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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시민대책위 천막 농성 돌입:
서울시는 9호선을 완전 공영화하라

ⓒ출처 〈노동과세계〉

‘9호선 안전과 공영화 시민사회대책위원회’와 9호선 노동자들은 12월 13일부터 9호선 1단계 프랑스 운영사 계약 해지와 다단계 구조 청산을 촉구하는 서명전과 농성에 들어갔다.

9호선 1단계는 민간자본인 시행사(서울시메트로9호선㈜) – 운영사(서울9호선운영㈜) – 유지보수(메인트란스)라는 다단계 구조로 돼 있다.

프랑스계 자본인 운영사는 자본금 10억 원을 투자해 그동안 400억 원 이상을 챙겨갔다. 9호선 이용객과 노동자들은 그만큼 더 열악한 처지에 시달려야 했다.

2017년 9호선은 평균 혼잡도가 175퍼센트로 1위였다. 염창역에서 당산 급행열차는 혼잡도가 최대 230퍼센트에 이른다. 12월 1일 3단계 구간 8개역이 추가로 개통되면서 열차 배차 간격이 1분 30초 정도 늘어나 혼잡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혼잡도가 높다 보니, 9호선 게시판에는 한겨울인데도 “난방을 끄고 에어컨을 틀어 달라”는 요청이 올라올 정도다.

노동자들의 처지도 열악하다. 지하철 1킬로미터당 운영 인력은 1~8호선이 57명인 데 비해 9호선 1단계는 25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관사 노동자들은 매달 평균 3~4일을 더 일하고, 한 번에 운행하는 시간도 길다. 역무 인력도 부족해 1인 역사가 많아 역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선로 점검과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노동자들도 인원이 부족해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임금은 다른 지하철 노동자들보다 더 낮다.

이런 상황은 지하철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9호선 노동자들은 “대형 사고는 예고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발생한 강릉 KTX 탈선 사고는 이윤을 위한 대규모 인력 감축과 평창올림픽 개최일에 쫓긴 시급한 개통, 민영화를 위한 철도 상하분리 시스템 문제가 원인이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청년 노동자 김용균 씨는 민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외주화가 산업 재해를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9호선 3단계 구간은 개통하고 나서도 열차 제어장치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로 운행됐다. 시행사·운영사·유지보수사가 서로 비용 부담을 떠넘기다 늦어진 것이었다. 9호선 1단계 노조 박기범 위원장은 “KTX 탈선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선로전환기 또한 교체 주기를 넘어선 것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적은 인원, 민영화, 다단계 하청구조 등 모든 사고 원인들이 9호선에 존재한다.

대형 사고

현재 9호선 1단계의 시행사와 운영사는 수수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동조합은 수수료 협상이 아닌 운영사 계약 해지를 요구한다. 운영사가 끼어든 다단계 하청구조 때문에 운영사 수수료 지급 등으로 매년 120억 원 가까이 되는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 돈은 노동자 처우 개선과 9호선 승차 환경 개선 등에 쓰여야 하는 것이므로 운영사를 배제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는 정당하다.

서울시는 운영사 계약 해지 요구에 대해 ‘시행사와 운영사 간의 문제’라며 관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실상은 서울시의 요구로 시행사가 운영사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듯하다). 이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일 뿐이다. 서울시는 9호선의 주무관청이다. 애초에 9호선 건설 비용도 80퍼센트 이상을 서울시와 국가가 부담했다. 또, 서울시가 매년 525억 원가량을 지원해 9호선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데도 서울시가 운영사 계약 해지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노동조건과 안전보다 민간 기업의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이런 행태는 9호선 2·3단계 구간 운영에서도 나타났다. 2·3단계는 순전히 정부 돈으로 건설됐지만, 서울시는 이를 즉각 공영화하지 않고 조례를 위반하면서까지 재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려 했었다. 재위탁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자 2·3단계 운영을 서울교통공사에게 맡겼지만,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CIC(사내 독립 기업 제도) 방식으로 고용해 노동자들의 처지 개선을 미뤘다.

설사 운영사를 배제하고 시행사가 직접 운영한다 해도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는 못할 것이다. 시행사도 2039년까지 1조 2122억 원을 챙겨 가는 것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돈을 지급하려고 노동자 처우 개선과 9호선 안전은 계속 뒷전으로 미룰 것이다.

사실 9호선 민영화의 문제점이 터졌을 때 박원순의 서울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민간 자본들이 수익을 빼먹는 다단계 하청구조를 인정했다. 이런 서울시가 운영사를 배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안이한 생각이다.

운영사와 시행사 모두를 배제하고 9호선을 완전히 공영화해, 노동자 처우 개선과 9호선 환경 개선에 돈을 쓰라고 요구하며 서울시에 맞서 싸워야 한다.

ⓒ출처 〈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