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1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는 시흥캠퍼스 철회 투쟁으로 중징계를 받은 서울대 학생12명이 제기한‘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서울대학교)가 2017. 7. 20. 원고들(학생들)에게 한 징계처분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하고 판결했다.

이 학생들은 서울대학교가 경기도 시흥시에 새로 캠퍼스를 만들려 하는 계획에 반대해 왔다. 대학 상업화와 등록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극히 정당한 이유였다. 성낙인 전 총장은 실시협약 체결 전 학생들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6년 느닷없이 협약 체결을 밀어붙였다. 수조 원이 걸린 대형 개발사업에 부동산 투기와 비리 의혹도 제기됐지만 막무가내였다. 

이후로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싸웠다. 2016년 10월부터 총 228일간 벌인 본부(행정관) 점거 농성은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학생 총회에 참가한 수천 명의 학생은 시흥캠퍼스를 막기 위해 점거 농성이 필요하다는 안을 통과시켰다. 점거 투쟁은 비록 목적한 바를 이루지는 못 했지만, 대학 상업화와 서울대 당국의 비민주적 행정을 폭로하는 효과를 냈다.

성낙인 총장은 점거가 끝난 뒤 점거 투쟁을 주도한 학생들을 포함해 12명을 징계했다. 점거 해제를 조건으로 학생들과의 협의체를 발족할 때는“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을 하겠다”라고 말했지만, 열흘밖에 안 지난 2017년 7월 20일 결국 무더기 중징계(무기정학 8명, 유기정학 6~12개월 4명)를 내렸다.

심지어 징계 의결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학생징계위원회(지금의 총장 직무대리인 박찬욱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징계위원회 개최 장소를 당사자들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이처럼 학교 당국이 무리한 징계를 강행한 것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정책에 맞서 항의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기 위함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처럼 최소한의 절차마저 무시한 점이 학교 측에 가장 큰 약점이 됐다.

법원은 “피고의 직원은 징계위원회 개최장소를 알려주지 않았고 … 알려주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징계처분에“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징계처분의 절차 위반이 명백하므로 징계내용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내려진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에서 법원은 ‘학생들의 의견 제시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재량권의 일탈·남용”도 인정한 바 있다. 혹여나 서울대 당국이 이번 판결의 취지를 곡해해 재징계 절차를 밟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학생들의 끈질긴 투쟁과 단단한 연대가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다. 학교 측은 소송 진행 내내 학생들의 투쟁이“대학사회의 지적, 도덕적, 민주주의적 건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였다며 사법부의 보수적 편견을 자극하려 했지만 그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배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을 비롯한 서울대 교수 24명과 정치인 35명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부당 징계에 대한 사회적 지탄 여론에 못 이겨 성낙인 전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학생을 소송이라는 불미스런 공간으로 내몰아서는 아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총장 선거에서 다수의 후보자들도 법원 판결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대 당국은 항소를 포기하고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완전히 무효화해야 한다.

2018년 6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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