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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청년 노동자의 죽음:
왜 청년들은 열악한 일자리를 강요받는가

(故) 김용균 씨의 죽음은 다른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과 흡사하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열아홉 살 청년 노동자가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올해 초에도 이마트에서 스물한 살 노동자가 무빙워크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이었다.

자본가들은 청년 노동자를 값싸게 쓰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조승진

안전 업무를 담당하던 이들은 제대로 된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 인력 부족에 허덕여 제대로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구의역 김 군과 김용균 씨 유품에 똑같이 있었던 컵라면을 보면 마음이 더욱 미어진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하청업체로) 가게 된 이유는 고용이 안 됐기 때문이다. 서류를 들고 반년 이상 헤매다 찾은 곳이 여기였다.”

많은 청년들이 실업으로 고통받는다. 취업을 해도 열악한 일자리이기 일쑤다. 청년(보통 15~29세를 지칭)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6년 기준 34.9퍼센트에 이른다. 첫 일자리를 1년 이하 단기계약직으로 얻는 청년은 2016년 기준 22퍼센트다. 이 비율은 증가 추세에 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그 기간 동안 생활비를 벌거나 학자금을 갚기 위해 비정규직 일자리에 뛰어드는 청년들도 많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일단 들어가 경력을 쌓고, 이를 발판으로 좀더 안정된 일자리로 이직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고용률 자체가 감소하는 데다 정규직 전환이나 양질 일자리로의 이직이 쉬운 게 아니어서 또다시 좌절을 겪곤 한다.

김용균 씨도 좀더 큰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정규직으로 취직하고 싶어 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결국 본가인 구미에서 멀리 떨어진 태안까지 가서 비정규직으로 직장을 구했다. 그리고 입사 두 달 만에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취업 청년의 겨우 37퍼센트만이 첫 일자리에서 1년을 머무른다. 이직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조건 불만족이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월 평균 근로소득은 182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2017 통계청).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고, 같은 해 민주노총이 발표한 비혼 단신 노동자 표준생계비 255만 원에 견주면 턱없이 낮다. 청년들은 이런 여건에 위험한 환경까지 감내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김용균 씨 사망 사고가 터진 날 ‘일자리는 질보다 양’이라고 선언했다. 정부가 좋은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은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 했다. 하지만 실상 그 대책은 전임 우파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정규직화 요구와 책임을 외면하는 동안 안타까운 죽음이 벌어졌다.

경제 위기와 산업예비군

청년들이 위험하고 열악한 일자리에 내몰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가들이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자들을 해고로 내몰고 더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런 공격에 ‘해고 비용’이 적은 청년층은 더 취약하다.

기업주들은 숙련도가 낮은 청년을 해고하고 기존 노동자를 쥐어짜는 게 더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경제 위기 직후인 1998년, 장년층 이상의 일자리는 7.7퍼센트 감소한 데 비해, 청년층은 17퍼센트나 감소했다.(이병희, ‘경제 위기 전후 청년 일자리의 구조 변화’)

1997년 경제 위기 전후 주요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를 보면, 1996년에는 신규 채용이 전체 채용 규모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2002년엔 5분의 1로 감소했고 그 자리를 경력직 채용이 차지했다.

더 근본적으로 마르크스가 말한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경향’이 실업을 더 강화한다. 기업들은 이윤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생산적인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노동절약적 기술을 도입한다. 이제 더 적은 노동자로도 같은 양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기업주들은 기존 노동자를 해고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실업자를 “상대적 과잉인구” 혹은 “산업예비군”이라고 불렀다. “산업예비군” 중 일부는 취업이 상당히 불규칙적인 노동자 집단이다.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저임금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과잉인구의 생산은 이미 취업한 노동자들의 축출이라는 훨씬 눈에 띄는 형태를 취하거나, 추가적 노동인구를 통상적인 통로를 통해 흡수하는 것이 더욱 곤란해지는 형태를 취한다.”

“취업한 노동자의 축출”은 기업주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기껏 훈련시킨 기존 숙련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아까운 데다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래서 기업주들은 마르크스가 지적한 후자의 방식, 즉 청년층 등 추가적 노동인구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더 어려워지게 만드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또한 청년을 채용하더라도 경기 변동에 따라 훨씬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자리로 내모는 것이다.

이런 산업예비군의 존재 덕분에 기업주들이 기존 노동자를 더욱 쥐어짜기가 수월해진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노동계급 일부에게 과도노동을 시킴으로써 나머지 부분을 강요된 나태에 빠지게” 하고, 또 그 반대로 “산업예비군 때문에 취업자가 과도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취업한 청년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다시 실업 상태로 가지 않기 위해서 고된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윤을 위해 기존 노동자를 쥐어짜면서 청년들에겐 실업과 저질 일자리를 강요하는 기업주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에 반복되는 청년 노동자 죽음의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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