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저녁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제주지사 퇴진 촉구 촛불 집회’가 서울 광화문 파이낸셜빌딩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제주도지사 원희룡이 공론조사 결과도 무시하고 제주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허가를 강행한 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제주도에서는 영리병원 철회, 도지사 원희룡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서울에서도 매주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총력 투쟁을 선포한 데 이어 2019년 1월 3일 제주도청 앞에서 영리병원 저지를 위한 전국 집중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도 서울과 제주에서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를 비롯한 의료 영리화 반대 운동 단체들은 100만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한편, 영리병원 승인과 허가 절차를 둘러싼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영리병원 허가 절차는 제주도 조례를 따르도록 돼 있는데, 조례를 보면 사업자가 ① 병원 운영 경험이 있어야 하고, ② 국내 자본의 우회 투자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업자인 녹지그룹은 병원 운영 경험이 전혀 없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녹지그룹 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에 일부 지분을 주고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이 BCC에 한국계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우회투자 의혹이 제기되자 녹지그룹은 스스로 사업계획서를 철회했다. 사실상 우회투자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해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 사업계획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심지어 당시 복지부 장관이던 정진엽도 본 적이 없다고 하고, 현 복지부 장관 박능후도 확인한 적 없다고 한다. 제주도의 보건의료정책을 심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도의회에서는 도지사와 행정부지사, 담당국장 중 어느 누구도 사업계획서 원본 내용을 검토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1일 제주도의회에서 홍명환 의원은 사업계획서에 “중국의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와 일본의 IDEA가 현재 녹지국제병원의 의료네트워크 형태로 사업계획서에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5년에 스스로 철회한 사업계획서와 마찬가지로 국내 병원의 우회투자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거듭 제기되는 의혹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제주도 측의 태도는 이런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12월 24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 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허가를 앞두고 녹지국제병원을 가 봤는데, 국내법인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하며 당장 개설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헤드라인제주〉 12월 24일치)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제주 영리병원 승인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는 “특수사항 …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 하며, 제주 영리병원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늘릴 생각은 전혀 없다”며 불똥이 정부로 향하는 것만 피하려 한다.

사실 규제프리존법 제정, 원격의료 추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강행 시도, 제약·의료기기 임상시험 규제 완화 등 정부 여당의 의료 영리화 정책은 원희룡 뺨 칠 지경이다. 이런 정부가 어떻게 제주 영리병원만 문제삼겠는가.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이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재가동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 박근혜가 추진하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만큼, 운동도 이에 맞서 박근혜 정부를 상대하던 것에 준하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정부 여당은 당장 내년 2월 국회에서 원격 의료를 비롯해 각종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한다. 따라서 영리병원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 전반에 맞서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해 결성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재가동은 대정부 항의 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구실을 할 수 있다. 당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은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200만 명의 서명을 받았고,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본부 산하 병원 노동자들은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여 사회적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런 투쟁의 결과로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는 끝까지 차질을 겪었고,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이어받아 추진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제주 영리병원 철회하고 의료 영리화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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