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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대 전교조 임원 선거, 쟁점과 전망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는 전교조 임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기호 1번(진영효·김정혜)은 현 지도부를 배출한 전교조 내 상대적 좌파 의견그룹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이하 교찾사)이 내세운 후보조다. 기호 2번(김성애·양민주)은 페미니즘 선본을 표방하고 있다. 기호 3번(권정오·김현진)은 ‘소통과 실천’(구 참실련)이 내세운 후보조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와 배신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치러진다. 교육 부문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주요 개혁 공약을 대부분 내팽개쳤다.

우선,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직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동 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에는 올해 지방선거가 끝나면 해결해 줄 것처럼 말을 흘리더니, 최근에는 다시 내년 6월까지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공을 국회로 넘기는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해결’을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는 떡밥으로 이용하는 고약한 짓도 하고 있다.

대입제도를 개선하고 특목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입시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말잔치로 끝났다. 수능을 강화하기로 해 입시 경쟁을 전혀 완화하지 못했고, 오히려 수능에 유리한 특목고·자사고에 들어가려는 입시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됐다. 정부는 특목고·자사고 문제도 2020년까지 해결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해, 사실상 임기 내에 해결할 뜻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전교조 등으로부터 “교육부 장관 퇴진”을 요구받다가 해임됐다.

성과급·교원평가 폐지는 교사들이 원하는 교육공약 1순위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성과급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고 차등지급률을 이명박 정부 수준으로 낮추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교원업적평가’(근무평정과 성과급을 연계하는 제도)도 그대로 뒀다. 문재인 정부는 성과연봉제는 없애겠다고 했지만, 공공부문에서 직무·성과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직무급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교육 부문에서도 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두려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약속은 사기임이 드러났고, 교육 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파탄 났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11퍼센트에 그쳤다. ‘정규직 임금의 80퍼센트 수준 보장’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최저임금 개악(산입범위 확대)에 발맞추어 별도로 지급하던 수당들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인상을 무력화하려 한다.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전환에서 원천 배제됐다. 문재인 정부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가 예비교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으로 이간질해 놓고는, 신규 임용 교사 수를 대폭 줄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교사 임용 규모를 반토막 내겠다고 발표했다.

교섭 강조

이처럼 교육 부문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공약 포기와 우경화가 분명해졌지만, 전교조 임원 선거에 나선 세 후보조는 모두 투쟁보다는 정부·교육감과의 교섭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수구보수가 몰락”했고,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끝났다”고 보는 것과 관련 있다.

기호 3번 권정오 후보조는 선거 공보물에서 이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전교조] 합법화는 임박”했다면서 정부·교육감과의 협상을 강조한다.

이런 인식은 전교조 내 좌파로 알려진 기호 1번 진영효 후보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호 1번을 배출한 진보교육연구소는 문재인 정부를 “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한다. “[문재인 정부를] ‘시장만능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및 정책 기조를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부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진보교육》 69호(2018년 7월호)) 정세분석팀이 쓴 이 글이 함의하는 바는 문재인 정부와의 협상을 중시하면서 정부를 견인할 외곽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쟁은 협상에 종속되는 것이다. 또, 자유주의에 맞서는 “담론” 제시도 중요하게 본다. 기호 1번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인 ‘법외노조를 넘어 교육혁명의 시대로!’는 이런 인식을 잘 나타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성과급·교원평가제를 고수하고, 비정규직 강사와 기간제 교사 같은 학교 비정규직을 유지하고, 특목고·자사고와 고교 서열 체제를 온존시키려 하는데,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은 끝났다”고 보는 게 옳은가?

더 근본에서 세 선본은 모두 (뉘앙스에서 차이는 있지만) 촛불 운동에 빚지면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모종의 개혁을 제공할 대화 파트너라고 보는 듯하다. 그런 정부에 맞선 투쟁을 강조하면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관점도 깔려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임기가 1년 반이 지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는 불만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문재인의 우경화에 대한 노동운동 내의 비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도 전교조 선거에서 이런 점을 주목하는 후보가 없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무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끝났다고 봐서인지, 세 선본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인 기간제 교사 확대 문제에 대해서 불충분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기간제 교사뿐 아니라 정규 교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교원 확충 요구와도 연결되는 중요 쟁점인데도 말이다.

기호 1번 진영효 선본은 ‘기간제 교사 수당·복무 등 차별 해소와 고용 안정 추진’을, 기호 2번 김성애 선본은 ‘비정규직의 교육청 직고용제’(기간제 교사는 10년 이상 경력자에 한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요컨대, 기호 1번과 2번 후보조 둘 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지지하지 않고, 차별 시정과 일부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만 요구하고 있다. 현 전교조 집행부가 만든 ‘기간제교사 특별위원회’의 입장과 대동소이하다.

이들은 현실적인 단계적 접근이라는 미명 아래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먼 미래의 일로 미룬다. 일부 기간제 교사를 교육감 직고용으로 고용을 안정시킨 후(대체전담교사제 또는 10년 이상 경력자), 교원의 대대적 증원과 더불어 임용고사를 자격고사로 개혁해야 비로소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과 고용 안정, 차별 해소는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목표 하에서 고용 안정과 차별 해소를 추구해야지, 정규직 전환은 가능성이 없다고 전제하면 고용 안정과 차별 해소 운동도 방향성을 잃고 뒤틀리기 쉽다.

기호 3번 권정오 후보조는 기간제 교사를 포함한 비정규직 관련 공약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가장 문제적이다. 학교 현장의 비정규직 문제와 그들에 대한 차별에 무관심하고 둔감하다는 의미다.

이들은 합동 유세에서 자신들의 공약인 ‘조합원 500인 이상인 지회장의 반상근 실현’을 설명하면서야 ‘기간제 교사’를 입에 올렸다. 그러면서 지회장들의 반상근을 위해 ‘기간제 교사 티오 확충’을 교육청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기간제 교사 제도를 더 이용하겠다고 한 셈이다!

전교조의 조직 강화를 위해 기간제 교사를 늘리자는 기호 3번의 입장은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아예 실종된 것처럼 보인다.

투쟁적이고 급진적인 교사 노동조합이라면, 전교조는 학교 안에 차별의 굴레를 고착시키고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기간제 교사 제도의 폐지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해야 한다. 이번 전교조 임원 선거에서 이런 전망을 찾아볼 수 없고 어중간한 현실론이나 심지어 기간제 교사 활용이 제시되다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교권 강화

기호 1번과 3번은 ‘교권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호 1번 진영효 선본이 이 공약을 강조한다. 이번 선거에서 이처럼 문제 있는 공약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정부와의 투쟁보다는 협상을 강조하는 것과 맥이 맞닿는다.(이유는 뒤에서 설명)

물론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 강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 교사들은 자신의 노동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학생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계속 교사 개인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또, 치열해지는 경쟁 교육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억울하게 항의받는 일도 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쟁 교육, 업무 증가 같은 노동조건 악화가 교사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전교조가 그동안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전교조는 입시 경쟁 완화를 위한 대학서열 해체와 입시제도 개선, 교사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해 왔다. 교사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입시 경쟁이 완화되면,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물론 이런 대안들을 위한 실질적인 투쟁은 부족한 편이었다.)

기호 1번 진영효 위원장 후보는 합동 유세 때 교사들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입시 경쟁 교육과 교원평가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문제들이 당장 해결될 수 없으니 ‘현실적으로’ 교권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 현장의 조건 악화를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해 개선할 전망을 내려놓다 보니, 그런 문제들에 교권 강화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교권 강화는 우파들의 요구이기도 하므로 교육감과의 협상을 통해서 얻어 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교권 강화 공약은 교육 현장의 문제를 완화하는 ‘현실적인’ 방안이기는커녕, 경쟁 교육의 또 다른 피해자인 학생·학부모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다. 우파들이 요구해 온 교권 강화를 수용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법·제도적으로 교권을 강화하더라도 교사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보기도 힘들다. 학생·학부모와의 갈등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교사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일만 늘어날 것이다.

한편, 기호 2번은 ‘페미니즘 선본’을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전교조와 학교를 성평등한 문화로 바꾸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와 전교조 내에서 성차별적 문화를 바꾸고,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고, 전교조에 더 많은 여성 임원이 나오도록 고무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런데 교사의 상당수가 여성이고, 비정규직의 상당수도 여성인데, 낙태권이나 유급 생리휴가제 등처럼 여성 교사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들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기간제 교사 쟁점 등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의 물질적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식의 개선이 어렵고 심지어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 기호 3번은 기존의 전교조 투쟁이 노동조합답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삭발, 단식, 서명 같은 청원운동이 아니라 단체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또 수당 인상이나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 연금 개선처럼 그동안 전교조 집행부가 별로 제기한 바 없는 교사의 임금에 관한 요구를 내놓고 있어 투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후보조는 단체행동을 교육부장관·교육감 등과의 교섭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제한한다. 기존의 전교조 투쟁을 ‘명확한 목표 없는 5월 교사대회, 10월 총력투쟁’이라고 비판하면서, 대신 ‘교육예산 편성 시기인 6~9월에 대정부, 대교육청 투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교섭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정부의 광범한 교육 정책 전반 ― 교사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 에 관해서는 제대로 투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이들이 “대정부 강경 투쟁”이 전교조를 고립시켰다며, ‘실현 가능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온 점을 봐도 이들이 더 보수적인 노선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판적 돌아보기

몇몇 강조점 차이를 제외하면, 안타깝게도 세 후보조의 공약 차이는 크지 않다. 실제 전교조의 경험 많은 활동가들과 심지어 기호 1번 후보조를 낸 교찾사 내에서도 ‘선본 간에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 내 상대적 좌파 의견그룹인 교찾사가 지난 6년간 전교조 집행부를 배출해 왔는데도 이번 선거 지형이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교찾사가 배출한 집행부가 좌파적 입장을 견지하지 못한 것과 관련 있다.

예를 들어, 규약시정명령 거부 후에 전교조 지도부는 투쟁을 확대하기보다는 법률적 대응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 진보교육감들과 협상해서 전임자, 사무실 문제 등을 해결하는 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에 그쳤다.

비정규직 교·강사 쟁점에서도 전교조 지도부는 단호하게 비정규직을 방어하고 나서지 않았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문제가 제기됐을 때 전교조 지도부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와 교사 수 대폭 확충과 같은 원칙적인 입장으로 정규 교사, 기간제 교사, 예비 교사들을 단결시키려 노력하기보다 예비 교사와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을 핑계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았다. 전교조 지도부는 현실론을 내세우며 일부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 정도를 제시했는데, 이는 사실상 정부와 협상 가능한 안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교찾사 후보인 기호 1번 진영효 후보조가 정부와의 협상에 더욱 강조점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은 이런 논리를 더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찾사 내의 좌파들은 전교조 지도부를 좌파적으로 비판하고 아래로부터 압박하면서 운동을 이끌려 하기보다는 지도부와 타협하며 절충안을 만들려 하거나 지도부에 대한 분명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을 꺼렸다. 이것은 노동조합 집행부를 배출하고 떠받치는 것을 중시해 온 것과 관련 있다.

최근 전교조 임원 선거를 둘러싼 논쟁(특히 교권 강화를 내세우는 것)으로 교찾사 내에서 좌우파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찾사 내 좌파가 그동안의 문제점을 발본적으로 돌아보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런 갈등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말이다.

진영효 후보 지지와 그 이후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 내 좌파적 조합원들 상당수가 기호 1번 진영효 후보조를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여전한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상대적 좌파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전교조 활동가들에 공감해, 기호 1번 후보조에 투표하길 권유한다.

그러나 세 선본 중 어느 후보조가 당선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듯하다. 최근 기호 1번 진영효 후보조는 좌파적 비판을 의식해 선거 운동에서 투쟁을 좀더 강조하고 있는 듯하지만, 투쟁과 교섭의 병행은 모든 후보조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 근본적인 차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전교조 내 좌파 조합원들이 새 집행부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고 기층에서 교육과 교육 노동자 조건의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포기에 맞서 잘 싸울 때에만 제대로 된 교육 개혁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교조 내 좌파 조합원들은 집행부를 배출하고 떠받치는 데 급급해 부지불식간에 좌파적 원칙을 저버리고 기회주의적으로 타협해 온 것에 대해 철저하게 돌아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