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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노조 탄압을 굴복시킨 화물연대 드림택배분회 투쟁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공익위원안’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이 안을 반대하고 있다.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하지 않으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가 있다. 화물연대 대전지부 계룡지회 드림택배분회 조합원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 노동자들은 길게는 십수 년, 짧게는 5년 동안 밤마다 택배회사의 간선차량을 몰며 고속도로를 달려 왔다. 간선차량은 택배 기사들이 집하한 전국의 배송 물량을 중앙 허브터미널로 배송해, 다시 배송을 담당할 택배 기사들에게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 간선차량이 없으면 매일 수백만 개의 배송물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없다.

그런데 드림택배분회 노동자들은 70일이 넘도록 옥천 물류터미널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 18명이 총 6억 2000만 원의 운송료를 못 받은데다, 일자리마저 잃었기 때문이다.

택배 물동량은 2000년 2억 개에서 2018년 23억 개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택배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늘어나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이고, 도태되는 기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고통이 떠넘겨진다.

화물연대 드림택배 분회 조합원들도 ‘동부택배’, ‘옐로우 택배’에서 ‘KG로지스택배’, ‘드림택배’로 회사 간판이 바뀔 때마다, 운송료 삭감, 계약 해지 위협, 운송료 체불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 올해 1월 출범한 드림택배가 8개월 만에 문을 닫아, 4개월치 체불 운송료 6억 2000만 원을 받기 어려워졌다.

화물연대 대전지부의 추산을 보면, 드림택배가 조합원들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에게 체불한 규모는 300억 원에 이른다.

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진정해 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민사소송을 진행하라”는 말뿐이었다. 정부와 사용자가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회사를 인수한 KGB로지스는 조합원 고용 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교섭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에게 “먼저 화물연대부터 탈퇴하고 오면, 개별적인 고용을 고려는 해 보겠다”며 모욕적인 말조차 서슴없이 내뱉었다.

특수고용직이라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를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우롱하면서 하루아침에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KGB로지스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KGB로지스 옥천물류터미널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투쟁을 시작했다. 11월 19일에는 옥천물류터미널 앞으로 동료 화물노동자들을 불러모아 집회를 하며 정문 출입구를 봉쇄한 후 사측을 압박했다.

집회에서 드림택배 분회장은 “조직이 없다면 저들의 소모품처럼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인간 이하의 노예 같은 삶을 강요받을 것”이라며 회사의 노조 탈퇴 종용에 굴하지 않고 기필코 노동조합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정한 화물연대 본부장도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화물연대 전 조합원을 총동원해서라도 악질 자본을 끝장내는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집회에 모인 화물노동자들이 물류터미널 정문을 막고 버티자 간선차량들이 터미널로 들어서지 못하고 길가에 멈춰 섰다.

결국 4시간 만에 회사 대표가 ‘고용을 조건 없이 보장한다’라는 ‘확약서’를 들고 와 봉쇄를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이후 실무 교섭에서 사측은 화물연대 노조 활동 인정, 사무실 보전, 조합원 직계약 등을 약속했다.

회사가 투쟁에 밀려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측은 ‘아직 전국적 물류망을 구축하지 못한 형편’을 이유로 조합원 전원 고용은 ‘2달 내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포함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 탈퇴 강요, 계약 해지(해고)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화물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법·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속 빈 강정만 내놓으며 계속 시간을 끈다면, 화물노동자들의 다음 투쟁은 정부를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