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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행령 개정 논란:
정부의 방향도 최저임금 개악이다

정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법정주휴수당과 법정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방식을 확정하고자 한다. 사실 이 개정안은 이미 실행돼 온 방식을 확정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는 최저임금 시급뿐 아니라 월급도 고시해 왔는데, 최저임금 월급을 계산할 때 법정주휴수당과 법정주휴시간을 포함해 왔다.

그러나 사용주들은 이 개정안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업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연간 7000억 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게” 된다고 우는소리를 하고 있다.

사용주들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법정주휴수당(분자)은 포함하되 법정주휴시간(분모)은 빼자고 주장한다. 사용주들의 방식대로 하면 시간당 임금이 현행보다 훨씬 높게 계산된다(그림 참조). 이것은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일 뿐 아니라 이후 사용주들이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동결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심지어 노동조합이 없거나 약한 작업장에서는 임금 삭감을 시도할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 ‘최저임금 삭감법’이 적용되는 2019년 1월 1일에 맞춰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사용주들의 요구는 박근혜 정부조차 추진하지 않았던 노골적인 개악이다. 이런 개악을 ‘국회’라는 핑곗거리도 없이 정부가 직접 시행령 개악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경사노위 참가 여부가 다뤄질 1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앞둔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로서는 사용주들의 요구는 민주노총을 경사노위에 끌어들인 뒤 다시 논의해도 된다는 계산을 했을 법하다. 이미 국회에는 사용자들의 요구 - 주휴시간 삭제 - 를 반영한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발의돼 있다.

그래서 현재 상황만 언뜻 보면 최근 ‘법정주휴시간 포함’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정부와 사용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부 또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계속되는 개악

최저임금 계산 때 법정주휴수당은 포함하고 법정주휴시간은 빼는 방식이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우선, 정부는 사용주들의 반발을 의식해 약정휴일수당과 약정휴일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하는 수정안 내놓고, 이를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의 설명처럼, 약정휴일시간과 약정휴일수당을 제외한다고 해도 최저임금 시급 계산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가 약정휴일 제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최저임금 계산에 약정휴일이 포함되면 노동자들이 약정휴일수당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용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12월 24일 국무회의의 관련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 “약정휴일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에 있어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해당 금액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노사 의견을 수렴하여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향후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사용주들의 계산법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자율시정기간’ 도입, 노동시간 단축 관련 계도기간을 연장 방침도 함께 밝혔다.

‘임금체계 개편 자율시정기간’은 사용주들이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을 통해 이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을 수 있도록” 3개월(취업규칙 변경)에서 6개월(단협 변경)까지 처벌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1월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해 상여금 ‘지급 주기’를 사용주가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5월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지급 주기’ 일방 변경의 길을 열어 줬다. 또, 이번에 시행규칙 개정도 함께 추진하면서 ‘1개월 단위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산입가능하다는 점’을 전보다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사용주들을 향해 ‘상여금 지급주기를 변경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라’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행령 개정에 뒤따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도 사용주들을 향한 메시지다. 정부는 기존의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저임금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려 한다. 사용주들의 동결 요구와 노동자의 대폭 인상의 중간지점에 최저임금 인상액 결정 구간을 미리 설정하게 함으로써,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 개악이다.

이보다 더한 개악이 뒤따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당장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2월 임시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같은 사용주들의 요구가 포함될 우려가 높다. 고 김용균 씨의 죽음에 대한 광범한 항의와 분노에도 불구하고 원안보다 후퇴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보라.

정부의 최저임금 제도 개편 방향도 ‘사용주의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법정주휴시간이 포함된 최저임금법 시행령의 조속한 통과’만 촉구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개악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며 대규모 저항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 이면에는, 말로는 ‘양극화 해소’를 표방하면서 정작 행동은 거꾸로 가는 문재인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존재한다. 이런 정서를 투쟁으로 결집시켜야 한다. 양극화 해소의 관건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