼 써 온 것이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원장이 고액 월급과 많은 혜택을 챙길 동안 아이들에게는 질 낮은 밥·간식이 제공됐고, 교사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아 왔다. 원장의 설 상여금이 750만 원인데 반해, 교사는 겨우 5만 원인 곳도 있었다. 저임금과 열악한 조건 때문에 사립 유치원의 교사 3명 중 1명은 1년을 못 버티고 일을 그만둔다.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유아 교육이 될 리 없다.

그런데도 사립 유치원의 70퍼센트를 포괄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한유총은 사립 유치원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경영자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해도 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사립 유치원은 ‘교육 공무원’보다 훨씬 깨끗해!” 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교육부와 교육청 관료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썩기는 피장파장이라며 자신들의 부패를 덮으려는 술책일 것이다.

물론 교육부 관료들의 부패는 오래된 일이다. 그 중 유치원장들과 교육부 관료들의 부패한 유착관계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2013년부터 교육청 감사가 있었지만 수년간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며 “유치원, 교육부의 부패 유착 가능성에 대해” 추가로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정말이지 모든 부패 의혹이 성역 없이 밝혀져야 한다.

시장주의 정책의 결과

사립 유치원 비리는 이제껏 유아 교육을 시장에 의존해 온 정부 정책이 낳은 결과다.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은 유아 교육·보육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 미래의 노동력 재생산을 위협하는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여성 노동력 활용을 늘리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한국의 유아 교육·보육 서비스는 민간 시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정부들은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거듭했지만 2000년대를 거치는 동안 국공립 유치원 비율은 거의 정체했다. 지난 몇 년간 증가 추세지만 여전히 국공립의 비율은 25.5퍼센트에 불과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정부는 민간 유치원 설립 요건을 완화해 서비스 공급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한편, 서비스 이용자에게 돈을 지원해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방식을 택해 왔다. 이런 방식은 국가의 재정 부담을 어느 정도 증가시키긴 하지만,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국공립 유치원 설립)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이처럼 유아 교육·보육을 민간 업자에게 의존하다 보니, 유치원 운영이 이윤 추구에 종속됐다. 질 낮은 교육 환경, 노동조건, 원장들의 비리 문제는 그 단면이다. 

대학보다 더 가기 어렵다는 국공립 유치원 ⓒ조승진

문재인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을 임기 내에 40퍼센트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그 실행은 매우 미흡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공립 유치원의 비중 증가는 0.6퍼센트포인트에 그쳐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게다가 예산 부족과 사립 유치원의 반발 때문에 대도시 지역은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비율이 16.6퍼센트에 불과하다. 정부는 교육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교사 확충 요구를 무시하고, 2019년 국공립 유치원 교사 신규 임용 수를 지난해의 70퍼센트 수준으로 줄였다.

문재인 정부와 전 교육부 장관 김상곤은 이미 한유총의 반발에 한발 물러선 바 있다. 한유총은 지난해 9월 집단 휴업 등을 협박하며 국공립 유치원 확대·사립 유치원 회계 관리 강화 계획 등에 반발한 바 있다. 〈노컷뉴스〉의 폭로에 따르면, 그 뒤 정부가 추진하던 국가 차원의 사립 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 사업이 슬그머니 중단됐다. 2010년에도 당시 경기도지사 남경필이 어린이집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다가 어린이집연합회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한유총이 휴업 협박을 할 때 당시 교육위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현 교육부 장관 유은혜가 중재를 했었다. 교육부 장관 유은혜가 과연 이번 사태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민주당은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다. 사립 유치원 국가회계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사립 유치원에 지급하는 돈의 명목을 ‘지원금’에서 ‘보조금’으로 바꿔 부정 사용한 돈은 처벌·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이는 물론 필요한 조처이지만 사립 유치원 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규제를 일부 강화하는 조처만으로는 한계가 크다.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양질의 유아 교육을 하려면 정부 지원을 확대해 국공립 유치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국공립 유치원을 최소 50퍼센트 이상 확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중당은 국공립 유치원 교원 수를 2배로 확대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사회서비스 분야의 문제도 들춰지고 있다. 어린이집, 요양, 간병, 장애인 돌봄 시설 등도 유치원과 마찬가지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가 시장화돼 있고 정부는 민간의 이윤을 보전해 주는 방향의 구조 말이다. 이 때문에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후퇴시켰다.

이에 맞서 최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은 노인 요양시설 비리 전면 감사와 요양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며 정부청사 앞 삭발 농성에 들어갔다. 공공운수노조 보육 1, 2지부는 “어린이집 비리도 심각하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보육 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시장 논리를 수용해 온 민주당에 기대서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 확충을 위해서도 노동계급의 투쟁이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