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진

문재인 정부는 12월 24일 ‘국민연금 4차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편안의 내용은 그에 앞선 14일에 공개된 바 있는데, 개악안 4개를 놓고 그중 하나를 고르라는 식이다.

네 개 안을 요약하면 ① 그대로 내고 덜 받기, ② 그대로 내고 조금 덜 받기, ③ 더 내고 그대로 받기, ④ 훨씬 더 많이 내고 조금 더 받기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을 덜 받거나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271호에 실린 ‘문재인의 기만적인 국민연금 개악에 반대해야’를 보시오.)

그것도 향후 10년 동안 연금이 조금씩 삭감되도록 해, 빨리 개편하지 않으면 노후를 연금에 의존해야 하는 서민에게 점점 불리해지는 고약한 상황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자기 평균소득의 45퍼센트를 연금으로 지급하는데, 2028년까지 매년 0.5퍼센트씩 삭감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연금을 3분의 1이나 삭감했는데, 반발을 무마하려고 삭감분의 절반은 매년 조금씩 깎도록 했다. 정부가 ‘현행 유지’ 안이라고 부르는 첫 번째 안은 이 삭감을 멈추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기존 법률을 고쳐야 삭감을 멈출 수 있으므로, 이를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고 여기지는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는 문재인이 노무현 때 결정돼 지금도 진행 중인 연금 삭감에 책임 없다는 식으로 ‘현행 유지’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다. 〈한겨레〉 등 친민주당계 언론이 이런 입장을 대변한다. 심지어 〈한겨레〉는 정부 개편안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끼워 맞춰 정부안을 미화하려 애쓴다. 

예컨대 〈한겨레〉는 24일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로 전환될 특수고용 노동자는 최대 22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가 언급한 대상자는 44만 명이고 그조차 “고용부 등 관련 부처의 정책 추이 등을 참고하여 단계적으로 사업장으로 가입 전환 방안 검토”한다고 했다. 앞날은 매우 불투명한 것이다. 

문재인은 올해 11월 7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하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 뒤 연금 전문가인 김연명 교수를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했다. 김연명 교수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줄곧 주장해 온 진보적 학자다. 

개혁적 외피

그러나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이 이전과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1안은 개편 실패를 뜻할 뿐이다. 3안은 8월에 발표된 두 개의 안 중 하나고, 4안은 11월 7일에 문재인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안이다(공약대로 연금을 인상하되 보험료를 44퍼센트나 인상하는 안). 사실 4안은 노동자들의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주들도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 친기업 행보에 여념이 없는 정부·여당이 이를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안에만 조금 새로운 내용이 담겼는데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되 기초연금을 일부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그 액수가 너무 작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면서 전체적으로는 하향 평준화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개악이다. 이를 지지해선 안 된다.

사실 국민연금 삭감을 그대로 둔 채 기초연금만 인상하는 방안의 한계는 김연명 교수 자신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임명 직전인 11월 6일 국민연금특위 워크숍에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초연금에서 제외된 상위 30퍼센트 노인의 국민연금액이 하위 50~70퍼센트 노인의 총연금액(국민연금+기초연금)보다 적어지는” 모순을 지적했다. 일부에게, 그것도 최저 생활만 보장하는 신자유주의적 복지가 가진 함정이다. 

정부안은 공적연금(국민연금, 기초연금)이 이런 ‘최저’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이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방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복지 삭감의 모순을 더욱 키울 것이다.

결국, 김연명 교수는 실질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못한 채 정부안에 개혁적 외피를 씌우는 구실만 하게 된 셈이다. 사실 그는 임명되자마자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 50퍼센트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소득대체율 50퍼센트’는 “학자로서 개인적 소신”을 피력했을 뿐 “정책 결정의 위치”에 있기에 “탄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해 정부와 코드를 맞출 것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상대적 고소득 노동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고, 연금을 줄이는 것을 개혁의 일부로(혹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높이 사 그를 기용한 듯하다. 김연명 교수를 내세워 사회적 대화를 통한 연금 삭감을 추진하려 하는 것이다. 그는 2015년 공무원연금 삭감 과정에서도 개악안 합의에 주도적 구실을 한 바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 등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미련을 거두고 문재인 정부에 맞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