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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발전 종합대책:
돈은 못 대겠다는 속 빈 대책

문재인 정부가 10월 초에 “공공의료발전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의료 공공성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그러나 발표한 종합대책은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OECD 꼴찌 수준임을 인정하고 있는 정부의 종합대책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5퍼센트를 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정부의 종합대책의 주된 내용은 공공의료를 책임질 권역 및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책임 의료기관에는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과 사립대병원 등 민간의료기관도 포함된다. 종합대책은 아예 “의료 공급의 90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는 민간의료기관에도 적극적 역할[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민간병원도 공공의료를 할 수 있다며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원했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공공병원을 폐원하지는 않지만 확충 의지도 없다.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할 병원이 없을 경우 공공병원을 보강하거나 신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확히 몇 곳이 부족한지, 공공병원 몇 곳을 더 설립할지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은 내놓지 않은 것을 봐도 그렇다.

결국 수익성 중심의 기존 의료체계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여느 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립대병원의 수익성 위주 경영평가도 교육부만이 아니라 복지부도 공동으로 평가한다는 것 외에 달라지는 점은 없다.

무엇보다 정부가 책임지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종합대책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하고 중앙정부는 조정과 지원 수준에 머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스스로 “시도의 조직과 전문성 부족”을 인정하면서 이런 대책을 내놓는 것은 모순이다. 지방 정부들은 공공의료를 확대할 만한 재정적 능력이 되지 않는다. 결국 지방정부들은 민간의료기관들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종합대책은 “시도 보건의료지원단을 공공보건의료기관에만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을 개정해, 전문적인 독립 재단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공공의료를 민간에 맡기는 것만이 아니라 일종의 의료 민영화라 볼 수도 있다. 또한 공공의료발전 종합대책인데도 “민·관 추진단’을 마련해 이행한다는 걸 보면, 공공의료를 민간에 의존하겠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사줄만한 것은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세워 국가가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의사 인력 위주인데다 규모가 너무 작고,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에 대한 대책은 없다.

사실 ‘공공의료 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 근본에서 모순된다. 규제프리존법 통과, 의료기기 규제 완화, 원격진료,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등 의료 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공공의료를 강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종합대책에 “지역공동체 기반 지속적, 예방적 건강관리 확대”가 있지만 이는 민간보험사들의 건강관리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과 부딪힌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가 대개 그렇듯 공공의료발전 종합대책도 기존 의료 자본을 건드리지 않고 돈 드는 일은 철저히 배제하다보니 알맹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