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증보판]은 11월 26일 게재한 기사를 일부 수정·보강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11월 20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20일에는 전면 파업을, 21일과 27일에는 7시간 파업을 했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 승리, 구조조정 분쇄, 부당노동행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측이 구조조정 공격을 관철하려고 노조에 부당하게 개입해 왔다는 점이 최근 드러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곧 있을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측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사측이 온갖 비열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100쪽이 넘는 문건 가운데 노조가 공개한 일부 내용만 봐도 충격적이다.

파업 노동자들이 공장 안에서 순회 투쟁을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11월 20일 전면 파업 집회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측은 노동자들의 성향을 5등급으로, 대의원들을 녹색·황색·청색으로 분류하고, 사측에 우호적인 등급에 해당하는 이들을 ‘관리’해 왔다. 이들의 대의원 당선을 위해 후보 선정과 운동에 개입하고, 경조사비를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파 대의원들에 대한 악의적 선동 계획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일대일 면담, 각종 모임 등을 이용했다.

문건에는 “실질적으로 합리파로 전향”시킨 민주파 대의원을 활용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강경파로 보이도록 관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는 “노동부와 검찰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더 이상 눈감지 말고 일벌백계 하라”고 촉구하고 현대중공업 부회장 권오갑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6년에도 한 내부 고발자에 의해 ‘조합원 성향 관리’ 계획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에도 김종훈 국회의원이 관련 내용을 폭로했다. 그 때마다 사측은 꼬리 자르기를 했다. 이번에도 사측은 관련 부서장이 문제라고 발뺌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회사를 압수수색하고 나섰지만, 일부 부서에 한정했다. 여러 형식 절차를 들어 미적대고 있다는 불만도 노동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11월 27일 세종시에 있는 고용노동부로 쫓아 올라가 항의했다. 평소 상경 투쟁할 때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해 분노를 나타냈다. “노동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다음엔 청와대로 갈 겁니다!”

부당 노동행위 중단하라! 사측을 향해 노동자들이 붙인 경고문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공장 곳곳에 노동자들이 손수 적은 대자보·소자보가 붙어 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폭행 사건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원하청 노동자 3만 5000여 명을 해고하고, 임금을 대폭 깎고, 분사·외주화를 밀어붙이고, 휴직·순환교육 등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을 고통에 내몰았다. 지금도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 단협 개악, 무급휴직 등을 강요하고 있다.

사측은 이에 맞서는 투쟁과 노동자들을 제압하려고 부당한 노조 개입과 탄압에 힘을 쏟아 왔다. 민주파 활동가·조합원들을 위축시키고 친사측 우파의 기를 살려 주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측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일이나 똑바로 하라”며 사실상 파업을 비난한)에 항의한 민주파 소위원이 우파에 폭행을 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측이 노동자들의 성향을 분류해 갈등을 조장하고 우파의 기를 살려 준 것이 이런 사건을 낳은 것이다.

지금 노동자들의 분노는 상당하다. 파업 참가자 수도 몇 달 전에 비해 좀더 늘었다고 한다.

회사는 노조에 재발 방지 의사를 밝혔지만, 노동자들은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립서비스만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가 요구해 온 문서화된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 처벌 등을 내놔야 한다. 그래서 사측(과 우파)의 기를 꺾어 놔야 한다.

이런 투쟁은 사측의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데서도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