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공립 유치원을 40퍼센트로 확충하는 계획을 애초보다 1년 당겨 2021년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국·공립 유치원 500개 학급을 확충하려던 계획을 1000개 학급 확충으로 수정했다.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감사·감시·처벌 강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유치원 비리에 대한 공분과 기층의 압력이 일정 부분 수용된 결과다. 10월 11일 박용진 의원이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뒤 학부모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7억 원가량을 횡령한 동탄 지역의 환희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200명이 모여 원장에게 공개 사과를 받아 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동탄 지역 집회도 열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집회를 열자는 요구들이 나오던 참이었다.

미흡한 개혁 때문에 문재인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노동자들의 불만은 커지는 상황에서 여론을 달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교육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망스러운 분야로 꼽혀 왔다. 유아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해 온 사람들은 이번 발표를 대체로 환영하며 대책을 제대로 실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구심

그런데 정부가 과연 자신의 말을 제대로 실현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이제까지 정부들은 사립 유치원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보육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교육부·교육청 관료들, 정치인들과 사립 유치원들 간의 부패한 유착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공약했고 국가 차원의 유치원 회계 시스템을 추진했지만, 사립 유치원들의 반발 때문에 이미 지난해 후퇴한 바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2014년 국회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 상속세를 비과세해야 한다며 사립 유치원 원장들의 이해관계를 옹호했던 적이 있다. 경기도 교육청도 지난 몇 년간 사립 유치원들에 특정감사를 진행했는데 내년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번복한 바 있어 의혹을 샀다. 보수 야당뿐 아니라 여권 인사들도 사립 유치원들과 유착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 폭로가 나오는 데 기여한 ‘정치하는 엄마들’은 “정계·교육부처와 유아교육기관 유착 의혹”도 밝히라고 요구하며, “이번 대책이 발표로만 끝나지 않게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장하나 민주당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지난해 결성됐는데, 정부와 교육청들에 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정보 공개 청구와 소송 등을 진행해 왔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박용진 의원의 폭로가 이어진 것이었다.

정부는 이번에 국공립 유치원 확충 계획을 발표했지만 재원과 인력 확충 방안이 충분치 않다. 정부는 2019년 예산 5000억 원에 필요하면 예비비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2000억 원가량을 투입해 501개 학급을 늘렸지만,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수는 32명 느는 데 그쳤다. 사립 유치원들의 반발을 피하고 재정을 절감하려고 수요가 적은 곳에 국공립 유치원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 비율이 전국은 25.5퍼센트인 반면 대도시는 16.6퍼센트에 불과하다.

정부는 적은 비용으로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기 위해 공영형·매입형·장기임대형 등으로 국공립의 형태를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영형의 경우는 사립유치원에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형태는 또 다른 비리를 낳는 온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사회에 공영이사를 파견해서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상적인 운영권이 민간 사업주에게 있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슷한 형태인 서울형 어린이집이나 공영형 어린이집 등에서도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반드시 필요한 교사 확충 계획도 이번에 발표되지 않았다. 정부는 2019년 국공립 유치원 교사 신규 임용 수를 지난해의 70퍼센트 수준으로 줄인 바 있는데, 제대로 된 교사 확충 계획을 내야 한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비리를 없애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교사들의 고용 안전이다. 어떤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불이익당하지 않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하고 말했다. 실제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은 비리를 제보하거나 부당한 처우에 맞서 싸우면 해직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돼 유치원 내부에서 감시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보육 교사 처우가 개선돼야 진정으로 보육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사립 유치원 사이에서 만연한 비리는 이제까지 유아 교육을 시장에 의존해 온 구조가 낳은 결과였다. 비리를 없애려면 이런 구조 자체를 근본에서 바꿔야 한다. 국공립 유치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그 재원은 기업과 부유층 증세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박용진 의원은 “어린이집 비리도 지적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폭로가 확대되길 바란다.

유아 교육과 보육의 공공성 강화는 기업화한 사립 유치원·민간 어린이집의 이윤 논리에 단호하게 도전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노동운동의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