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선언은 무엇을 노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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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19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자기 정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트럼프는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선언하면서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의 사임을 촉발한 것이다.
매티스는 사임 즉시 미국 내 트럼프 반대파와 유럽 언론들의 영웅이 됐다. 격분한 트럼프는 매티스의 직위 해제를 두 달 앞당겼다.
매티스와 그에 앞서 사임한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는 트럼프가 초기 내각에 기용했던 군 출신자들 중 마지막 인사들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이렇게 지적했다. “오바마가 물려준 전쟁들의 확전을 매티스가 주관했다는 점이 종종 간과된다.
그중 최악은, 예멘에 잔혹한 폭격을 퍼붓는 사우디아라비아 전투기에 공중 급유를 제공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매티스가 계승한 것일 게다. 자유주의자들의 영웅답다. 중동에서 군사 개입을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결정을 자유주의자들이 비난하는 것도 얄궂은 일이다.
국제관계학 학자 스티븐 월트는 이렇게 논평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라크 전쟁이 없었다면 미국의 점령도 없었을 것이고, 반미 저항도 없었을 것이고, ‘알카에다 메소포타미아 지부’도 없었을 테니,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그러나 월트는 너무 멀리 나아갔다. 트럼프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선언을 “옳은 일을 잘못된 방법으로 한” 것이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미국의 해외 전쟁 개입을 줄이겠다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이번 철군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시리아 철군 결정은 또한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과의 전략적 협상의 결과이기도 하다.
터키와 쿠르드
시리아 주둔 미군은 쿠르드 민족주의 세력인 쿠르드인민수비대
그런데 쿠르드인민수비대는 쿠르드노동자당
에르도안은 미국의 정책에 격분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에르도안은 쿠르드노동자당을 분쇄하려는 터키 군부의 노력을 강력 지원해 왔다. 터키군은 시리아에서 쿠르드인민수비대를 상대로 2년 넘게 전투를 벌여 왔다. 이제 트럼프는
그 대가로 에르도안은 “시리아에서 아이시스 잔당을 박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누가 봐도 진정성이 의심된다.
트럼프는 올해 터키를 방문할 것이다. 이는 에르도안에게 큰 성과다. 에르도안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벌어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건도 중동에서 터키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이용했다.
매티스는 사임서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제가 항상 잊지 않는 핵심 신념은, 미국의 힘이 독특하고도 포괄적인 동맹·협력 시스템의 힘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매티스는 교활하고 제멋대로인 에르도안보다는 사우드 왕가와의 동맹을 선호하는 듯하다.
더 근본적으로 보면, 매티스의 말은 194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 제국주의의 전통적 전략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주요 자본주의 국가 모두를 미국과 동맹 관계로 묶어 둠으로써 미국의 힘을 강화하는 전략 말이다. 트럼프는 이 전략을 강하게 비판해 왔고 나토 동맹국, 특히 독일을 표적으로 삼아 왔다.
트럼프는 매티스의 사임서에 응답하며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동맹국들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미국을 등쳐 먹을 때는 빼고 말이다.”
매티스의 사임으로, 트럼프가 그의 사상 전체에서 핵심인 경제적 애국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걸림돌이 하나 더 줄었다.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퍼붓겠다는 생각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앞날이 더 가시밭길일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