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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강수진 지부장 인터뷰:
“진정한 책임자 이길여 회장이 나서서 해결하라”

지난 19일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핵심으로 요구하고 있다.

파업 7일차에도 파업 대열은 굳건하다. 파업 효과도 크다. 파업 직전 1114명이던 입원 환자 수가 268명으로 줄었다. 응급환자도 3분의 1로 급감했다. 파업으로 병원은 매일 10억 원 가까이 손실을 입고 있다고 한다.

가천대길병원은 개인 병원(이길여 산부인과)에서 전국 5위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해 ‘성공신화’로 불려 왔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은 정경유착 부패·비리로 얼룩져 있다. 잦은 의료 사고와 과잉 진료로 원성이 높기도 하다.

무엇보다 병원이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했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부패한 재단과 병원에 맞서 올해 7월 노조를 건설하고 최근 첫 파업에 나섰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와 연대도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 연대〉가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강수진 지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지금 조합원들의 핵심 불만은 무엇입니까?

다섯 가지 요구를 가지고 싸우고 있습니다.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 및 의료의 질 향상, △노동 존중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조합 활동 보장 △민주적 직장문화 마련을 위한 제도개선위원회 설치 △기간제 및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합리적 임금제도 마련 및 적정임금 보장이 그 요구들인데요.

인력이 정말 부족합니다. 병원 측도 간호 인력만 몇백 명이 부족하다고 인정합니다. 다른 직종에서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간호사는 환자를 직접 간호하고 상대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 차원에서도 적절한 인력 충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과중합니다. 다섯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밥 좀 먹고 일하자’는 요구를 들고 있는데, 정말로 밥도 못 먹고 일하고 있습니다. 아픈 환자를 간호하다 보면, 밥 먹는 시간을 놓치고 누가 갖다 주지 않으면 못 먹습니다.

인력 부족은 신규 인력을 뽑는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한두 해는 참으면서 일할 수 있지만, 미래의 조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만 남습니다. 신규 인력이 들어와도 퇴사율이 70~80퍼센트 정도로 높습니다.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더라도 숙련 기간이 필요합니다.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업무도 과중한데, 신규 간호사 교육도 해야 되니 이중의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비슷한 규모의 병원들과 비교해 보면 초임은 큰 차이가 없더라도 5~10년 정도 연차가 올라갈수록 임금 차이가 1000만 원 정도 나고 있습니다. 이는 사측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는 임금 15.3퍼센트 인상을 요구했는데, 사측은 2.33퍼센트 인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시간 외 근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시간 외 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없이 일하는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급돼야 할 수당이 어떤 직군에는 있고, 어떤 직군에는 없다 보니 합리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았습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호봉이 올라가야 하는데, 현 임금 체계에서는 연차가 올라가는데 호봉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합리적인 임금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도 많습니다. 상시적으로 유지되는 업무에도 1~2년 단위로만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병원이 60년 동안 민주적으로 운영되지도 않았습니다. 인사 제도를 쇄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하는 노동자들을 존중하라는 것입니다.[사측은 기준도 없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 위주로 승진시켰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사람에게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병원은 건물이 17개로 늘어나며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고, 8시간 근무가 정상인데 10~12시간 장시간 노동도 하고 있습니다. ‘공짜 노동’도 하고 있습니다. 근무가 아닐 때도, 휴일에도, 행사가 있다고 불려 나옵니다. 언론에 나왔듯이 [이길여 회장] 생일 때 축하 행사를 해야 한다며 춤 연습을 시켰습니다. 모두 개인 시간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부분입니다. 만일 업무와 관계가 있다면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또한 거기에 필요한 부대 비용(소품 등)조차도 개인이 해결해야 했습니다.

최근 가천대길병원 비리 문제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컸습니다. 이번 파업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보건복지부 고위공직자에게 준 뇌물이 내 월급에서, 환자에게서, 국가 세금에서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뇌물을] 갖다 준 사람들이 자기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갖다 줬다고 생각할 수는 없겠죠. 고위공직자들이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줬을 거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다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일만 한 노동자들이 그런 비난을 같이 받아야 한다는 것에 분노도 컸습니다.

투쟁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의 요구는 정당합니다. 일한 만큼 달라는 것,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요구만으로 그칠 수는 없고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파업을 하면서 다른 부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내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의 문제라고 인식하게 됐습니다. 파업 당일에는 얼마나 모일까 조마조마 했지만, 많이 모이니 힘이 나고 있습니다. 파업 참가자도 늘었고, 조합원도 늘고 있습니다. 파업 참가율이 높아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병원의 하루 손실이 10억 원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연대가 확대되고 있어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지부들, 인천지역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지지와 연대를 해 주고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 분들도 응원해 줍니다.

파업이 시작되자 병원 측이 ‘파업 참가자는 식당 이용을 못 한다’는 게시물을 병원 식당에 부착해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요. 이 소식을 듣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음식과 물을 갖다 주기도 했습니다. 한 분은 햄버거 100개를 갖다 주기도 했습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파업 7일차인데 교섭에는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교섭에 나오는 병원 측 담당자들이 책임감 있게 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병원도 큰 손실을 받고 있는데 말입니다. 현 병원 경영진이 결정하지 못한다면 최고의 결정권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질적인 결정권자가 나와서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병원 곳곳에 그[이길여]의 동상, 조형물, 사진들이 있습니다. 병원과 관련성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이 없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정한 책임자가 나와서 조합원 1400여 명의 요구를 들어야 합니다. 진정한 책임자가 나와서 해결하라고 압박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파업 8일차 집회를 하고 있는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 ⓒ사진 출처 보건의료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