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운송 설비에 끼어 사망한 스물네 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2월 13일 고인을 추모하는 문화제가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렸다. 같은 시간 태안, 전주, 수원 등에서도 추모제가 열렸다.

매서운 추위에 긴급하게 호소한 집회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300여 명이 세월호 광장을 꽉 채웠다. 학교 비정규직, 마사회 비정규직 등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이 보였다. 고인의 또래인 대학생, 청년들도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노동 사회단체들과 진보정당들도 참가했다.

지난 11일 새벽에 홀로 일하다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故김용균 씨 추모문화제가 12월 1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세월호 광장에 차려진 분향소 ⓒ조승진

한 켠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영정 사진 속의 고인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그의 간절한 염원이 외주화가 낳은 비극적 죽음과 대조돼 더욱 가슴을 아리게 했다. ‘노동 존중’ 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치가 떨렸다.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동료 노동자 두 명이 첫 발언을 시작했다.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저희에게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은 마이크를 잡고서 한참을 입을 떼지 못했다.

“사고가 있기 5일 전에도 김용균 씨의 생일을 축하하며 술 한 잔 했습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웃던 동료였습니다.

“직접 당사자인 서부발전과 업체 관리자, 해당 주무관청의 관리 소홀이 인명 피해를 만들었습니다. [고인은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하청업체 인력들을 소, 돼지 보듯 하는 그들에 의해 살해 당한 것입니다.”

비통한 심정과 분노가 모두에게 전해졌다.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의 시신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수습까지 해야 했던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연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언했다. 이들에게 김용균 씨의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말했다.

“이번 일은 저희와 다르지 않습니다. LG유플러스에서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일을 하다가 옥상에서 떨어져도 관리자들에게 ‘내일 출근할 거냐?’는 말을 듣습니다. 하청 구조가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습니다.”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의 비극적 죽음에 비통한 심정을 토하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 ⓒ조승진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은 위선 ⓒ조승진

제대로 된 정규직화

기간제교사노조 박혜성 위원장은 외주화 정책과 문재인 정부가 비극적 죽음을 낳았다고 규탄했다.  

“발전사는 물론 문재인 정부도 책임자입니다. 정부는 생명안전 업무를 우선적으로 정규직화 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기였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노동자들은 모두 생명안전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은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정부 정책과 자의적 전환 제외가 이번 사고를 예고하고 있던 것입니다.

“기간제 교사들의 조건도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외주화를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제대로 정규직화 하는 것만이 죽음을 멈출 수 있습니다.”

청년전태일, 변혁당 학생위원회,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등 대학생·청년 단체 활동가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 받다 안타깝게 숨진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규탄했다.

2016년 스크린 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스무 살 김군이 구의역에서 사망했고, 지난해는 제주도에서 현장실습 고교생이 기계에 눌려 사망했다. 올해 초에도 이마트에서 한 청년 노동자가 무빙워크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혜신 활동가는 수많은 청년들이 고인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전, 제가 다니는 학교 익명 게시판에 ‘사촌오빠가 새벽에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에 공감과 추모의 글들이 줄이어 달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어제 ‘외주화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완전 유체이탈 화법 아닙니까? ‘노동 존중’, ‘촛불’ 대통령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이는 누구입니까?”

문재인은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우파 정부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외주화를 중단하고 정규직화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저질 일자리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길이다.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시민대책위원회 결성 소식을 알리며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유가족들은 노동조합과 시민대책위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서 줄 것을 희망했습니다. 추모하는 데 그쳐선 안 됩니다. 12월 15일과 21일 광화문에 다시 모입시다!”

시민대책위는 앞으로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속되는 항의에 더 많이 모여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고, 외주화 중단과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자.

추모문화제 참가자들이 쓴 추모 편지들 ⓒ조승진
외주화가 비극적 죽음을 낳았다 ⓒ조승진
“문재인 정부도 책임자!” 통렬한 규탄으로 큰 박수를 받은 기간제교사노조 박혜성 위원장 ⓒ조승진
청년 노동자의 분노 ⓒ조승진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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