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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년,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박혜성 위원장 인터뷰 :
“정규직화 요구가 정당하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어요”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박혜성 위원장 ⓒ이미진

노조 출범 1년을 축하합니다. 노조를 만들고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노조는 기간제 교사들을 모으고, 싸울 수 있는 구심점이 됐어요.

지난 1년간 정규직화, 차별 폐지, 노조 할 권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 토론회, 집회, 농성 등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언론에 보도되며 많이 알려졌죠. 그래서 노조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제 교사들이 상담이나 제보를 할 때 노조가 나서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를 표현하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죠.

노조가 되니 교육청, 교육부에 기간제 교사들의 요구와 교섭 등을 당당히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변화입니다. 물론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때도 교육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노조가 되니 더 당당하게 요구하게 된 것 같아요. 법외노조라 해도 교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감을 압박해 가려 합니다.

연대가 확대된 점도 큰 성과입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는 정말 든든한 지지와 연대를 해주었어요.

민주노총 등의 연대와 지지를 받기도 더 쉬워졌어요. 노조를 설립하고 민주노총과 간담회를 하고, 기간제교사노조의 활동에 연대와 지지를 요청했죠. 민주노총에서 기간제 교사에 지지와 관심을 표명해 주니 반갑더라구요. 민주노총 소속의 여러 노조들, 특히 비정규직 노조들과 많은 동지들이 노조 잘 만들었다고 하면서 응원해 주고 있어요. 노조가 되니 이렇게 연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을 얻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합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가 누구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전환 제외자가 너무 많고 그나마도 무기계약직, 자회사 등 제대로 된 정규직이 아니에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제 교사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일 먼저 제외당하면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시금석이 되기도 했지요. 정부가 기간제 교사들이 상시업무를 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는 ‘청년 선호 직종’, ‘공정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교원 확충 억제 정책으로 청년들을 엄청난 임용시험 경쟁으로 내몰아 왔습니다. 정부의 이런 주장은 자신의 책임을 기간제 교사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기간제 교사와 예비교사를 이간질하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는 다른 공공기관에도 이런 논리를 내세워 정규직 전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부뿐 아니라 교육청들도 책임이 있어요. 교육부 전환 심의위원회 이후 각 교육청 별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여기서도 기간제 교사는 제외됐어요. 올해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했어요. 진보교육감들은 공통 공약으로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지 않고 어떻게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 수 있나요? 그렇다면 정부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기간제 교사를 어떻게 정규직화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지속적으로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요구가 왜 중요한가요?

정규직화는 기간제 교사가 겪는 고용 불안과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에요. 정부는 기간제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면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의 대부분은 불안정한 고용에서 비롯하는 것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재정을 절감하려는 정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전교조기간제교사특위에서는 휴직 대체 교사들을 일종의 무기계약직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또다른 직군을 만들어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정규직화는 기간제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기간제 교사들이 온전하게 교육에 전념할 때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어요.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온갖 차별을 당하는 교사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요. 불안감, 모멸감 이런 것들을 잊고 교육에 전념하려 노력하지만 이런 조건은 교육에 방해 요소입니다. 교사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해야 보다 좋은 교육을 실현할 수 있지 않겠어요?

교육 역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뤄집니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기간제 교사와 학생들과의 관계가 왜곡될 수 있어요. 기간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기간제 교사임을 밝히지도 못하고 계약이 끝나면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학생들은 인사도 없이 사라진 교사에게 오해를 하기도 하고 섭섭해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연속되면서 기간제 교사들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학생들에게 마음을 온전히 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노동 조건 개선, 교원 확충 등을 쟁취하려면 정규 교사, 기간제 교사, 미래 교사들이 함께 단결해서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들이 서로 대립하면 교육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비용 절감을 원하는 정부가 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철폐를 지지한다면 기간제 교사들의 요구를 진심으로 조건없이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1년째 되는 날인 7월 18일 청와대 앞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요구 기자회견' ⓒ이미진

정부는 기간제 교사의 차별은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은 이행됐나요?

아니요, 그것도 말뿐이었어요. ‘기간제교원제도 운영개선협의회’를 설치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하반기까지 3차례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 협의회는 심의기구도 의결기구도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이 협의회는 기간제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을 듣고 교육청에 전달하는 수준입니다. 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교육부는 교육청에 강제할 수 없고 권고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가 개선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꼭 집어서 쪼개기 계약은 막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쪼개기 계약을 정당화하는 ‘기간제교사에 대한 운영 지침’조차 바꾸지 않고 있어요. 이 지침에는 기간제 교사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항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학교의 불편함은 고려하지만 기간제 교사들이 당하는 부당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노조 설립 신고가 반려됐습니다. 이것이 왜 부당한지 설명해 주십시오.

고용노동부의 노조 설립 신고 반려는 기간제 교사의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정부는 노조 규약에서 “계약의 종료 또는 해고되고 구직 중인 기간제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것을 문제삼았어요. 한 달부터 1년까지 다양한 계약을 맺어 구직과 재직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의 조건을 알면서도 반려를 통보한 것은 기간제 교사의 노조 할 권리를 원천 부정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노조 설립은 신고제입니다. 조합원의 자격은 조합이 알아서 정하는 것이므로 조합원을 문제 삼아 반려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를 교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들이 노조 설립신고를 하자, 그땐 교원이라며 교원노조법을 적용해 노조설립 반려 통보를 했습니다. 교원 자격은 권리를 제약할 때만 사용되는 기준인 것입니다.

기간제교사노조 설립 신고 반려에 대해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인권단체, 법률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300여 개의 단체들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노조는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계속 싸워 나갈 것입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 조희연 교육감과 면담을 했는데, 어땠나요?

서울시 교육청은 설립 신고 반려를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다가 지난 12월 21일에 조희연 교육감과 면담을 했어요. 6개월만에 성사된 면담이었는데 놀랍게도 조희연 교육감은 “기간제 교사의 차별이 다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어요. 재선까지 한 진보교육감인데 학교 노동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모르고 있는지 참 기가 막혔습니다.

기간제 교사노조는 교육감에게 기간제교사노조 인정, 정규직화, 학교장에게 위임된 임용권 회수, 차별 폐지, 고용 불안 해소를 요구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기간제교사노조의 요구를 이해했다면서 관련 부서에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하라고 지시하고 기간제 교사 문제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첫 면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지요. 일단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했으니 제대로 논의가 되는지 지켜보며, 계속 저희들의 요구를 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야 무엇 하나라도 실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설립 총회 때부터 민주노총 가맹을 추진한다고 결정했어요. 민주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2차례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전교조가 가입 범위에 기간제 교사를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들은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노조를 따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야만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형식 문제가 기간제 교사들이 민주노총의 일원이 되는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공공운수노조 가입을 원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민주노총의 일원이 돼 비정규직 철폐 운동을 함께해 나가며 민주노조 운동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이후 노조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 차별 폐지, 노조 할 권리를 위해 계속 투쟁할 것입니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큰 논쟁이 있었지만 지난 1년간 활동하면서 우리가 정규직화를 요구한 것이 정당했고 올바랐다는 확신이 더 강해졌어요. 우리의 주장이 정당하기 때문에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자신감으로 계속 투쟁해 나가려고 합니다. 기간제교사공대위와 함께 기간제 교사 투쟁의 지지를 확대하는 활동을 할 것이고, 민주노총 가입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기간제 교사를 조직하기 위한 활동도 계속 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