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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법원장 양승태 검찰 소환:
사법 농단은 친제국주의 정책 속에 벌어진 부패

전 대법원장 양승태가 피의자 신분으로 1월 11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사법 농단의 핵심 인물이 아직까지 검찰 조사 한 번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은 문재인 표 적폐청산의 허약함을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양승태가 박근혜 정부와의 교감 속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개입했다는 혐의다.

박근혜 정부의 추산으로도 강제징용 피해자 규모는 2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양승태의 사법 농단 때문에 무려 5년 동안 판결이 지연됐다.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는 동안 고령인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을 때는 원고 중 한 명만이 생존해 있었다.

검찰 발표 등을 종합해 보면 양승태는 강제징용 판결이 국제 분쟁 문제가 될 것이라며 법원에 압력을 넣었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내면, 이를 구실로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보내 판결을 미루는 전략을 짠 듯하다. 실제로 2016년 10월 김앤장이 ‘외교서 의견서 제출 촉구서’를 제출했고 다음달 외교부는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확보한 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의 주심이던 전 대법관 김용덕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방향으로 미리 결론을 내렸다. 그러고서 재판연구관에게 ‘2012년의 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회사를 상대로 직접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앤장을 압수수색해서 양승태가 일제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과 재판 결과를 논의한 내용의 문건을 확보했다.(관련기사 : 김앤장이 사법 농단의 한 고리였음이 드러나다)

힌·미·일 동맹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가 우려한 “국제적 파장”은 한·미·일 동맹 악화였을 것이다. 강제동원은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범죄로 제대로 청산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제국주의 갈등은 정의로운 해결을 가로막았다.

미국은 대(對) 중국 동맹 강화를 추구해 왔고,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군사 협력을 다지고 싶어 했다. 제국주의자들에게 과거사 문제는 한·미·일 동맹 구축의 걸림돌로 여겨졌다. 이미 1965년 한·일 관계 정상화 과정에도 미국은 개입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도 박근혜 정부에게 집요하게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2015년 12월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도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때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수전 라이스는 이 합의를 환영하면서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의 진전을 비롯해 폭넓은 지역 및 세계적 문제들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제징용 판결에서 쟁점이 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미국의 개입 속에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가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민중의 고통을 헐값에 팔아넘긴 결과였다. 한국 지배자들에게도 일본은 가깝고도 먼 경쟁자이지만, 미국 중심의 질서에 편입된다는 것이 곧 한·미·일 동맹의 구조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기꺼이 수용했던 것이다.

결국 이런 배경 속에서 박근혜 정부가 앞장서고 대법원이 도운 친제국주의 정책 속에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이 희생된 것이다.

마땅히 양승태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KTX 승무원·쌍용차 노동자 해고 판결,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판결 등 또 다른 재판 거래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

그동안 법원은 사법 농단 책임자들을 번번이 풀어 주며 수사를 방해해 왔다. 최근엔 우병우 등 박근혜의 권력 농단과 민간인 사찰 관련자들도 일부 풀어 줬다. 자유한국당은 사법 농단 특별 재판부 설치에 반대해 왔다. 양승태 수사 경과는 우파들에게도 중요하다. 그들은 사회적(계급) 세력 균형을 과거로 되돌리려고 한다.

따라서 그 반대편에서 중도 정부의 개혁 배신에 항의하는 계급투쟁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우파의 압력을 약화시키고 사법 농단의 책임을 묻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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