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이 11월 20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11월 9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는 고군분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됐을 뿐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모범이 됐다. 잘 조직돼 있고 힘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같은 사용자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연대이기 때문이다.

11월 13일 2차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파업을 하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 서울대병원 노동자들 “문재인이 책임지고 제대로 정규직화하라” ⓒ조승진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 ‘제대로 된 정규직화’와 함께 인력 충원, 빼앗긴 임금·복지 회복 등 자신들의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파업에 나선다.

먼저, 고질적인 인력 문제는 정권이 바뀌고 2년이 다 되어가지만 해결 기미조차 없다.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보라매병원 간호사들 중 절반 가까이가 5년 이내에 병원을 그만 둡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주 40시간을 지키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사용하지 못한 휴일이 2018년 10월 1일 기준으로 5745일이나 돼요. 사실상 40시간을 넘긴 경우가 많다는 얘기죠. 올해 초에는 특별근로감독을 했는데 지급하지 않은 시간외 수당이 넉 달치만 해도 9억 원이나 됐어요. 그런데 그뿐이에요. 달라진 게 없어요.

“입원 환자가 줄어들지도 않는데 야간 근무자를 적게 배치하는 것도 문제고요. 신규 간호사와 그를 교육하는 교육전담간호사에게 과중한 업무가 맡겨지는 것도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최상덕 서울대병원 분회장)

주로 통상근무를 하는 다른 직종 노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토요일에도 외래 진료를 할 만큼 환자 수가 늘 포화상태지만 애당초 인력 기준이 이를 감당하기에 한참 못 미친다.

돈벌이에 혈안이 돼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도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병원 측의 이윤 추구가 환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인력을 대폭 늘리고 병원의 이윤 추구를 통제해야 환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좋은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겠다지만, 검사 파트의 경우 주 52시간을 지키려면(현재는 처벌 유예기간) 당장 인력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탄력근로를 확대주52시간제 시행도 무력화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검사 파트 노동자들의 근무체계를 사실상 교대제처럼 운영하거나 일이 많은 주 초에 장시간 연장근무를 시키는 등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하려 할 수 있다. 

줄타기

임금피크제와 신규입사자 임금 삭감은 즉각, 그리고 영구히 회복돼야 한다.

현재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는 79명인데, 59세에는 20퍼센트, 60세에는 30퍼센트나 임금이 삭감된다. 내년부터는 정부가 1인당 1080만 원씩 지급하던 지원금도 없어져 임금 삭감 효과가 상당할 듯하다. 심지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해 보라매병원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작하며 채용한 58세의 경력직 간호조무사는 입사 1년반 만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됐다. “올해 1월 월급으로 134만 5060원을 받았습니다. 최저임금도 안 돼요. 정작 연봉이 2억 원을 넘는 서창석 병원장을 비롯해 교수들에게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고 말이에요.”(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보라매병원 간호조무사)

“2015년에 서울대병원이 강행한 임금체계 개편은 신규입사자들, 특히 운영기능직의 임금을 삭감하는 효과를 냈어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서 어떻게든 임금 저하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다 막지는 못했습니다. 지난해 파업으로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고요. 2015년 7월 이전에 입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정규직 전환 이후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도 생겼어요. 올해에도 이들의 임금을 회복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김진경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

이런 조처들은 얼핏 보기에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는 듯하지만, 내버려두면 결국 노동자들 전반의 임금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기 쉽다. 사측은 이를 이용해 더 많은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그 대상이 일부일지라도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후퇴한 노동조건을 회복해야 한다. 휴가 삭감, 학자금 지원 삭감 등 빼앗긴 복지도 되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임금·복지 삭감이 여전히 ‘정부 지침’으로 작동하고 있는데도 바로잡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기는커녕 규제완화 3법 제·개정, 원격의료 추진 등 의료 영리화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의료 영리화 정책을 일선에서 시행한 서창석이 여전히 서울대병원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 방문시 서창석을 의료사절단에 포함시켰다.

서울대병원은 최근에도 영리자회사 헬스커넥트의 무상감자·투자유치, 환자 정보시스템 회사인 이지케어텍의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노동자들은 의료 영리화 추진에 반대하고 의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