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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말고 “종교적 병역거부”?:
문재인 정부, 병역거부 문제에서 우파에 타협하다

1월 4일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말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병역거부자들을 부를 때 “양심”이란 단어를 빼겠다는 심산이다.

〈한겨레〉는 청와대가 용어 변경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나서서 우파의 주장을 수용한 꼴이다. 〈조선일보〉와 보수 기독교계를 비롯한 우파들은 오래 전부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종교적 병역거부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특정 종교(여호와의 증인 등)의 신념에서 비롯한 선택일 뿐이며, 이것을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반영한다.

정부는 ‘군대를 거부하면 양심이고, 입대하면 비양심이냐’ 따위의 우파적 거짓 선동과도 타협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용어 변경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는 현행 병역법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재 판결과 어긋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2001년에 나온 자신의 저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책세상)에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는 “양심과 사상에 어긋나는 작위(作爲)를 강요당하지 않는 자유”가 포함된다고 쓴 바 있다. 그러면서 “양심적 집총거부”가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로부터의 해방’” 문제에서 핵심적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조국 수석은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게 옳을 것이다.)

징병제

정부는 어떻게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의미를 폄하해, 징병제의 근간을 지키고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비롯한 병역거부자 천대·억압을 지속하려는 것 같다.

또한 용어가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에 종교적 신념이 아닌 다른 이유로 대체복무를 신청하는 평화주의자들의 병역거부가 인정받지 못한 채 그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얼마 전에 문재인 정부는 징벌적 성격의 대체복무제안(3년간 교도소 합숙)을 내놓았다. 이번 용어 변경은 정부 대체복무제안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민주 개혁 문제에서조차 매우 꾀죄죄하고, 심지어 배신적이기도 함을 보여 준다.

김영익은 2008년 11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고, 2009년 2월~2010년 5월에 수감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