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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측의 노조 개입 문건 폭로:
사측이 한발 물러섰지만,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통제하고 친사측 대의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노조에 개입해 온 사실이 문건으로 폭로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본지 267호 ‘사측의 노조 개입 문건 폭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구조조정·노조탄압 저지 파업’을 보시오.)

노동자들은 11월 20~27일 4~8시간 파업을 벌였다. 그 뒤로도 30일까지 분과별 순환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노조 개입을 강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징계와 폭력으로 억누르려고 했다.

10월에는 노조 지침인 투쟁 머리띠를 풀라고 지시한 관리자에게 항의한 대의원 6명과 조합원 1명이 무더기 징계를 당했다.

11월 29일 파업 집회에서는 사측이 경비대를 동원해, 해양분과 활동가들의 모임인 현장실천단의 단장을 집단 구타했다. 해양실천단은 사측의 사과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사측이 붙인 대자보를 노동자들이 사측 규탄 대자보로 바꿔 버렸다 ⓒ제공 노동자함성

이 일이 벌어지기 불과 일주일 전에는 친사측 성향의 노동자가 민주파 성향의 소위원을 구타했다. 그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우리 팀이 깨질 수 있다”면서 조합원들의 파업 참가를 방해한 팀장을 비판했다는 게 이유였다. 사측이 노동자들을 성향에 따라 구분하고 관리해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긴 결과다.

이에 소위원 대표(분과장)들이 공동 성명을 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구시대적인 발상과 폭력으로 대응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현장을 통제하고 탄압하는 사측을 강력히 규탄한다.”

노조 개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높자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 한영석은 노조 지도부를 찾아가 “정말 죄송하다”면서 “재발하면 직접 책임지겠다”고 했다. 노조 개입에 앞장섰던 노사 업무 전담 조직을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불씨

노조는 일단 파업을 중단하고 교섭을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사측이 공식적인 문서로 약속한 것도 아니어서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 한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사장은 ‘이전 사장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이전 사장들도 처음에는 다 똑같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다 당했던 일입니다. 지금 사장은 투쟁의 불씨를 잠재우려고 하는 겁니다.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일부 노동자들은 투쟁을 이어 갔다. 12월 4일 조선2분과 노동자들은 자체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공장을 순회하며 집회를 열었고, 가는 곳마다 사측을 규탄하는 벽보와 스티커를 붙였다. “사찰이 왠말이냐.”

사측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고도 한다. 올해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 사측이 (별도 교섭 중인) 일부 분할된 기업에서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했다.

사측은 이런 식의 이간질을 전에도 써먹은 적이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기업인 현대일렉트릭의 노동자들에게 지난해에는 성과급을 비교적 많이 줬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이 악화되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한 대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회사를 찢어 놓은 건 사측이고, 노동자들을 갈라치는 것도 사측입니다. 함께 단결하지 않으면 회사 의도에 넘어 가는 겁니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 사례에서 보듯이, 조선업 사정은 아직 불안정하다. 현대중공업도 여전히 임금 동결과 기본급 일부 반납 등 노동자에게 양보를 종용하고 있다.

사측은 이런 공격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탄압과 이간질을 사용하고 있다. 사장의 구두 약속을 믿고 마음을 풀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