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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익공유제, 어떻게 볼 것인가
실효성도 없고 노동자들에게 해롭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공정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11월 9일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문재인은 “우리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 “함께 이룬 결과물이 대기업 집단에 집중됐다”고 비판하면서 협력이익공유제의 입법화를 촉구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 하청기업이 목표 판매액이나 이익을 달성했을 때 사전에 맺은 계약에 따라 이익을 나눠 갖는 성과 배분제도를 말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고,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려고 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 편의점 자율규제 시행 등으로 중소 자영업자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 물론 문재인 세력은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국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들과 보수 야당은 대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반시장적인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자기들도 어렵다며 말이다. 이익 공유를 할 필요가 없는 해외 기업으로 하청업체를 변경할 수 있다는 협박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도 2011년에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제안으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추진하다가, 재계의 격한 반발에 밀려 없던 일로 한 바 있다. 대기업들은 이윤을 조금치도 뺏기지 않으려 한다.

포스코는 ‘성과공유’를 한다며 생색을 내지만,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쥐어짜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그러나 2012년부터 일부 기업들로 ‘성과공유제’가 실행되고 있기도 하다. 2004년 포스코가 처음 도입하고 정부가 확대한 이 정책은 자율 시행이라서 참여 기업이 올해까지 대기업 91곳, 중소기업 329곳 등 얼마 안 된다. 이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득이 된다는 얘기는 나온 바 없다. 오히려 포스코는 대규모 사내 하청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산재를 방치하며,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쥐어짜는 기업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의무화돼도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납품 단가를 더 낮게 계약하고, 대신 그 일부를 ‘성과공유’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이익 공유’인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협력이익공유제나 ‘공정 경제’는 대자본과 중소자본이 이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 격차도 줄어들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소득도 궁극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의 상당수도 정부의 이런 논리에 공감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016년에 ‘초과이익공유제’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노총도 최근 발간한 소책자 《재벌 개혁》에서 초과이윤공유제, 성과이익공유제 등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낮아지면, 중소기업 노동자가 빈곤화[한다.]

그러나 노동자와 중소기업주가 대기업의 수탈로부터 같은 이해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현실 앞에 무기력하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청 중소기업들은 다른 중소기업들보다 안정적인 이윤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업주들도 대기업 못지않게 노동자들을 쥐어짜 왔다. 중소기업주들도 이윤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주된 근거로 삼으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연쇄 개악을 추진하는 것만 봐도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다름을 알 수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하려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들이 원하청 기업 모두에서 생산성 향상 노력에 협력해야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성과공유제를 대기업 노동자 공격에 이용하고 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라는 제조업 저질 일자리 확대 계획을 강요하면서,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를 위해’라는 명분을 내건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 주창자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협력이익공유제를 옹호하면서 “대기업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줄여 협력업체의 임금 인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을 안 올린다고 그 돈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달된다는 보장은 없다.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이익공유제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제하고 노사협조주의를 퍼트리는 데 이용됐다. 사실 ‘재벌 개혁’이라는 요구 자체가 다른 자본과의 연대로 나아가기 쉽다.

예를 들어, 1930년대에 프랑스 급진당도 ‘이윤 공유제’를 내걸었다. 중소 자본가들에 기반을 둔 이 정당은 격렬해지는 계급 투쟁을 억제하고, 노동자들이 국유화와 같은 더 급진적인 대안으로 이끌리는 것을 막으려고 이를 제안했다. 문제는 프랑스 사회당과 공산당이 이런 급진당과의 인민전선 정부를 유지하려고 노동자 투쟁 물결을 잠재우는 데 힘을 쓴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윤율이 낮아 장기침체에 빠진 시기에 중소 자본가들의 편을 든다고 노동자들의 처지가 개선되지 않는다.

노동계급의 대안은 원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 원하청 노동자 모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