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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방선거와 대만 독립 문제의 역사적 기원

경제 위기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대립이 이전보다 극심해진 가운데 실시된 타이완(대만) 지방선거에서 독립을 지지하는 집권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은 중국과의 통일 주장을 고수하는 국민당에게 완패했다. 대만 총통이자 민진당 주석(당 대표)이기도 한 차이잉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민진당의 이번 패배에 대해, 대만 국민들이 ‘독립’ 대신 중국과의 교류를 거부하지 않는 ‘안정’을 택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 민진당이 동성결혼 합법화, 다양한 성을 인정하는 교육 도입,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패배했다는 점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한국의 탈원전, 성소수자 운동 지지자도 많다.

먼저 이번 선거 과정 중 출전팀 명칭 변경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대만 올림픽위원회가 반대했으며, 중국도 대만해협에서 평상시보다 더 많은 군사훈련을 하면서 압박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민진당이 자신을 지지한 젊은 층, 특히 성소수자, 탈핵운동 지지자들을 배신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 가령, 민진당이 20년 동안 집권한 가오슝 시장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 한궈위가 ‘국민당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당선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2018년 11월 25일자 〈한겨레〉 기사 “대만 집권당이 지방선거에 참패한 이유?”)

그래서 〈노동자 연대〉에 대만의 성소수자 운동 기사를 기고한 대만인 왕야팡 씨의 친구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비꼬아 썼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는 동성애자에게 불평등하고 성 (다양성) 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화력발전을 원하지 않고, 핵발전으로 오염된 음식을 두려워하면서도 핵발전을 필요로 하는 중화 타이베이입니다.”

그 점에서 〈레디앙〉이 2018년 11월 26일자로 번역·보도한 2018년 11월 24일자 〈환구시보〉의 사설은 문제가 있다. 〈환구시보〉는 중국 정부의 대외 전문 언론이다.

“집권 2년 만의 민진당 패배에 대해, 반성하기 바란다” 제목의 그 사설은 이렇게 주장한다. “이번 선거에 미국이 개입했다. … 본토는 대만 내 정당 투쟁에 구체적으로 간섭하는 노선은 채택하지 않을 것이지만, 대만 내 정치 게임이 대만을 중국에서 이탈케 하는 경향에 대해선 결연히 반대할 것이다. 본토가 점점 강해짐에 따라, 본토와의 대항을 통해 대만 내 정치 자본을 만들려는 시도는 가망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이는 대만 민중을 스스로 사고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중국이 대만을 지배한 시기도 오래되지 않았다.

대만은 18세기 만주족의 청나라에 맞서다가 패배한 한족 명나라 지지자 정성공 가문이 청나라에 맞서기 위한 기지로서 사용하기 위해 정복하기 전까지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그리고 나중에 청나라가 정성공 가문을 정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되었고, 그 때조차 지금의 수도 타이베이 주변만 지배했을 뿐이다.

결정적으로 대만 문제가 커진 계기는, 19세기 아편전쟁 등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태평천국 운동 등 반란으로 청나라가 약해진 틈을 타 일어난 신장의 위구르족과 회족 반란을, 서방 제국주의의 예상과 달리 한족의 자강운동가이기도 한 좌종당이 독자적으로 진압하고 신장성을 세우면서 한족화를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이 때 청나라의 신장 재정복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제정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2세는 지금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지에 이어 당시 신장의 중심지였던 일리 지역을 정복했지만, 청나라가 일리 영토 반환을 요구하면서 지금의 카자흐스탄의 일부가 된 일리 지역의 절반만을 정복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금도 카자흐스탄에는 청나라의 재정복을 피해 도망간 회족들인 ‘통간’과 위구르족의 후손들이 살고 있으며, ‘위구르족’이란 민족 명칭도 이들이 처음 만든 것이었다.)

신장 재정복을 성공시키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청나라는 더는 영토를 빼앗기지 않겠는다는 의미에서 대만을 ‘성’으로 지정했다. 이에 이어 청나라는 기존의 조공국가였던 조선까지 사실상 식민지로 삼으려 했다. 동학농민운동 진압을 빌미로 군대를 파견한 것이다. 그러나 청나라의 팽창을 경계한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청나라는 대만을 일본에 내줘야 했다.(최근 유행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고애신이 “처음에는 청나라가, 지금은 일본, 러시아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소”라고 말한 맥락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훗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는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은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인 미국 언론인 에드거 스노우와 인터뷰하며 “중국 소비에트 연방에 한족들과 위구르족 등 여러 소수민족들이 함께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조선과 포르모사(대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그러나 마오쩌둥은 집권 뒤에는 한족 민족주의로 기울어 소수민족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신장과 티베트 등 중국 소수민족들의 저항, 그리고 최근 홍콩의 신세대들이 주도하는 반중국 시위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대만에서 활동하는 ‘위구르족의 친구들’이란 단체는 2013년 베이징에서 일어난 톈안먼 차량 폭탄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이 자초한 결과”라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에 의해 대륙을 빼앗기고, 대만 현지인들의 2·28 반란을 강제 진압하고 수십 년간 계엄 통치를 한 국민당은 옛 청나라 영토의 수복을 주장하면서, 이미 독립한 지 오래된 몽골 공화국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지지할 수 없다.

민진당은 비록 국민당의 군사통치를 종식시키는 사회운동으로 시작되었지만, 대만 현지인들의 독립 정서를 자신들의 정권 창출 수단으로만 이용한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비록 이번 선거 결과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국의 2008년 촛불항쟁을 배워서 이명박 정권과 비슷한 정책을 펼쳤던 국민당 마잉주 정권에 맞섰고, 동성 결혼을 합법화 가능성을 만들었던 대만의 사회운동이 아직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나는 대만 사회운동이 민진당에 독립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시진핑 정권에 반대하는 여러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소수민족운동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