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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은 어떻게 경비 노동자를 쥐어짜 왔는가

경비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많은 경비 노동자들은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심지어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은 지도 몇 년 안 됐다. 2007년부터 최저임금 70퍼센트를 적용받기 시작해 2015년부터 비로소 100퍼센트를 적용받게 됐다. 경비원은 감시단속 업무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최저임금법 적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조차 회피하려 한다. 2015년을 전후로 특히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임금 삭감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칼날은 최근 연세대 등 대학 경비 노동자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활용한 대표적 방안은 첫째,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억제하는 것이다.

올해 서울시가 발표한 아파트 경비원 고용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원 1일 휴게시간이 지난해보다 38.7분 늘었다. 경비 노동자의 24시간 근무 중 휴게시간을 명목으로 8시간 가량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쉬는 시간에 업무를 대신할 인력이 충원된 게 아니므로, 결국 쉬지도 못하고 임금만 줄어든다.

둘째, 지금 연세대가 추진하듯 노동자들의 근무형태를 변경하는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되 임금을 대폭 깎는 방식이다.

그러나 경비는 대표적인 저임금 직군으로, 투쟁으로 조건을 개선 해 온 대학 경비 노동자들조차 24시간 맞교대로 뼈 빠지게 일하고도 고작 200만 원을 약간 웃도는 임금을 받는다. 소규모·미조직 사업장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노동시간 단축은 경비 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한 처지로 내몰 것이다.

근무형태 변경은 기계경비 시스템의 도입·확대과 결합되곤 한다. 일부 시간대 업무를 기계경비가 대체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흔히 인력감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필연적일 이유는 전혀 없지만, 사용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등 노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기계경비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금 연세대 등에서 일부 대학들도 올해 말 정년퇴직자 자연감소분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려 한다.

이럴 때 사용자들은 CCTV 등 기계경비가 마치 경비 노동자들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과장이다. 이른바 ‘무인 경비’란 CCTV, 감지기 등을 이용해 원격지의 관제센터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경비 노동자 없는 완전한 ‘무인’ 시스템은 없다.

무엇보다 기계 장비는 결코 경비 노동자가 하는 일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 CCTV 등은 화재, 도난 등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즉각적 대처를 하려면 인간 노동이 필요하다. 경비 노동자가 적거나 현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안전 관리가 효율적으로 되기 어렵다. 기계경비로 대체한 아파트에서 경비 노동자가 실행하던 다양한 편의들이 사라져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사용자들은 기계경비의 효과를 과장하며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물론 지금의 24시간 맞교대 체제는 즉각 개선돼야 한다. 장시간 밤샘노동은 경비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에 여러 고통을 준다. 많은 경비 노동자들은 좁고 열악한 초소에서 새우잠을 자며 일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노동시간이 대폭 줄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후퇴 없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임금삭감을 전제하는 것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비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