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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노동의 미래를 바꿀까?
⑤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까?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널리 퍼진 또 하나의 신화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것은 “로봇 혁명”이 새로운 세계를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과 함께 대량 실업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령 옥스퍼드대학교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미국 내 직업 702개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주장했다. “47퍼센트의 일자리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로 사라질 위험이 크다.”

김세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술 진보가 국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프레이와 오스본 교수보다 더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 국내 일자리의 무려 55~57퍼센트가 첨단 기술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 기존 기계화·자동화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변화를 노동의 세계에 몰고 올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전의 기계화가 인간을 기계 부속품으로 전락시켰다면, 이제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보다 더 뛰어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것이다.

언론들은 이런 두려움을 자극하는 보도를 끊임없이 쏟아 낸다.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 콜센터 직원 대신 예약 업무를 할 수 있다든지,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진료하고 간호 로봇이 환자를 돌볼 수 있다든지, 컴퓨터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와 자산관리와 법률 조언을 해 준다든지 등이 그런 사례다. 운전자 없는 자율 주행 자동차, 캐셔 없는 무인 계산대, 작가처럼 창의적인 글을 쓰는 내러티브 생성 프로그램도 자주 소개된다.

선정성을 좇는 언론만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2016년에 내놓은 자료(관계부처 합동)에도 이런 전망이 넘쳐난다: “지능형 로봇 ‑ 청소, 요리, 간병 등에 특화된 감성형 가사 로봇 보편화”, “커넥티드 홈 ‑ 모든 전자제품의 자율 제어로 가사노동에서 해방”, “자율 주행 자동차 ‑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행하는 무인버스·택시 및 무인 물류 상용화”, “스마트 공장 ‑ 수요 예측과 맞춤형 생산으로 효율 극대화 및 불량 최소화.”

부풀리기

물론 로봇 도입 같은 디지털 자동화가 노동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산업 로봇 도입에 관한 연구들은 저임금 반숙련 일자리가 조금 줄고, 노동시간과 강도는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유토피아적 미래를 가리키는 호들갑이 참말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단순한 과장이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자동차는 당장 일자리를 앗아갈 정도가 못 된다. 현재 운전 소프트웨어는 아직 악천후나, 수신호가 필요한 복잡한 교통 상황에 대처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설사 기술이 그런 수준에 이르더라도 화물차 운전자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물차 운전자는 특정 지점으로 차를 몰고 가서 화물을 특정 장소에 옮기는 일을 한다. 짐 옮기는 로봇이 동승하지 않는 한 자율 주행 자동차 자체가 화물차 운전자의 일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지능형 감성 로봇이 청소, 요리, 간병 등을 한다는 것도 그야말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컴퓨터 자산 관리 같은 서비스도 그 신뢰도는 아직 매우 낮다. 투자 관리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 ‘로보 어드바이저’는 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층 일부로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예로, 스마트 공장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주장도 과장이다. 독일의 스마트 공장(로봇 자동화)을 조사한 연구자들은 로봇 사용이 생산성 향상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했다(2016년). 노동자들은 로봇이 잘 작동하는지 계속 모니터링 하느라 더 강도 높은 노동에 놓여 있었다.

17개국을 대상으로 로봇 도입의 효과를 조사한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경제성과연구소의 게오르크 그레츠와 가이 마이클스 교수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14년 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로봇 사용으로 처음에 미미하게 늘었던 수익이 이후 점점 줄어들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로봇 도입의 효과가 이전의 혁신 기술들보다 오히려 작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J 고든은 작업장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면서 생산성이 지속 증대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 향상에 미친 효과는 전기, 상수도, 공중위생 등보다 작다고 주장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 세계에 미치는 잠재적 효과가 널리 알려진 신화보다 매우 제한적임을 보여 준다.

인간 로봇?

그렇다고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세계적으로 로봇 사용이 빠르게 늘어 왔다. 특히, 한국은 수년 동안 로봇 자동화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현재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531대가 사용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갑절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싱가포르(398대), 일본(305대), 독일(301대)이 그 뒤를 바싹 쫓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데는 여전히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첫째, 로봇이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다. 인공지능 기술은 실제보다 매우 부풀려져 있다.

인공지능 로봇 연구자들은 인간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두 발로 서서 스스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 그런 예다. 완전 자동화된 로봇은 극히 단순한 일을 한다. 바닥 청소가 그런 사례다. 완전한 인간 동작 복제는 한참 멀었다.

로봇 강국 일본에서 발생한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이를 잘 보여 줬다. 당시 도쿄전력은 냉각 장치가 멈추자 로봇 투입을 결정했지만, 로봇은 단순한 임무조차 수행하지 못했다.

4년 뒤인 2015년,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재난 대응 로봇 경진대회를 열었지만,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발전소 안에 들어가 냉각수가 새고 있는 파이프를 잠그는 것 같은 간단한 임무였지만, 출전 로봇들은 대부분 제한 시간 안에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한국 카이스트팀 로봇(휴보)이 우승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대회에 대해 서울대학교 연구자들은 이렇게 정리했다: 2족 보행이 실제로 쓰이기는 어렵다. 로봇이 사람 도움(원격 조종) 없이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동작하기도 어렵다. 어떤 로봇도 전신 운동을 보여 주지 못했다(‘DRC Final 2015 참가팀들의 결고 분석’, 〈로봇과 인간〉 제12권 4호).

물론 그 뒤 몇 년 동안 2족 보행이나 전신운동 등이 개선되기는 했다. 하지만 “요리·청소·간호 로봇의 보편화”(정부 합동부처 자료) 같은 전망은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멀다.

사람처럼 사고하는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로 관심을 끈 딥 러닝은 컴퓨터가 진정한 지능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인공 지능과 인간 두뇌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의 성능이 좋아지더라도 그 로봇이 다른 일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로봇은 하나의 업무를 위해 프로그래밍 되며, 이렇게 입력된 지식을 다른 업무로 스스로 전환할 능력이 없다. 현존하는 인공지능은 대부분 특정 영역에 국한된 지능만 갖추고 있다.

기계 학습(머신 러닝) 능력에 대한 환상이 널리 퍼져 있지만, 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 다니엘라 러스 소장은 “로봇 추리력의 범위는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대처 방법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처하면 “로봇은 에러 상태로 들어가 작동을 멈춘다.”

기계 학습 중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딥 러닝(알파고에 적용)도 결국 어떻게 학습하는가를 사람이 다 설계해 줘야 한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과 인간 두뇌가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비록 인공지능이 인공적으로 신경회로를 만들어 인간 두뇌를 조금 흉내 낸 것이기는 하지만, 지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존 패링턴 옥스퍼드대학교 우스터칼리지 부교수는, 인공지능에 열광하며 생각하는 컴퓨터의 출현을 예견하는 사람들은 인간 뇌의 진정한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 1000억 개를 담고 있다. 그런데 각각의 신경세포는 평균적으로 1000개의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있어서 그 연결 가닥의 수는 1000조 개에 이르고, 그 모든 연결 가닥에서 전기 자극이 교환된다. 그만한 수준의 회로를 가진 컴퓨터는 지금까지도 전혀 없다.

“게다가 뇌는 그저 크기만 한 회로판인 것도 아니다. 신경세포들이 연결된 구조도 봐야 한다. 그 구조는 DNA의 영향도 받지만, 하나의 개체로서 인간 경험의 영향도 받는다.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생물학적 개체[인간]들 사이 의사소통의 독특함을 상징한다. 자의식적 사고를 하고 사상과 생각을 서로 나누는 인간의 유일무이한 특성이 그 독특함의 하나이다.

“이런 의사소통은 단지 전기적 자극으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양한 화학적 전달 물질도 필요하다. 이런 연결망 전체인 이 복잡한 물질[뇌]의 기능에 대해 우리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을 흉내 낸 기계를 만들지 못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위와 같은 점들 때문에, 로봇이 인간 노동을 단순 대체하기는 어렵다. 유연성과 융통성 부족이 그런 사례다. 그래서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는 로봇을 사람들로 일부 교체하고 있다. 로봇 연구자들은 협업 로봇(코봇)이라는 대안적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로봇과 사람이 나란히 작동함으로써 유연성과 창의성을 결합시키려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감정 노동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최근 영국 NHS는 간호 로봇의 도입을 예고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간호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위험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서 비롯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간호 로봇은 돌봄 노동자들의 구실을 대체할 수 없다 ⓒ출처 iRob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