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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 개악 중단하라

연초부터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서두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월 7일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 초안을 내놨다. 이달 중 의견수렴을 마치고,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의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저임금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2019년 최저임금은 월 174만 515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밝힌 2016년 비혼 단신 생계비 175만 3000원보다도 약간 적은 수준이다. 3년 동안 물가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비혼 단신 노동자가 생활하는 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동결을 주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구간설정위원회가 먼저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하고, 그다음 최저임금 결정위원회가 이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정하게 되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거의 힘들어지게 된다. 노동자들의 인상 요구가 구간설정위원회에서 한 번 깎이고, 결정위원회에서 또 한 번 깎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개편안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고용수준, 기업지불능력, 경제 성장률을 추가하기로 했다. 경제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더욱 억제하는 근거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깎고 또 깎고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공정하고, 합리적·객관적인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제도개선TF’와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의 권고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근거를 든다.

그러나 정부는 TF에서 사용주 측이 제안한 개악안들(‘산입범위확대’, ‘결정 구조 이원화’, ‘차등 적용’)만 추진하고 있을 뿐이고, 노동자 측이 제안한 가구생계비 반영,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등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상당수가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므로 비혼 단신 생계비가 아니라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문재인 정부도 이를 약속한 바 있다)는 묵살하고, 오히려 ‘기업지불능력’과 같이 최저임금 억제에 근거가 될 기준만을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은 ‘사회적 대화를 활용해 정부의 후퇴를 막고 개혁을 추동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노동운동 일각의 주장이 현실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 준다. 더구나 사용주 측은 이번 개편안을 환영하면서,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과 같은 추가 개악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양대 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 긴급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개악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제도 개악 과정을 보면 정부와 사용주들이 여기에 진지하게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듭되는 최저임금 개악 시도를 분쇄하려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가하지 말고 대규모 저항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