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 비위 문제가 민간인 사찰 문제로 번졌다.

한국당이 공개한 민간인 사찰 목록에는 홍익대 전성인 교수도 있다.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지식인 선언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를 진보파라고 본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특감반 상관인 조국 민정수석 경질로 문제를 몰아가고 있다. 12월 21일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폭로자인 김태우는 검찰 수사관 출신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다. 그는 비위 혐의가 포착돼 적어도 두 차례 경고를 받았다. 김태우는 승진을 위해 특감반 권한을 이용하기도 했으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비위 혐의자가 돼 검찰로 복귀하게 되자, 우파 언론을 통해 우윤근 주러 대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했다.

조국 수석과 청와대는 김태우가 민간인 첩보를 수집하고 계속 보고하는 것에 대해 주의도 주고 첩보로 접수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개인이 독단으로 한 일탈인데 청와대가 공적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국 수석의 해명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왜 청와대가 진작에 김태우를 정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청와대의 해명은 김태우의 월권 조사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반부패비서관실은 구성부터 문제였다. 반부패비서관 박형철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갑을오토텍 사측을 변호했던 인물이다.

김태우가 속했던 특감반의 반장인 행정관 이인걸의 경력도 못지않다. 그도 공안검사 출신으로, 이명박 내곡동 사저 의혹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진보당 해산을 위한 TF에 참여했다. 검사 퇴직 후에는 김앤장에 취직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옥시 사측을 대리했다.

전형적인 개혁 대상들이다. 청와대 감찰반 사건은 문재인 적폐 청산의 위선을 보여 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상징적 인사들만 구속되고, 검찰 수뇌부 정도가 교체됐을 뿐이다.

맞기만 하고 앞으로는 가기 힘든

문재인은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을 위해서 조국을 민정수석에 임명한다고 했다. 최근 조국 수석은 이 임무를 상기하면서 “맞으면서 가겠다”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결연히 개혁의 사명을 내세우면서도 개혁의 대상들과 동행한 것은 이 정권의 위선과 거짓을 보여 준다.

실제로 진척시킨 개혁도 없다. 사법 개혁 청사진은 희미해, 와닿지 않고,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물 건너간 듯하다.

김대중 정부 때 우파가 대북 화해 추진을 이유로 임동원 통일부장관 경질을 요구할 때는 진보진영이 거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대북 적대주의를  지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해서는 ‘너희나 우리나 뭐가 다르냐’는 우파의 공세에 자유주의자들의 처지가 군색하다. 문재인의 ‘개혁’으로는 우파의 회복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새삼 보여 주는 사례다.

이는 개혁 지체에 대한 항의에 직면했을 때 중도 ‘개혁’ 정부들이 흔히 하는 변명을 떠올리게 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모두 그랬다.

개혁의 대상이 기존의 존재조건 그대로 개혁의 주체로 변신할 수는 없다. 국가기관이든, 적폐 인사들이든 말이다.


고故 김용균 씨 사망 항의

한국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이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둘을 국회에 불러서 호통치고, 두 사람이 고개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을 연출해 우파 사기 진작에 써먹으려는 것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은 조국의 운영위 출석과 12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안전보건법 심사를 연계시켰다. 부족한 정부안조차 통과시키길 거부하는 것이다.

산안법 전면 개정 압력은 고故 김용균 씨 사망 항의 운동의 효과이고, 이 운동은 문재인의 우경화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을 빌미 삼은 우파의 공세는 왼쪽의 저항이 갖는 효과를 반감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운동 안에서 문재인의 책임을 묻기를 자제하는 자기 제한적 경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청와대는 검찰의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수용했다. 사기를 회복하기 시작한 우파가 대북 화해나 적폐 청산 같은 걸 즐겨 말했던 인사들을 계속 표적 삼으려 할 것이다.

우파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대북 화해주의는 위험한 도박이고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의 검찰·사법 개혁은 박근혜·이명박을 구속하는 정치 보복 이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금 문재인 지지율이 추락해 부정평가가 50퍼센트를 넘는(데드크로스)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럴수록 그는 측근들에게 더 의존하려 할 것이다. 인사 문제에서 여야 갈등은 계속될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이 정권 방어용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유시민은 정치 활동이 아니라고 강변한다.(홍준표의 유튜브 방송은 정치 활동 재개로 보면서 유시민만 다르게 볼 이유는 없다.) 유시민은 신자유주의에 매우 친화적인 입장을 보였던 친노 인사의 하나다. 그의 방송에는 우파뿐 아니라 좌파 공격도 포함될 것이다.

문재인의 중도 정부가 본격적으로 협공받기 시작했다. 노동운동은 진정한 좌파 포지션에서, 여야 모두에게서 독립적으로 자유주의자들의 배신에 항의하는 진짜로 진보적인(좌파적인)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다.


(2018년 12월 31일) 조국 수석의 책임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하려고 표현을 일부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