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양극화 속 민주사회주의당(DSA)이 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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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트럼프를 견제하리란 관측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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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이 결과를 두고 미국 공식정치 내 반응은 엇갈린다. ‘미국 우선주의에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선거가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기꺼워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정부 심판 투표 성격을 띨 것이라고 보여 크게 주목받았다. 또 정치적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한편에서 경제 위기 이후 임금 인상 등 노동계급의 조건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자신을 필두로 한 강경 우파의 인종차별·성차별 공격이 심했다.
투표율이 유난히 높았던 것은 그 반영으로 보인다. 예상 전국 평균 투표율은 51.4퍼센트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민주사회주의당DSA 당원들을 비롯한 “민주적 사회주의 지지” 후보들의 선전이다. 민주적 사회주의 지지 후보들 중 세 명이 뉴욕·시카고·디트로이트에서 78~88퍼센트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고 당선했다.
이 후보들의 당선은 미국에서 사회주의적 대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물론 버니 샌더스나 DSA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와는 다르다.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와 유사하며, DSA는 선거 승리를 중요 목표로 삼는 좌파적 개혁주의 정당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지지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지향하는
대안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오른쪽으로의 결집도 드러났다. 미주리주, 노스다코다주 등 기존의 공화당 강세 지역을 비롯해 격전지인 인디애나주, 플로리다주 상원 선거에서 친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후보가 현직 민주당 의원을 꺾고 당선했다. 미국 공화당 내 강경 우파 경향 ‘티파티’의 핵심 정치인 테드 크루즈도
일부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지원 유세를 한 상원 후보는 승리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자신을 필두로 한 강경 우파가 이민자 배척과 인종차별 등으로 우파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이에 반해, 양극화의 왼쪽 부분이 민주당으로 충분히 모이지는 않은 모양새다. 몇몇 외신이 ‘민주당이 이기는 것이 당연했던 선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대자본가 정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이민·복지·차별·전쟁 문제 등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중의 바람을 대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당은 부자 감세, 미등록 이주민 추방 같은 중요 쟁점에서 트럼프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민주당보다는 차라리 트럼프가 승리하는 게 한반도 평화에 이로우리라고 봤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언한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리란 환상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불평할 정도로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중간선거 날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가 발표된 것에서 보듯, 민주당의 전략적 인내 못지 않게 트럼프의 대북 정책도 신뢰할 수 없다.
중국의 도전을 눌러 버려야 한다는 데 공화당·민주당이 초당적 합의를 이룬 만큼, 중간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무역전쟁을 비롯한 동아시아 제국주의 간 갈등도 계속 악화할 것 같다.
만에 하나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크게 승리했다 하더라도, 친기업적·친제국주의적이기로는 공화당과 꼭 마찬가지인 민주당이 트럼프를 견제할 진정한 대안은 못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해도 개혁주의 정당인 DSA가 미국 지배계급 정당들을 근본에서 견제하는 데에는 커다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중간선거 후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주요 정책들을 계속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그것이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트럼프에 맞선 진정한 반자본주의적 대안이 미국에서 구축돼야 한다. 민주적 사회주의에 표를 던지고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의 등장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준다.
※ 11월 8일에 ‘그만큼 전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전략적 인내’가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언한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리란 환상 때문이다.’ 로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