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개설 허가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관련 노동조합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퇴진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크다. 의료 영리화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제주 영리병원 반대 운동에 중요한 기여를 해 왔다.


원희룡 도지사가 공론조사 결과조차 무시하며 영리병원 개설을 강행했는데요. 이렇게까지 하리라고 예상하셨나요?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봤습니다. 공론조사 과정에서 이미 제주도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여러차례 발견됐거든요. 예컨대 7월 31일 JIBS제주방송이 주관한 서귀포시 토론회에는 서귀포시 전역에서 버스 다섯 대 가량의 인원이 동원됐습니다. 행정력을 동원한 건데요. 시장이 임명직인 제주특별자치도의 상황에서 도지사 모르게 이런 일이 벌어지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또, 이건 공론조사가 끝날 무렵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공론조사를 시행한 컨소시엄이 제주도 측으로부터 비용을 후불로 받기로 했다는 거예요. 

공론조사라는 게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중 200명을 찬반 비율에 따라 뽑아 숙의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인데요. 오리엔테이션을 포함해 총 세 차례 토론을 했어요. 그런데 두번째 토론부터 분위기가 영리병원 불허 쪽으로 기울자 느닷없이 등장한 게 이른바 ‘오차범위’라는 거예요. 200명에게 찬반을 물었을 때 5.4퍼센트는 오차범위로 봐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만약 반대가 55퍼센트, 찬성이 45퍼센트로 나오면 오차범위 내에 있으므로 어느 한 쪽을 다수 여론으로 볼 수 없다는 거예요. 공론화위원회가 통계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는데 모두 이런 식으로 오차범위를 정하는 일은 없다고 답변을 줬어요. 그런데도 위원장 독단으로 오차범위를 정하겠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엉터리였어요.

게다가 원희룡 도지사는 공론조사 직후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겠다”가 아니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어요. 뭔가 있다 싶었죠. 그 뒤로도 두 달이나 시간을 끄는 것도 이상했고요.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과정에 법적 절차적 하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건가요?

먼저 사업계획서 얘기를 해야겠네요.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보면 제주 영리병원은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도지사가 허가를 하도록 돼 있어요. 그런데 승인을 해 준 복지부 장관이 자기는 사업계획서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사업계획서가 왜 중요하냐 하면요. 제주특별자치도의 조례에 따르면 영리병원 허가 요건 중에 이런 게 있거든요. ‘영리병원을 운영하려는 자는 유사 경험을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녹지그룹은 병원 운영 경험이 전혀 없어요. 부동산 기업이에요.

따라서 녹지그룹이 유사 경험을 증빙하려면 국내 파트너가 필요했을 거예요. 그런데 조례 상에는 국내 병원의 우회투자 의혹만 있어도 허용할 수 없다고 돼 있어요. ‘외국인 자본’의 탈을 쓴 국내 자본 투자를 막기 위해 만든 조항이죠. 따라서 병원 운영 경험을 증명했든, 안 했든 다시 말해 병원 운영 경험을 했다면 그 파트는 누구냐 하는 문제, 안 했다면 허가할 수 없는 것을 허가한 문제가 되는 거죠.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이유고 제주도측이 공개 안 하는 이유라고 봐요. 그런데 영업 비밀이라고 공개 안 하고 있어요. 여기서 영리병원의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나는 거에요. 비영리병원은 영업 비밀이라고 숨길 수 없게 돼 있거든요.

안전 문제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녹지국제병원 전에 싼얼병원이 제주도에 생길 뻔 했어요. 그게 취소된 이유가 이래요. 병원은 응급 상황에 대비한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영리병원은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아요.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돼야 하는 데다 돈 안 되는 환자들도 많아서 적자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싼얼병원은 한라병원이랑 응급환자 진료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게 파기되면서 복지부가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런데 지금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대병원, 서귀포의료원과 응급환자 진료 계약을 맺고 있어요. 그런데 이 병원들은 다 공공병원입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병원들이 영리병원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는 게 정상적인가요? 지금 문재인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데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이런 계약을 파기해서 얼마든지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거예요. 사실상 정부가 묵인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죠. 의료 영리화는 절대 안 하겠다던 정부가 말이에요.

게다가 녹지국제병원에서 서귀포의료원까지 적어도 30분은 걸릴 거예요. 제주대병원은 산을 넘어야 하니 그보다 더 걸리고요. 사실상 응급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성형수술을 한다는 녹지국제병원에는 마취과도 없어요. 사고라도 나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지는 겁니까.

뿐만 아니라 일단 영리병원이 생기면 의료비가 비싸집니다. 다른 나라들 경우를 보면 건강보험에 대한 부당 청구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고요. 미국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병원 50개 중 49개가 영리병원입니다. 아마 2013년 통계였을 거예요. 미국에서 이른바 '베스트 병원 20위' 안에는 영리병원은 한 개도 없고요.

영리병원이니까 진료비 아니면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얻겠죠. 그래서 고용 인력도 매우 적습니다. 1인당 간호 인력은 비영리병원의 5분의 3 수준이고요. 독일의 경우도 비슷한 통계가 있습니다. 의료의 질도 매우 낮다고 보고돼 있고요. 의사들의 경우도 노동강도가 너무 높아서 젊을 때 빨리 많이 벌고 빨리 그만두는 병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환자들에게 좋을 리 없겠죠.

문재인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녹지국제병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12월 10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이미진

복지부 장관은 ‘더 늘리지는 않겠다’ 하는 취지로 답했다고 합니다.

먼저 확장 여부는 우리가 물어본 게 아니에요. 제주 영리병원을 어쩔 거냐고 물은 건데 완전 동문서답이죠. 게다가 그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 복지부장관도 그럴까요? 다음 정권도 그럴까요? 법적으로 구멍이 나 있는 건데 이를 막지 않으면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심지어 녹지국제병원이 소송에서 이기면 어떻게 할 건가요? 혹은 국내 자본이 차별받는다며 위헌소송이라도 하면 어쩔 건가요?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자기 공약을 이행하려면 일단 제주 영리병원 승인을 취소하고 법률을 개정해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잖아요. 무엇보다 정부가 하지 말라고 강력히 얘기했어도 원희룡이 강행했을까요? 지금 제주도에서는 그런 소문이 파다해요.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막지 않은 거라고요.

게다가 먼저 말을 바꾼 건 원희룡이 아니라 문재인이에요. 의료 영리화는 안 하겠다더니 규제프리존을 비롯해서 의료 영리화 조처를 막 추진하잖아요.

의미심장하게도 12월 3일 정부가 한중무역현안회의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여기에서 중국 측이 무역 현안으로 영리병원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를 해요. 그리고 이튿날 원희룡 도지사가 허가 방침을 발표하죠. 직접적이지는 않았어도 정부와 제주도 측에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지금 뭐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일단 허가 철회를 위한 광범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제주도 측에서는 도지사에 대한 소환운동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주도 주민들의 반발은 엄청나요.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일 거예요. 공론조사는 도대체 왜 한 겁니까?

제주도뿐 아니라 사실 전국적 쟁점이 되고 있죠. 언론들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전 원희룡이 심각한 정치 위기를 겪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강력한 운동으로 영리병원 승인도 철회시키고 도지사도 쫓아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영리화 조처들에도 항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영리병원도 막아내고 의료 영리화에도 제동을 거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 운동이 지금 필요합니다.

제주영리병원반대촛불

의료공공성 훼손하는 제주 영리병원 철회!
민주주의 파괴자 원희룡 도지사 퇴진!

제주 영리병원 철회 100만 서명

▶ 온라인 서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