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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인터뷰:
“안전 말하며 규제 완화하는 문재인 정부의 분열적인 모습”

김용균 씨 사망은 한국 사회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은 매해 2400여 명이 일하다 죽을 만큼 ‘산업재해 왕국’으로 악명이 높다. 그간 노동계를 필두로, 산재에 대한 기업주의 책임과 처벌, 위험 업무의 외주화 금지,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랫동안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권리 강화를 위해 활동해 온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에게서 산업재해의 원인과 한국 산업안전보건법의 역사, 노동자 투쟁과 작업장 안전의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윤 대표는 현재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상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이미진

한국의 산업재해 비율이 높은 데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기업이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안전 설비와 인력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는 않고, 이윤 활동에만 몰두를 합니다.

두 번째로 이런 기업들에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도 부족한데요, 정부가 기업들에 대한 안전 규제와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 나라의 전체적인 법과 제도 자체가 ‘기업 봐주기’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셋째는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노동자들이 작업장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노조 결성 권리부터 작업중지권 등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이 매우 부족합니다.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문제를 알고 있더라도 개선하기 굉장히 힘듭니다.

기업의 책임, 정부의 역할, 노동자의 권리 등을 제도화된 형태로 명문화하는 것이 법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1981년에야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그 이후 대폭 개정은 1990년에 있었습니다.

[산안법조차 없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 대해] 건설 노동자들이랑 얘기를 해보면, 한국의 아파트나 고속도로 등은 건설 노동자 한 명 한 명의 피와 희생으로 [만들어졌어요]. 흔히 옛날에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했던 것처럼, 한국의 아파트와 도로, 철도 등은 인골탑이라고 많이 얘기하는데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로 죽어간 희생 속에 세워진 것들이죠.

유럽과 미국에선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노동자 안전과 건강 관련 제도나 법의 중요한 개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때 노동자들이 엄청난 투쟁을 했고, 그 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것이죠.

한국은 당시[1980년대 초와 말] 노동자들이 명시적으로 법제화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등이 당시 군사정권에 영향을 미친 것이죠.

인골탑

그런데 [1990년] 이후 부분적 수정만 있었어요. 1990년 이후 벌써 28년이 지났는데, 그때 한국 산업사회의 여러 특성들이 지금과 맞지 않는데 제도는 옛날 그대로예요. 예컨대, 기존 산안법 자체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영한 조항 자체가 거의 없어요.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사고 등 사회적으로 아픈 참사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과 촛불 운동 덕에 집권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의 안전이나 건강에 대해 책임 지겠다는 말은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지키겠다고 하면서, 이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경제 정책들은 규제 완화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자본들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건 완전히 분열적인 모습이에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노동자의 안전과] 같이 갈 수 없는 정책인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보면] 정부의 최초 안에는 노동계의 요구를 일부 포함시켰는데, 국무회의를 거치면서 외주화 금지 조항은 [사실상] 아예 빠졌고요, 처벌 규정 하한선[최소 몇 년 이상 징역과 몇 억 이상의 벌금] 조항도 빠졌습니다. 현재 정부 안대로 통과되면 김용균 씨와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없고, (원청)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낸 통계를 보더라도, 외주화된 회사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7∼8배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만큼 외주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원청]기업들이 외주화를 통해 이윤은 더 챙기면서 인건비와 관리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죠. 또 외주업체 노동자가 [하청이나 원청에] 안전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전혀 피드백도 없고 개선되지도 않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철회하라!”(故) 김용균 씨의 동료인 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미진

자본주의 시스템

결론을 짓자면, 작업장과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한 사회의 경제 구조 내지는 경제 현상의 반영이자, 노동자와 자본 관계의 반영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 문제입니다. 즉,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체제를 만들어 가는 근본적인 투쟁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문제라고 보고, 그나마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노동자의 권리가 확보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지표가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노동자의 힘과 비례하는 것이므로, 노동자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한 투쟁들이 더 강력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공분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기 때문에, 사회 운동 진영은 법안 문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계처럼 취급 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운동으로 더 키우고 발전시키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토요일 범국민 추모제에 노동자들과 뜻을 가진 시민들이 많이 참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이제 그만!
6차 범국민추모제

  • 시간: 2019년 1월 27일(일) 오후 3시
  • 장소: 광화문
  • 주최: 청년비정규직故김용균시민대책위

※ 6차 범국민추모제는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49일째가 되는 1월 27일(일)에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