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서울 서초동 법원 정문에서 한 남성이 대법원장(김명수)이 탄 차량에 화염병(플라스틱병)을 던졌다.

대법원에서 패소한 뒤, 판사들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다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항의 방법에 동의하긴 어려워도 그의 심정에는 100퍼센트 공감이 된다.

판결에 대한 불만이 격한 행동으로 표출된 것은 사법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국가서열 3위인 대법원장이 대낮에 그것도 대법원 앞에서 이런 일을 당한 것에 지배계급은 충격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최근 드러난 사법 농단 실체와 이를 대하는 현 법원의 태도가 이런 불신과 분노에 불을 지른 듯하다.

사법 농단의 알맹이를 이루는 재판 거래의 내용은 대부분 정부나 기업들의 부당한 행위에 이의를 제기한노동자, 서민 등 ‘없는 사람들’에게 불리한 것들이었다.

이런 부정의는 일부의 일탈도 아니고 대법원장 지휘 아래 법원 내 기구들이 공식 계선을 통해서 저지른 일들이다.

무엇보다, 현 법원은 사과와 시정 노력은커녕 제식구 감싸기 식으로 문제 판사들을 감쌌다. 심지어 압수수색 영장 등을 연이어 기각하며 수사까지 방해했다.

그런데도 11월 27일 대법원은 여드레 전 법관회의가 결의한 문제 판사 탄핵 촉구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문재인이 지명한 새 대법원장 김명수는 최근 관련 판사 13명을 법원 내 법관징계위원회에 넘겼다. 아마 법원이 독자적으로 처리할 테니 법원 권력을 침해하지 말라는 의사 표시인 듯하다.

그러나 사법 농단의 실무 지휘자로 지목된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사법 농단 연루 의혹 판사는 총 93명이다. 이 중 대법관만 10명이고 이들을 포함해 차관급 이상 판사가 34명이나 된다.

상황이 이러니, 힘없는 자신이 뒷거래나 하면서 특권층 뒤를 봐 주는 판사들에게 무시당했다고 느껴진다면 누군들 원한을 품지 않겠는가?

지금의 제도라면 사법 농단 재판이 죄인이 죄인을 심판하는 자리가 될 거라는 분노와 냉소가 정당한 이유다. 현 법원이 사법 농단 부역 판사들을 감싸기하면서 그들과 한 식구임을 공표한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 농단을 다룰 재판에서 기존 방법대로 재판부를 선정하지 말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법치주의의 확립?

물론 법원은 국회 입법으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3권 분립 위반이라고 반대한다. 그러나 이는 3권 분립을 넘나들며 의도적으로 계급적 판결을 한 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3권 분립이 정의의 수호신도 아니다. 법원의 사법 농단 옹호가 바로 3권 분립을 이용해서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낸 민주당도 이를 진지하게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중진 박영선은 11월 26일 인터뷰에서 법관 탄핵이나 특별재판부 설치 모두 검찰 기소 후에 이뤄지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 기소는 특정 판사들을 범죄 혐의자로 지목해 재판으로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기소 후에 기소만으로 탄핵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결국 어찌 보면, 재판을 받은 뒤에야 탄핵과 특별재판부 설치가 가능하다는 순환논법이요 말장난인 셈이다.

검찰 수사를 대체하는 방법은 국회의 국정조사가 있을 텐데, 자유한국당이 결사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로는 이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실제 효과가 있을지와는 별개로).

미적지근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도, 특별재판부와 법관 탄핵을 반대하는 우파 야당들도 모두 법원의 ‘신뢰 회복’을 말한다. 법치주의의 보루로 다시 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 농단 재판들이야말로 법치주의를 내세운 농단 아니었던가?

박근혜 탄핵과 그 일당의 구속 등으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를 잡는 듯 보였으나 금세 불신을 사고 불안정해지고 있다. 경제 위기와 노동계급의 저항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전 정권의 적폐인데도 문재인이 쩔쩔매는 것이다.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에서도(심지어 특별재판부가 도입돼도) 대중이 바라는 대로 결과가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해 보면,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죄상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어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라는 대중의 여론이 그 자체로 유죄 판결을 촉구하는 압력이 되고 있지만 말이다.

사법 농단 심판과 적폐 청산 문제는 법치주의의 재확립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멈췄다 최근에야 재개된 계급투쟁이 더한층 강화되는 것이 본질적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