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강사 처우 개선하라

개정 강사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처우 개선책을 담았다. 

그러나 이 법안 시행에 필요한 예산은 마련돼 있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개정 강사법 시행을 위한 항목을 통째로 삭감한 바 있다. 그래서 한국비정규교수노조와 대학공공성 강화 대책위는 개정 강사법 시행 예산 배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여러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시간강사 대량해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혹여 예산 확보가 안 된 채로 개정 강사법이 통과될 경우 대학의 부담이 늘어날까 봐 선수치는 것이다. 

개정 강사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대학들이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앙대학교의 경우 강사에게 쓰는 돈은  현재 전체 대학 예산의 1.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개정 강사법이 시행돼도 강사 지급분이 0.3퍼센트 늘어나 전체 대학 예산의 1.5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립대학들은 이조차 아까워 시간강사들을 대량해고할 태세다.

중앙대학교 신문에 따르면 중앙대는 시간강사를 1200명에서 500명으로 줄이고 전임교수 강의시수를 늘릴 계획이다. 또, 졸업이수 학점을 현행 132학점에서 인문사회계열 120학점, 이공계열 130학점으로 줄이는 방침을 논의 중이다.

서울과학기술대의 박태호(필명 이진경) 교수는 학교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인원 감축을 지시해 강사 550명 중 400명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성신여대는 교직원 임금 10퍼센트 삭감을 계획하는가 하면, 동덕여대는 강사 임금을 사전에 삭감했다. 고려대는 ‘시간강사 채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과목 수를 최대한 줄이는 대책을 세웠음이 드러나 여러 학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교수 등 지식인들은 개정 강사법 자체를 문제삼기도 한다. 개정 강사법이 일부만을 중규직 형태로 만들고 나머지에게는 대량해고로 이어져 강사들에게 재난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개정 강사법 자체가 아니라 강사법 시행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와 비용 절감을 위해 강사 해고를 추진하는 대학 당국들이다. 

개정 강사법에 담긴 교원의 지위 보장(일각의 ‘가짜 뉴스’와는 달리 대학에서 강의하는 강사 누구에게나 기간, 학점, 담당 교과에 관계 없이 주어진다), 방학 중 임금 지급, 퇴직금 지급은 강사들의 숙원이다.

노동자들에게 약간이라도 개선된 제도가 도입될 때면, 사용자들은 흔히 이를 무력화하는 공격에 나선다. 최저임금 인상 뒤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한다고 해서 최저임금 인상 자체가 해고의 원인이 아니듯이, 시간강사 해고의 원인이 개정 강사법인 것은 아니다. 대학들의 엄살을 폭로하며 시간강사 해고에 맞서고 정부에 개정 강사법 시행 예산 배정을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대학 시간강사 수는 약 7만 6000명에 달한다. 2017년 기준 전임교원의 수가 약 9만 명인데,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하는 시간강사가 없었다면 대학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감축하게 되면 교육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전체 강좌 수 감소, 온라인 강좌 확대, 대형 강의 증가, 전임교원의 강의 부담 증가 등으로 말이다.

“대학들이 돈 줄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사이버 강의, 대형 강의 도입하면 도대체 제대로 된 강의가 이뤄지겠냐?”, “졸업이수 학점 줄이는데 왜 등록금은 그대로인가?”(박종식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 분회장) 하는 비판이 정당한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는 이런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개정 강사법 예산을 즉각 배정하고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대학 시간강사들은 대학들의 공격 시도에 불안해하면서 크게 분노하고 있다. 불안감을 용기로 바꾸는 강사들의 조직화와 저항이 절실하다. 강사들은 대학들의 공격에 맞서면서 대학의 노동자, 학생들과 함께 정부의 대학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함께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