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성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이 1월 8일 하루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의 극심한 방해에도 전 조합원의 절반이 넘는 9000명가량 참가했다. 파업에 찬성한 조합원의 80퍼센트가 넘는 숫자다.

단사 하루 임단협 파업이지만 은행 임단협 파업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최근 노동자들의 자신감 상태를 보여 주는 듯하다. 그러나 사측의 양보를 얻어내려면 더 나가야 한다는 점도 보여 줬다.

전날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파업 전야제 도중 사측은 긴급하게 밤샘 교섭을 요청했으나 결국 다시 노조 요구의 수용을 거부했다.(※ 파업 요구와 배경에 관해서는 다음 기사를 참조하시오. ☞ 부도덕 경영진의 노동개악에 대한 정당한 항의)

신참 직원 페이밴드(기본급 상승 제한) 폐지 요구도, 정규직 전환된 L0 직원들의 비정규직 근무경력 인정 요구도, 이미 지난해 산별 노사가 합의한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연장 등 핵심 쟁점을 사측은 모두 수용 거부했다. 무리한 실적 경쟁의 한 요인인 점포장 후선보임 제도의 완화도 거절했다. 초과 노동과 실적 압박 속에서 은행 최대 성과가 나왔는데 성과 보로금도 충분치 않다.

이 요구들은 노동자 단결에 해를 끼치는 각종 차별을 없애라는 요구다. 노동조건을 사측이 달리 적용하는 것은 노동자 사이에 차별, 갈등, 하향 평준화 압력을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을 상향 평준화를 통해 단결시키려는 노조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런데도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페이밴드 전 직원 확대 적용 같은 개악 시도는 조합원들의 파업 지지 열기 때문에 포기했지만, 그렇다고 신참 직원 페이밴드를 폐지하겠다고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측은 노동자를 우롱하며 파업을 방해하는 데에 열을 올렸다.

황당하게도 허인 행장은 7일 오후 전 직원 방송을 통해 성실한 안을 내놨다고 방송했다. 자기 노동조건에 해당하는 사안인데 노동자들이 노조와 사측의 입장 차이를 모를 리 없다.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이다. 허인 행장은 본인이 직접 서명한 산별 임단협 합의도 준수하지 않고 있다.

사측에서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협박 문자

그러고도 모자라 부점장들을 통해 일대일 면담과 예정에 없던 회의 등을 열어 퇴근을 막고 노골적인 파업 불참 강요를 자행했다. 급기야 전 직원에게 “파업 강요 신고 센터”를 운영한다는 황당한 문자를 보냈다. 노동 전문 변호사가 항시 대기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상담해 개인의 파업 불참 권리를 지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는 단결해야 사용자에 맞설 힘을 갖출 수 있다. 사측에 설득돼 동료를 배신하는 개인의 권리는 노동자의 죽음이다. 단결 파업이야말로 노동자의 진짜 자주적 권리다.

또한 사용자가 노조의 절차를 지킨 쟁의행위에 가타부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작태들이다. (실질적 최고 경영자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다운 행동이다. 노동자 갈구고 쥐어짜기, 특혜와 성차별로 얼룩진 국민은행 채용 비리, 노조 선거 개입 등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윤종규는 노조 탄압의 법률가 앞잡이로 악명높은 김앤장 고문을 지냈다. 부당한 일을 벌여 검찰을 그만두고도 반성은커녕 김앤장 변호사를 사서 재판에 임하는 윤모 전 검사가 그의 딸이다.

결국 6일 밤 접근하는 듯하던 임단협 교섭은 7일 낮 결렬된 직후 사측의 파업 방해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작태들은 오히려 불만이 쌓여 온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크게 자극한 듯하다. 분노한 조합원들은 8시 넘어서부터 전야제 장소인 잠실학생체육관으로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전국에서 조합원 8000여 명이 모였다.

사측의 탄압이 워낙 노골적이고 파업 경험이 거의 없어서 반신반의하던 노동자들은 전야제 장소를 가득 메운 동료들에게 서로서로 고무됐다. 지점 조합원 전원이 전야제에 온 것 때문에 지점장 연락을 받은 조합원들이 상의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다함께 움직이자”며 전야제 장소로 들어가기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사측의 노동자 무시에 반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9시부터 지방 대열들이 대부분 상경한 새벽 1시까지 이어진 전야제는 진행되는 내내 열기에 찬 함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노동가요가 생소하던 노동자들도 전야제가 끝날 즈음에는 바위처럼 등을 따라 부르며 투지를 다졌다.

전국과 지점에서 흩어져 있는 현장 조합원들이 다수 모인 만큼 생생한 경험들을 공유하는 자유 발언 같은 기회를 가졌더라면 더 고무적이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노동조건들을 상향 평준화하려는 것이 파업의 핵심 요구인 만큼 경험의 교류는 서로의 단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측이 놀라서 파업 전야제 도중에 다시 교섭하자고 연락을 해 왔지만, 사측의 답변이 여전해 결국 결렬됐다.

체육관 바닥과 복도 곳곳에서 새우잠을 잔 조합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대열을 정비했다. 전야제에 오지 않은 조합원들, 장소가 비좁아 인근 숙박업소나 사우나 등으로 이동하거나 귀가했던 조합원들이 속속 파업 장소로 다시 모였다.

결국 은행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9시 직전에 파업을 선언했다. 한국노총, 금융노조 등에서 연대를 왔고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과 금융노조 허권 위원장이 연대 발언을 했다.

파업으로 텅빈 KB국민은행 지점 ⓒ박혜신

오늘 파업은 정부의 강제합병에 반대해 벌인 국민·주택 공동 파업 이후 19년 만의 지부 파업이다. 단결 파업의 소중한 전통이 행내 노동자들의 상향 평준화를 요구하는 파업으로 새롭게 이어진 것이다. 툭하면 가당치도 않게 귀족노동자라고 비난받는 은행 노동자들이 임단투 파업을 한 것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노동운동이 어려운 시기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하루 파업으로는 경제 침체 속에서 정부의 우경화와 맞물린 사측의 완강한 태세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도 보여 줬다. 친사용자 언론들이 진정한 여론을 대변하지 않는다. 여론이 아니라 힘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노조는 오늘 하루 파업 이후 1월 말, 2월, 3월 파업과 현장 태업 계획 등을 발표했다. 사측의 완강한 태도에 비춰 볼 때, 1차 파업의 성과를 더 키워서 이어가려면 투쟁을 계속 가열차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이 승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