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당선 후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실업은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을 33번, 일자리를 44번 언급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 청년 실업은 완화되기는커녕 여전히 심각하다. 올해 8월 공식 청년 실업률(15~29세)은 10퍼센트까지 치솟았다(지난해 8월 9.4퍼센트).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불완전취업자,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 포함한 수치)은 더 심각해, 지난해 9월 21.5퍼센트에서 올해 9월엔 22.7퍼센트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은 ‘고용 세습’ 운운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청년 ‘취준생’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비난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이런 비방은 근거가 없다. 게다가 지난 우파 정부 시절의 행태를 보면 이들의 주장은 위선적이기 짝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신규채용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밀어붙여 청년층 고용 악화에 한몫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오세훈이 시장이던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인력을 대폭 줄였다.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되기 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각각 정원의 11퍼센트(1134명), 10퍼센트(690명)를 줄였다. 바로 이런 인력 감축이 외주화를 동반했고, 구의역 청년 노동자 사망 비극의 씨앗이 뿌려졌던 것이다.

삽질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서 비정규직 간접고용 등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이 진짜로 비판 받아야 할 지점은,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으로 인해 늘어나는 괜찮은 일자리는 30만 개 수준인데, 그마저도 대부분 집권 말기에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라 집행될지 의심스럽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더니 차별을 유지하는 ‘자회사’ 꼼수를 부리고 있다.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하라 정부와 기업은 일자리를 늘릴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탓, 청년들의 눈높이나 모험정신 부족 탓만 하고 있다 ⓒ조승진

이런 상황에서 청년 실업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문재인 정부는 저질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려 일시적으로 고용률 지표를 올리려 한다. 최저임금 수준인 청년인턴 등 단기 일자리를 5만 9000개 가량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 중에는 근무기간이 1일에서 2주밖에 안 되는 ‘알바’도 많다. 우파 정부가 ‘삽질’ 사업, 청년인턴 확대로 청년들을 기만한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 책임을 방기하면서, “민간부문의 청년 일자리 수요 창출에 중점”(3·15 청년일자리 대책)을 두겠다고 밝혔다. 일자리 공급이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정책의 초점을 민간 기업 지원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이 종업원 1명을 전일제 정규직으로 신규채용 하면 연봉의 3분의 1을 지원해 준다는 고용장려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 지원금을 받으려고 기업이 고용을 늘린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5~7월 전국 중소기업 201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올해 하반기에 채용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은 17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 고용장려금 예산 집행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정부는 청년들의 “선호 쏠림”이 문제라며 중소기업 취직 유도 정책들도 추진한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소득을 지원해 준다지만, 액수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그마저도 3~5년 후엔 끊긴다. 이직을 하면 재가입도 불가능하다. 노동조건이 열악하더라도 버티라는 식이다. 

캥거루족

청년 창업 지원도 일자리 대책이 못 된다. 정부는 “모험정신” 운운하며 청년 창업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30세 미만 청년 창업의 경우 5년 이상 생존율은 겨우 15.9퍼센트다(통계청). 고용원이 없거나 매우 적은 자영업자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돼 전반적으로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창업을 하라고 떠미는 것은 낙하산도 없이 뛰어내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정규직 보호”를 탓하며 노동유연화를 강요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노동유연화를 추진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청년들에게 제공된 사례는 없다. 존재하던 좋은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청년들이 구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일 뿐이다.

그러므로 기존 노동자들의 양보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증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구 내의 청년과 장년 중 한 쪽의 조건이 악화되면 가구 구성원 전체의 부담이 증가된다. 경제 위기로 청년들의 분가 비중이 계속 낮아져 부모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한 사례다. 2010년 기준 30~34세 청년의 ‘캥거루족’ 비율은 2000년의 갑절이 넘는다.

청년 실업자의 고통을 줄이려면 국가가 나서서 질 좋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창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요구를 내걸 때 청년 실업자와 기존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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