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중앙정부 공무원은 OECD 평균(1763시간)보다 현업직(경찰, 세관 등 상시근무 체제나 주말도 정상 근무하는 공무원)은 약 1000시간, 비현업직은 약 500시간 더 일한다.

문재인 정부는 장시간 근무가 저출산-과로사 등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라며, ‘근무혁신’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올 1월에는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은 결코 장시간 노동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장시간 노동 해소?

첫째, 공무원들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려면 인력 충원이 돼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진척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일반정부(공무원+사회보장기금+공공비영리기관) 고용 비중이 약 7.6퍼센트로 OECD 평균인 18.1퍼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GDP 대비 일반정부 인건비 지출 규모도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즉, 공무원 숫자는 적고 고용의 질도 낮다.

소방공무원은 1인당 담당 인구수가 1579명이고, 근로감독관은 1인당 감독 사업장 수가 1043개나 된다. 집배원은 한 해 20명 안팎이 사고, 뇌출혈,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하고 있어 인력 대폭 충원이 시급하다. 지자체 공무원은 조류독감, 구제역 등에 대처하다가 사고와 과로로 사망한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인구 1000명당 0.4명(OECD 평균은 12명)이다.

문재인은 공무원 인력 충원 없이 노동 강도만 높이려 한다 ⓒ출처 ‘소방의 시시비비’

둘째, 인력 충원을 외면한 채 정부가 장시간 근무관행 해소 방안이라고 내놓은 ‘근무혁신’은 실제로는 유연 근무와 수당 삭감, 노동강도 강화 추진이다.

정부는 바쁠 때는 초과근무를 하고 상대적으로 덜 바쁠 때는 그 시간만큼 단축 근무(또는 연가)하는 “초과근무시간 저축연가제”를 도입했다. 초과수당을 주지 않고 유연하게 근무하라는 것이다.

8월에 발표한 지자체 근무혁신 대책에서는 부서별로 최근 3년간 초과근무시간 평균을 고려하여 초과근무 총량을 부여하고, 이 배분한도 내에서 초과근무를 승인하고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총량 이상의 초과근무는 수당을 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총량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대책이 없다.

부서장 평가에 부서원의 초과근무·연가사용 실적과 부서장 자신의 연가사용 실적을 반영해 성과 평가와의 연계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적용한 ‘업무혁신’을 지자체로 확대하려 한다.

임금 억제

또, 문재인 정부는 해마다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제는 옳지 않다며 “공무원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성과급제는 폐지하겠다면서도, 현 제도를 유지하며 등급 간 차등 지급률만 조금 완화하는 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지난해보다 더 낮은 1.8퍼센트로 책정했다. “공무원 신규 증원에 대한 국민 부담을 줄이고 실업률도 높은 상황에서 공무원이 솔선수범하자는 차원”이라며 말이다. 물가상승률에 비춰 보면 사실상 임금 동결이다.

지난해에도 문재인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임금 양보를 강요했다. 심지어 중앙부처의 경우 초과근무수당, 연가보상비도 줄였다.

신규 채용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정규직 전환은 요란한 빈 수레였음이 증명됐다. 공무원 신규 채용도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기존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 양보로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애먼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장시간 노동 문제와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부자와 기업주에게 세금을 거둬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대화’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주에 맞서 투쟁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정부에 맞서 해고자 원직복직뿐 아니라 수당 삭감 반대,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야 한다. 11월 9일 공무원노조의 연가투쟁은 그 시작을 알리는 자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