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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 삭제 예산 삭감:
‘눈 가리고 아웅’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성범죄 대책

불법촬영물을 신속하게 삭제하기 위해 예산(26억 4000만 원)이 새로 배정됐지만, 올해 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난해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불법촬영물 근절을 요구하며 6차례나 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불법 촬영·유포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책이 담긴 법안이 12월 18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뒤 국회가 정작 이를 시행할 핵심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이 예산은 방송통신위가 현재 주 3회 실시하는 불법촬영물 감시·차단 작업을 매일 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 데 쓰일 돈이었다.

이 예산을 삭감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7석), 자유한국당(6석), 바른미래당(2석), 민평당(1석)으로 이뤄져 있다. 집권 여당과 보수야당들이 ‘불편한 용기’ 시위가 잠정 중단되자 바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수차례 약속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특히 크다.

민중당 등이 옳게도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삭감된 예산을 하반기 추가 경정 예산에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삭감된 예산을 재배정해야 한다.

필자는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6차 집회 전에 쓴 기사(“올해를 달군 불법촬영 항의운동을 돌아본다”)에서 “단일쟁점 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도 그 뒤 쉽게 반격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국회 예산 삭감은 이런 조짐을 보여 준다.

불법촬영 항의운동 참가자들은 이 운동의 성과를 퇴색시키는 시도를 경계하며 이 운동의 성과를 지키고 이어 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