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KT상용직지부 노동자들 ⓒ이미진

KT 통신케이블 설치 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T상용직지부로 조직된 이 노동자들은 KT 하청업체들의 임금 떼먹기와 불법 행위 근절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10월 22일 대구경북지역 노동자들에 이어 11월 2일에는 강원지역 노동자들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중인 KT상용직지부 조합원 250여 명은 16일 KT 광화문사옥 앞에 모여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원청인 KT가 책임지고 하청업체들의 불법 행위를 관리 감독하라고 촉구했다.

KT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은 너무도 열악하다. KT는 케이블 설치업무를 외주화한 후 전국 144개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1800여 명은 수시로 산재 위험에 놓이는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시중노임단가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매년 대한건설협회에서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는 통신외선공은 28만 1811원, 통신케이블공은 31만 4268원, 광케이블설치사는 32만 9592원이다. KT는 이를 기준으로 한 노무비로 KT 하청업체에 발주하고 있지만 KT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하루 임금은 평균 16만 원에 그치고 있다. 업체들이 주장하는 낙찰률 78.5퍼센트를 감안하더라도 업체들은 1일 평균 1인당 6만 원씩(통신외선공 기준)을 떼먹어 온 것이다. 더구나 하청업체들은 법정수당인 연장·야간·휴일·주휴·연차 수당 등 그 어떤 것도 지급하지 않아왔다.

주로 전신주 위나 맨홀 밑 같은 위험한 장소에서 일하지만 제대로 된 안전관리 대책이 제공되지 않아 산업재해도 빈번하다. 최근 3년 동안 산재 사망사고만 11건이나 된다. 올해 7월에도 전주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감전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업무 특성상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부상과 사고가 빈번하지만 산재처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일부 하청업체들은 KT로부터 지급받은 4대 보험료를 횡령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KT하청업체 노동자들은 KT가 하청업체의 노동 착취와 불법 관행에 책임이 있다고 폭로했다. 황도남 KT상용직지부 강원지회장은 “30년간 하루 12시간 죽도록 일하면서 어떤 연차수당도, 초과근무수당도 받아본 적이 없다.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 인정 받아본 적도 없다. 퇴직금 받는 것도 본 적이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요구하고 일감을 주지 않는 등 노조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데 “이 같은 착취와 부당노동행위는 본사인 KT가 눈감고 있기 때문이며, KT는 하청업체의 불법 운영에는 눈감고 오히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업체에 불이익을 주거나 압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KT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KT 민영화가 나은 폐해이기도 하다. 2002년에 KT가 민영화된 이후 KT는 통신 공공성은 외면한 채 수익성만을 좇아 각종 업무를 외주화했다. 통신 선로 설치와 유지보수는 안정적인 통신을 위해 필수적인 업무인데도 외주화됐고 통신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각종 위험에 노출됐다. 따라서 이렇게 외주화된 업무는 다시 직영화돼야 한다. KT민영화의 폐해를 되돌리기 위한 재공영화도 필요하다.

이날 집회에는 KT전국민주동지회 박철우 의장이 참여해 KT정규직 노동자들이 모금한 투쟁 성금을 상용직지부에 전달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KT상용직지부 노동자들의 투쟁에 계속 연대할 계획이다.  

집회를 마친 KT상용직지부 조합원들은 KT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KT측은 시설보호요청을 통해 배치된 경찰력과 경비인력으로 출입구를 막고 서한 전달을 막았다. 하청업체의 불법을 눈감고 조장해온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한 것이다. 원청인 KT는 KT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요구인 체불임금 해결, 불법 관행 근절, 임금 인상, 단협 체결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한다. KT상용직지부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