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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개선 미미한 자회사 채용 추진하는 인천공항공사(문재인 정부 관료)

1년 전, 인천공항 노사는 전체 파견·용역직 노동자 중 30퍼센트를 공사로 직접고용하고 나머지 70퍼센트는 자회사로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임금 등 구체적 처우 개선은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추후 합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공사는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계약이 만료된 노동자들은 임시 자회사에 고용됐다. 그런데 임시 자회사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때와 같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심지어 임시 자회사가 공사가 준 인건비의 일부를 떼먹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공사는 이런 상황을 방치했다. 애초부터 공사 측이 자회사 전환을 통해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문재인의 비정규직 대책, 빛 좋은 개살구임이 드러나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난 10월부터 11주 동안 사측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회피해 왔다. 그러더니 12월 26일, 기존 합의보다 후퇴한 내용을 담은 ‘자회사 임금체계 등 정규직 전환 세부방안 합의서’ 발표를 강행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기존 합의에서 후퇴하는 것에 반발했는데도 말이다. 사측은 한국노총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를 압박·회유해 이번 합의서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타 공공기관에 있어 모범이 될 만하다”며 자화자찬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이번 합의안은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내용을 보면, 사측은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들에게는 경쟁 채용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기존 합의에서는 이미 자회사 채용이 정해진 사람들이었다. 사측의 합의 파기로 무려 2000명의 자회사 전환 채용이 불확실하게 됐고, 일부는 해고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자들이 격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사측은 이런 합의 파기가 올해 11월 정부가 내린 ‘공정 채용’ 지침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나 소위 ‘채용 비리’는 보수 언론들의 근거 없는 추측성 비난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근거도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일자리 질 개선”을 운운하는 건 위선이다.

또한 사측은 기존 합의문에서 자회사 2곳을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야합안’에선 3곳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놨다. 자회사 수가 많아질수록 노동자들은 서로 상이한 노동조건을 요구 받기 쉽고, 단결하기 어려워진다. 노동자들은 ‘여러 개로 쪼개진 자회사는 실상 과거 하청업체와 다르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쟁 채용

자회사 전환 대상자들의 임금과 처우 수준도 별 볼 일 없다. 사측의 주장으로만 봐도 임금이 고작 3.7퍼센트 오르는 데 불과하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기본급은 179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2017년 기준). 수당 등을 합치면 총임금은 평균 276만 원가량 되지만(한국 평균 283만 원), 노동시간은 국내 평균보다 11.7퍼센트 높다. 비정규직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안방재, 환경미화의 경우에는 임금이 낮은 최저직급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처럼 저임금 상황에서 겨우 3.7퍼센트 인상하겠다는 건 제대로 처우 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사측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가로 투입되는 예산 없이”(사측 보도자료) 자회사 전환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기존 용역업체에 지급되던 일반관리비, 이윤 전액을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돈 중 69억 원을 자회사 운영비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임금 인상이 미미해진 것이다.

또한 사측은 자회사 임금체계로 직무급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의 안은 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정부의 표준임금모델과 다르지 않다. 동일 직무 내 승급은 평가를 거쳐야만 가능하게 하고 임금 인상 상한선을 두어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평가를 빌미로 사측의 통제력을 강화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자회사에 경영목표를 부여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성과급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경쟁과 노동강도 강화 압력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처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바람을 짓밟는 안에 한국노총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가 합의해 준 것은 매우 문제다. 사측의 문제적인 안을 ‘노사합의’로 포장할 수 있게 들러리를 서 준 것이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1호 사업장’으로 꼽힌 상징적 사업장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인천공항에 다녀간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정부는 정규직이 아니라 자회사를 강요하고, 자회사 전환자들의 임금·처우 또한 거의 개선하지 않아 도로 ‘파견·용역’이 돼 버린 것이다. 이번 야합 강행 또한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의 파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합의안 발표 당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 500명은 공항 로비에 모여 ‘해고 위협, 졸속·일방 강행으로 정규직 전환 역행하는 인천공항공사’를 규탄하는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기만적인 야합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사측은 즉각 ‘야합안’을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