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에서 한 대리운전 업체 대표가 대리운전 노동자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 해고까지 하는 일이 일어났다.

10월 9일 한 대리운전 업체 대표가 자기 차를 대리 운전한 노동자를 구타했다. 거스름돈 1000원이 없어 입금할 계좌번호를 물어봤다는 게 이유였다. 가해자는 폭력 행위로 즉각 처벌받아 마땅한데도, 사과하기는커녕 쌍방폭행을 주장하고 설상가상으로 피해자를 해고했다.

구미 지역은 그동안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LG와 삼성이 해외와 수도권으로 생산이전을 추진함에 따라 지역 경제가 침체해 대리운전 업계도 영향을 받았다. 건당 요금을 받아 생활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일감 감소와 요금 하락으로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런데 구미 지역 업체들은 대리운전 노동자가 받는 요금의 30퍼센트를 수수료로 떼어 간다. 또, 실제 출근 여부와 상관없이 매일 8500원을 “출근비”로 뜯어 간다. 전국 최악의 방식이다. 다른 지역의 평균 수수료는 25퍼센트를 넘지 않고, 악독하다고 소문난 업체 ‘트리콜’의 관리비도 하루 3500원을 넘지 않는다.

10월 8일 설립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구지부 구미지회는 이 폭행·해고 사건을 묵과할 수 없는 업체의 “갑질 탄압”으로 규정했다. 10월 18일부터는 가해자의 즉각 사과와 사퇴, 재발 방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구미시 청사 앞에서는 시 차원의 적극적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10월 25일부터는 구미 전역으로 투쟁을 확대했다.

구타 사건을 계기로 구미의 대리 노동자들은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출처 대리운전노조

그러자 구미 지역 대리운전 업체가 연합해 구성한 ‘업체연합’은 저항이 퍼져나가는 것을 잠재우려고 집회에 참가한 구미지회 노동조합 간부 11명을 해고했다. “단체를 만들고 비방과 여론몰이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이유다.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복직시켜 줄 수도 있다”며 공식 창구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이 무더기 해고를 구미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체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기본권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 전체가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구미에서 업체의 갑질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전국의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똑같이 갑질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갑질을 뿌리 뽑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사업자와 사업자 간의 동등한 관계이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구미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런 주장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노동3권 보장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 준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인 대리운전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 보장됐더라면, 구미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업체 횡포에 대항하는 것이 업무방해로 찍혀서 해고당하는 일, 대리운전 업체들이 연합해 조직적으로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생계를 끊고 각종 비용을 뜯어내는 일 등이 법률적으로 조금은 더 어려웠을 것이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열악한 지위에도 기죽지 않고 단결해 투쟁하고 있다. 얼마 전 부산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대리운전 업체 ‘트리콜’에 맞서 투쟁했다. 청주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수수료 인상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런 사례들은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단결해 싸울 수 있고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투쟁들에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지역본부들의 지원과 연대가 큰 힘이 됐다. 대리운전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공격에 나서고 지역을 넘어 연계하려 하는 만큼, 노동자 측에서도 투쟁과 연대가 강화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조법2조(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부인의 근거가 되는 조항)의 개정을 명시하지 않는 공익위원의 안을 들고 대화 테이블에 나가겠다고 한 것은 유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대표들로 구성된 특수고용대책회의는 그 공익위원 안에 반대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 노사정 대화는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자에게 양보를 종용할 목적으로 진행됐다.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과거 정부들과 차이가 별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므로, 이대로 가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은 다시 멀리 미뤄질지 모른다.

특수고용대책회의가 노동3권 중 단결권만을 언급하는 사회적 대화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해 나가기로 한 것에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