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원하청 노동자들이 11월 9일 공동파업에 나섰다. 13일에도 할 예정이다.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민들레분회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민들레 분회는 지난달에도 나흘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약속보다 반년이나 늦게 논의에 나서더니 결국 자회사 방안을 내놨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간접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각종 차별도 여전히 남는다. 민들레분회 노동자들은 자회사에 반대하며 서울대병원 측이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희망고문

병원 측은 민들레분회 소속이 아닌 파견용역직 일부는 ‘고도의 전문직’이라며 아예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려 한다. 이들도 병원에 꼭 필요한 일들(전산, 승강기, 임상시험 등)을 하는 노동자들인데 말이다.

병원 측의 이런 태도 때문에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약속은 취임 이후 시간만 끌다가 빈 깡통이 됐다.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1년 넘도록 희망 고문만 하다가 결국 노사가 알아서 하라고 내팽개쳐 버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자회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고용을 할 때조차 별도 직군을 만들거나, 임금체계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 이름표만 달라지고 임금 등 노동조건은 그대로 묶어두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서는 박근혜 적폐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서창석이 여전히 병원장으로 앉아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 

정규직 노동조합인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파업에 나섰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위해 고군분투 해 온 상황에서 잘 조직돼 있고 강력한 힘을 가진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 파업에 나선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연대의 모범을 보여주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 “오늘 우리는 똑같은 서울대병원 노동자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미진

게다가 인건비 증가를 막겠다는 병원 측의 정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도 고통에 내몰아 왔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온 정규직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더니 오히려 주 52시간 노동을 공식적으로 허용해 버렸고 이조차 누더기로 만들었다. 주 40시간제가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지났는데 이를 강제하기는커녕 편법을 합법화한 셈이다. 서울대병원은 그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제한하려면 당연히 인력이 충원돼야 하는데 올해 들어 서울대병원이 충원한 인력은 통상근무자 0명, 교대근무자 6명이 전부다. 서울대병원 교대근무자는 2300명이다.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것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려온 간호사들은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불만이 상당하다. 야간노동에 불규칙한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주 40시간도 버겁다. 임신과 출산이라도 겹치면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돼 버린다. 간호사들은 노동시간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대

인건비 절감에 혈안이 돼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병원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할 리 없다. 올해 초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온 사실이 밝혀졌다. 

인력을 대폭 늘리지 않는 한 시간 외 노동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고용노동부는 체불임금 지급 명령 외에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직무급제, 성과급제 추진에 발맞춰 임금체계를 뜯어고쳤다. 이 과정에서 각종 수당을 없앤 것은 물론이고 신규 입사자들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각종 휴가도 줄여버렸다. 지난해 서울대병원분회는 파업을 벌여 이 중 일부를 되찾아왔다. 그럼에도 신규 노동자들의 임금을 완전히 예전 수준으로 돌려놓지는 못했다. 노동자들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는 이 문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쥐어짜며 돈벌이에 혈안이 된 병원 측에 맞서 노동자들이 공동 파업에 나선 것은 정당하고 의미가 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에 나서면 병원 측을 압박하는 데도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서울대병원 같은 공공기관은 국가가 운영하므로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운다면 모두의 조건을 개선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인력 충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서울대병원 원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많은 노동자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이 투쟁은 수많은 노동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공동파업에 나선 서울대병원 원하청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필수인력 충원, 노동조건 개선,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